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0-02-19 15:53

ㆍIP: 180.xxx.37

소설/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4.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후편 4

1. 선영의 첫 번째 꿈 여행.

선영은 결혼하기 전이었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이 이사 가는 날이다. 새로 이사 가는 집은 아주 높은 달동네인데 마침 아는 지인을 통해 경매로 넘긴 이백평의 저택을 사게 되었다. 먼저 살던 동네에서 차로 십분 남짓 되는 가까운 동네다. 날짜를 맞추다 보니 평일 옮기게 된 것이다.
짐을 가득 싫은 트럭이 대로변 길에 세워졌다. 모든 살림 가구며 보따리 짐들은 함께 한팀이 되어 움직이는 인부들에 의해 큰 골목까지만 옮겨주었다. 그리고 작은 골목길부터는 우리 가족끼리 옮기는 거로 정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만 해주고 짐을 나르던 인부들이 모두 가버렸다.
짐을 날라야 하는 골목길이 좁아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커다란 퀸 침대를 들게 되었을 때부터 큰 난관이었다. 선영의 키를 능가하는 길이에다 철심까지 들어 있는 매트리스는 옮기는 힘에 무리가 되었다.

“엄마, 나 힘들어 죽겠어요, 침대가 왜 이리 움직이지도 않아요?, 좀 쉬었다 할게요, 휴우!!….”
“아이구, 니가 힘을 쓰기나 하는 거냐!, 침대에 딱 붙어서 오히려 더 무겁기만 하는구먼, 그래, 이거만 옮기면 되니까 엄마 아부지랑 천천히 하면 되는 거지, 호호호”.
“엄마, 웃음이 나오세요?, 그러게 인부들을 부르라니까, 이걸 우리가 언제까지 옮겨요, 빨리 언니들도 불러요오.”
“니 언니들은 공장에서 일 끝나면 어련히 오겠지, 엄마 아부지가 힘쓰면 되는 거고, 너희가 거들면 충분하니까 잔소리는 그만하거라.”
”에휴우!, 알았어요오.”
“사람을 쓰면 돈이 얼만데, 종일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에구.”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계시다가 비탈길 한가운데에서 다리를 쭉 뻗고 ‘철퍼덕’ 퍼져 앉아 있는 딸을 보시더니 크게 웃으셨다. 선영이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렇게 앉아 있누우!…, 아이구야아, 하하하, 하하하.”
“엄만, 내가 그렇게 웃긴가! 편하면 되는 거지, 호호호, 호호호.”

두 모녀는 마음껏 웃으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기운을 차리고 다시 옮기기 시작하는데 골목은 어찌나 비탈길인지 어깨가 아프고 한숨부터 나왔다. 다 옮긴 줄 알았는데 골목이 하나 더 이어져 있었다. 이번엔 짧은 골목이었지만, 더 높고 미끄러지는 비탈길이었다. 선영의 가녀린 어깨에 큰 침대 매트리스가 꿀렁거리며 파고들었다.
그러는 바람에 다 늙은 사람이 지르는 비명처럼 순간 소리 지르다가 앓는 소리까지 가련하게 들린다. 몸은 힘에 부쳤지만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비명이 나와도 그저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아이구우 나죽네, 이사 한번 하다가 병나겠어요오, 휴우.”
“슬슬 하면 되지, 조금만 더 힘내자, 집이 왜 이렇게 꼭대기에 지었다냐?”

이사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한나절이 되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선영은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언니가 물려준 구닥다리 손목시계지만 제때 약만 갈아주면 시간도 여전히 잘 가고 있다. 벌써 1시가 지나고 있다. 뱃속에선 ‘꼬르륵’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육체적인 힘도 소진되어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있다.
선영이는 위쪽 매트리스 꼭대기에 매달려 내려다보는 자세로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도록 힘을 썼다. 어머니 아버지는 밑에서 올려다보는 자세에서 팔 힘으로 끌어 올리며 밀어붙였다. 아직 여름도 아닌 오월인데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며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 주름살 구석까지 파고들어 번들거리며 흘러내렸다. 고된 시간이 이어졌다.
2시가 넘어서야 가구들을 모두 옮겼다. 토요일이라 가족들이 어느새 이사한 새집으로 다 모였다. 부모님과 언니들, 남동생들과 음식 솜씨가 제법 뛰어난 선영이는 주방 싱크대 주위에서 왔다 갔다 서성이며 음식 만드느라 분주했다.

“우와, 새 집으로 이사 오니 참 좋다, 그치? 선영아, 고기는 다 썰었니?, 찌개는 너무 끓이지 말아야 한다.”
“알았어, 언니이, 갖다 놓기만 하면 돼, 상추도 쟁반에 담으면 되고!”

