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3-06-27 17:25

ㆍIP: 112.xxx.129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3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3

공휴일인 어느 날이었다. 오빠가 집에 혼자 있으니까 그 곳으로 빨리 오라고 했다. 그동안 밖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숙소에 가보는 건 처음이다. 일하는 곳은 친형이 개인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가내공업이다. 가보니 방이 여러 개 있고 실타래 저장고와 원단을 짜는 기계가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다른 창고에는 완성된 많은 의류가 즐비하게 쌓여있고 각종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오빠는 직원들이 이십 명 정도 있는데 항상 일거리가 많아서 얼마 동안 형을 도와주러 와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는지 꼼꼼하게 설명해 주느라고 방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기계도 많이 있고 근사한 옷들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오빠의 형수라는 여자가 왔다. 형수는 잠깐 들렸다며 안방으로 들어오는데 눈매가 갸름하고 얇은 외겹 눈이 곱상하게 보였다. 야무진 인상의 말투가 상냥했다. 마른 몸매의 체구는 계란형 얼굴이 여려 보이지만 전라도 사투리가 좀 거슬리긴 했다. 형수는 나를 얼핏 흩어보면서 싱크대 앞으로 가더니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것저것 집단속을 시키는 것 같았고 나갈 때는 말없이 나가버렸다. 오빠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형수네 식구들이 밤늦게 올 거라고 했다. 기분 좋은 얼굴로 활짝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자. 이제 이 방에 우리 둘뿐이네. 우리 뭐 먹을까? 먹을 거 많으니까 우선 점심부터 먹자!”
“오빠. 전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대충 먹어도 돼요.”
“그래? 그래도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하하.”
“그런데 언제까지 존댓말 쓸 거야? 이젠 오빠한테 말을 놓아도 돼. 알았지.”
“천천히 노력해볼게요.”‎‎
오빠는 싱글벙글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둥그런 밥상에 형수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다 꺼내놓고 함께 마주 앉았다. 먹음직스럽게 양념이 된 돼지불고기를 직접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서 예쁜 그릇에 담아오고 다른 음식들도 모두 꺼내왔다. 둘은 돼지불고기를 제일 많이 먹어 치웠다. 오빠는 ‘형수가 돌아오면 혼나는 거 아닐까?’ 라는 너스레까지 떨면서 안심해도 된다는 넉넉함으로 무조건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푸짐하게 실컷 먹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가득 차려진 음식은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고향의 맛 같아 더 맛있다. 오빠가 설거지도 한다며 세제 거품을 듬뿍 풀었다. 길고 쭉 뻗은 손이 듬직하고 멋져 보였다.
밥을 먹고 치우다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나는 오빠가 다정하게 대해주는 바람에 마음이 마냥 편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방에서 이불을 덮고 앉았다. 내 집 같은 한 식구의 남매 같았다. 나는 점점 더 오빠의 매력에 빠져들어 기분이 좋았다.
“너 내가 가져오란 일기장 가져왔니?”
“네. 오빠 가져왔어요.”
“넌 이제 내 동생이잖아. 그러니까 이젠 존대 쓰지 말고 말 놓으라니까.”
“오… 오빠. 알았어.”
“그래. 그러니까 우리 진짜 더 가까워진 거 같다 그치?”
이렇게 둘은 나란히 한 이불 속에서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서로 일기장을 바꿔 보기로 했다. 오빠의 일기장은 촘촘히 써 내려간 글자들이 반듯하고 한 눈으로 보아도 잘 정리되어 읽기도 편했다. 오빠가 쓴 글씨는 키가 큰 오빠를 닮아 길쭉한 모양이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해 크게 웃고 말았다. 오빠는 영문도 모르고 함께 웃었다.
나는 오빠의 일기장을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매일매일 써 내려간 내용이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일기는 하루라도 내 이야기가 없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항상 동생을 생각해준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서 눈을 뗄 수 없이 읽고 있었다. 조용한 방안에서 그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다가오는 오빠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그 바람에 놀라서 방바닥으로 누워버리는 상태로 피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두 팔을 붙잡더니 몸이 밀착되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어느새 내 입술을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누워있는 그대로 감전된 것 같아 꼼짝할 수 없었다. 입술이 점점 격렬하게 눌리고 서로의 혀와 혀끼리 얽혀버린 순간 숨이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숨이 쉬어지고 따뜻하고 감미로운 남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러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막강하게 들었다. 머리를 ‘탁‚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만 나도 모르게 내 손으로 사정없이 싸대기를 날려버렸다. 심장은 요란스럽게 벌렁거렸다.
“순애야. 난 널 좋아해서 미치겠다. 어쩌면 좋으니? 난 널 사랑해.”
“아 오빠. 안 돼! 우리 이건 아니잖아. 제발, 제발 이러지마!!”
󰡒내가 미안해. 미안해.󰡓
간절하게 애원하는 소리에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는가 싶더니 애절하게 바라보는 눈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한 손으로 바지를 내리려는 강력한 힘이 다시 느껴졌다. 나는 겁탈을 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송아지가 드러누워서 발버둥 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잠시 밀착되었던 순간 오빠만의 풍기는 향기가 싫지는 않았다. 그러는 나 자신이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동성동본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여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나의 연약한 힘으로나마 마치 나라를 지키려는 국군장병 같았으리라…! 사명을 다하는 정신으로 발버둥 쳐서 극복했다. 그 순간 달려드는 남자의 책임 없는 마음 따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방문을 박차고 무작정 달려 나갔다. 삐걱 소리가 나는 무거운 나무 대문을 힘차게 열어젖히고 뛰쳐나갔다. 겨우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나니 오빠와 지금껏 그랬듯이 우리는 절대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때로는 남자 친구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을 질책했을 뿐이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 사이로 굳게 믿었다.
오빠는 역시 남자였다. 인내심에 꾸준히 쌓아왔는데 한순간 돌변한 오빠가 그래도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겸연쩍다는 생각을 했다.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라 놀라서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엉망이 되어버렸다. 당분간 아무런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오빠가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확신했다는 기쁨이 은근히 깔아져 있다. 여동생의 존재이지만 순수한 처녀의 가슴도 사랑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동성동본의 법칙이 있지 않는가. 절대적인 오빠와 동생 사이였기 때문에 그동안 좋은 오빠와 여동생 사이였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왠지 모를 눈물이󰡐주르룩󰡑두 볼을 타고 내렸다.
그 뒤 둘은 더 이상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빠 동생 사이가 끝났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대로 열흘이 지났다. 며칠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파묻혔다. 오전에 작업하던 일이 조금 일찍 끝나게 되던 날 점심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오빠와 항상 만나던 뒷동산에 가보고 싶었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가을 햇살에 바람도 제법 시원하게 얼굴을 스쳤다. 좁은 논길을 따라가니 코스모스가 여러 가지 색깔로 피어있고 저절로 상쾌한 마음으로 기분전환 되었다. 오랜만에 두 팔 벌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원한 기운을 가슴속 깊이 담아보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앙증맞게 쌓아놓은 올록볼록 둘레 길의 정상까지 와버렸다. 연인들은 여기저기 사랑스럽게 걸어 다닌다. 나처럼 혼자 쓸쓸하게 서 있는 여자도 있다. 오빠와 만나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금은 자신의 처지가 참 쓸쓸할 뿐이다. 문득 오빠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먼 산을 올려다보며 희미하게라도 오빠의 얼굴을 한 번 더 새겨보려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오빠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후편 계속-

정연석

2023-06-27 22:16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금지된 사랑 소설 잘 읽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준영이라는 오빠 사이의 로맨스가 감칠맛 나네요
인간이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소설이 전개되는 내용 잘 지켜보겠습니다
좋은 소설 접하게되어 감사합니다
작가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장선희	정연석 작가님 관심으로 감상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끝까지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행사 때 자주봬요~	9/13 13:28

박희홍

2023-06-29 07:19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장선희 작가님

작가님의 소설 ’금지된 사랑‘에서
태어난 곳, 사는 곳이 전혀 다른데
학창 시절에 만나 서로 교감하다
동성동본인 것을 알고서
’동성동본 결혼금지‘라는 족쇄 때문에
결혼하지 못해 한동안 신열을 앓던
저의 5년 선배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민법이 바꿔 근친 간 혼인은 안 되지만
동성동은 결혼할 수 있으나
그때로 돌아간다면 결혼할 거냐 하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작가님의 ’금지된 사랑‘ 즐감하고 갑니다.
많은 독자의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틀 남은 유월 마무리 잘하시고
성하의 계절에 강건하시길 빕니다.


장선희	네 그랬군요~ 그 시절은 그런 남녀가 여럿 있을 듯 생각합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이해 못할 일이지만 지난 시대의 소설을 써봤습니다.	9/13 13:33

황영칠

2023-07-01 13:00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장선희 작가님
금지된 사랑 연재 소설 전개되는 스토리가
스릴 있고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흥미를
더해갑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시인님의 소설 전개 기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소설 흥미롭게읽고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장선희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감상해주시고 독자의 입장에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바로 연작소설 이지요 항상 건강하세요.	9/13 13:37

장계숙

2023-07-23 16:40

그 시절 우리는 참 순진하고 겁도 많고
확실한 통념의 신봉자였죠.
마음에 더러움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당연한 시대였네요.
자기 감정을 숨기고 짝사랑 하던 소녀들도
많았구요.
편안하고 솔직한 감정의 흐름과
사랑을 향한 사건 전개가 박진감 넘칩니다.
궁금증이 또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장선희	장계숙 시인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반가움으로 제 작품을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얼굴 자주 뵙기를 바라며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9/13 13:41

소설/ 먼저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