큰언니는 직사각형으로 된 큰 제사 상을 번쩍 들어다 닦으며 소리 지른다. 모두 모인 자리에 한껏 들떠있는 목소리 톤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작은 언니와 어머니 아버지는 거실 중간에 둘러앉아 상차림을 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제일 바쁜 사람은 오로지 셋째딸 몫으로 여전한 일상이었다.
온 가족이 다 모인 이사한 집에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밑에 남동생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선영은 창문 밖을 주시하면서 살피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바람에 밥상 자리에도 앉지 않고 있었다.
바쁜 이삿날에는 흔히들 중식을 시켜 먹는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당연히 어머니와 셋째딸이 만든 집밥을 먹는 것이다. 힘들어도 선영은 마냥 행복한 마음에 웃음 가득한 일상이다. 선영이는 가족들이 다 모인 집에서 바깥 바람을 쐬기 위해 거실의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었다.

-후편 계속-

신영애

2020-02-20 14:21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새집을 장만하여 이사하는 풍경을 보니
어릴적 동네 이사하던 풍경이 생각이 납니다.
리어카에 바리바리 싣고
끈으로 칭칭 동여맨다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그리고 짐을 다 내리고
다시 짐을 싣기위해 돌아오는길에
빈수레에 앉아있으면 쌩쌩달리면서
야호야호 소리지르던 친구를 보면서
우리도 이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요..

이사하는날이면 언제부터인가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하지요.
아마 다들 이사하느라 고된 몸으로
식사준비를 하는 노고를
줄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어요

엄마와 사랑스런 셋째딸 선영이의
하모니가 너무 아름다운 이삿날이네요.

아름다운글 잘 배람하였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장선희	신영애 작가님 발 빠르게 안부주시니 감사해요^^ 요즘 코로나 덕분이라 할까요? 방콕하다보니 소설쓰기 진도가 나간답니다 봄이 꿈틀거리는데 빨리 마음대로 외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회 행사도 얼마 안 남았으니 은근 걱정 되네요 우리 모두 건강 잘 지켜서 기쁨으로 만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2/20 15:31

한영택

2020-02-20 18:2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인부들이 다 옮겨줬으면 좋으련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 힘들게 짐을 나르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짐을 나르는 선영이 모습과 힘들다며 도로에 털썩 주저앉아 투정부리는 폼은 어땠을까요? ㅎㅎㅎ 집안 식구들 건강까지 책임진 효녀였군요. 이사를 끝내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던 막냇동생, 바깥바람을 쐬려 거실의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었을 때~~~??? 상상을 해 봅니다.

장선희 작가님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요즘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이 뒤숭숭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향필 하십시오. 재밌게 보고 갑니다.


장선희	한영택 작가님 감사합니다 이야기 진행 괜찮았나요?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노력해봅니다 저희가 어릴적엔 포장이사 이런거 전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두 가족들의 수고로움으로 이사했던 것 같아요.	2/24 17:14

김상화

2020-02-21 22:56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장선희 작가님
일찍 댓글을 달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영이가 달동네로 이사를 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그러나 큰집이라서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가 극성입니다.
나날이 더 확산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인께서 카톡으로 보내온 글입니다만 우리몸에
염분이 0.9%만 있으면 바이러스가 침범을 못 한답니다
또 소금으로 온 가족이 양치질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하네요

늘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장선희	김상화 작가님 가족끼리 이사하는 광경이 꿈에서 이사를 했다면 힘은 별로 안 들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는 딸의 입장에서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흥미있는 진행 계속 해보렵니다 신종코로나의 대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모두 철저하게 물리쳐서 빨리 물리치는 날이 오길 희망해봅니다.	2/24 17:20

전병일

2020-02-22 08:47

이사풍경
그래도 저는 이사한번 안하고 태어난 터전에서 살았 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겠네요
그 후 학교때 자취생활 이삿짐은 몇번 왔다갔다 하였고
결혼하고는 포장이사에 쉽게하였으니 어디 달동네와
비교를 하겠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이사짐 나른후 밥맛은 꿀맛 이었건네요
저도 침샘이 솟습니다
밥시간이 지났나 봅니다


장선희	전병일 작가님은 계속 출생지에서 사셨다니 부럽습니다 이사를 해도 쉽게만 하셨군요 물론 요즘은 포장이사로 돈만 지불하면 그대로 옮겨주니 참 좋은 세상을 살고 있지요 여기서의 소설 내용은 아마 80년대라 이런 풍경일 거예요 요즘 건강체크 잘 하시길 바랍니다.	2/24 17:26

김종덕

2020-02-24 16:27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사를 너무 많이하여 이사 생각만해도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위의 주인공의 넉두리는 차라리 귀엽습니다. 이사하기싫어 그 집을 산 적도 잇습니다. 또 이사를 해야 할 때가 기다리고 잇네요.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장선희	김종덕 작가님 이사하는일은 정말 힘들긴 해요 옮길 때 남자들이 힘들지만 다 해놓고서도 여자들은 거의 한 두 달 정리해야 할 걸요 여기서의 내용은 큰 저택으로 이사 가니 행복한 이삿짐 일 거예요 해피엔딩으로 가니까요 암튼 건강조심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2/24 17:33

김상훈

2020-02-25 02:25

눈이 많이 심각해져 가네요.
더듬거리며 흔적만 남기고 감ㅇ을 혜량하세요.


장선희	김상훈 위원장님 잘 지내시나요? 건강관리 철저히 하시고 잘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안부 놓고 가심에 감사합니다.	2/25 12:01

환영합니다

소설/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