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02-20 14:24

ㆍIP: 220.xxx.49

갈 숲에 앉아

김상훈

하늘의 저 희귀한 무연(無緣)의 이치를 모르면 샛강의 푸르름이 바다로 가는 이치를 어찌 알랴. 부둣가 선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니나노 가락에 가슴 시림이 없으면 어찌 인생을 논할 것인가. 인생을 종종 부운 몽(浮雲夢)이라고 설(舌)을 푸는 이유는 이생(二生)의 올곧은 경작을 위해 견고한 탈곡기를 준비하라는 전생의 권유가 아니었을까.

인생을 흔히 소풍 길에 비유하거나 부운 몽에 비유하지만, 이왕 부모님 몸 빌려 세상 빛을 보았으니 죽음 앞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옹골찬 생의 경작을 해야 하거늘 돌이켜 보니 생은 이미 잘 구획된 논밭이었는데 연장 투정으로 세월만 허비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생이 이미 정해진 코스로 가는 것이라고 단정 지으면 그만한 허무도 그다지 환영받을 일은 못 될 것이다.

출세와 성공이라는 가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튼튼한 종마의 샘플을 모아 놓곤 누구나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요하는 시대, 어쩌면 이러한 사회적 DNA 구조가 진화를 거듭하여 먼훗날 우리는 출세와 성공이라는 두 줄의 직조만 짜는 기술자가 될지도 모른다. 자궁 안에서 부여받았던 인간 본성의 DNA가 퇴화하고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진짜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지금도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상식이 상식처럼 통하고 비이성적인 일들이 아무런 제제나 통제가 없이 횡행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본능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오직 출세와 성공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온다면 이 시대는 그저 애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얘기가 약간 옆으로 새는 듯해 다시 본론으로 가 보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에 대한 도(道) 틴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제법 오래전 조선고승한시선(朝鮮高僧漢詩選)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신선함에 한동안 매료되었었다. 그러나 거듭 읽어볼수록 대부분의 결론은 우리 인생을 부운 몽이나 소풍 길로 결론을 맺는 것들이어서 현생에 대한 지표 따위는 없었다. 인연으로 이 세상에 왔으니 어떤 허상이나 욕망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자연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게 살다 가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역설적으론 그것이 곧 지표가 되겠지만, 어째 좀 싱겁기 짝이 없는 느낌이랄까. 지나온 길 잠시 멈춰서 돌아보면 지금까지 무엇인가에 이끌려 온 듯한 느낌이고 어느 것 하나 뜬 구름 잡는 일 아닌 것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사악한 것도 결국 인간 본성 가운데 하나이니 그것은 그것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고 말하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도 실은 획일적인 부분이 있다. 가령, 모든 인간이 성직자로 산다면 그게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탄이 있어야 천사도 존재하는 법이다. 그 반대로 모두 범죄자로 산다면 그 또한 인간다운 삶이 결코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전생과 현생, 그리고 이생의 삶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니 모든 삶을 뜬 구름 잡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될 노릇이겠다. 열심히 살되 너무 높은 것만을 바라보는 삶은 되지 말자는 충고쯤으로 받아들이면 현실에서 부대낌들이 조금은 덜 무겁지 않겠나 싶다.

언젠가 들판이 익어가는 갈대밭에 앉아 하늘이 내게 준 일 몫이 과연 무엇일까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오래전의 나는 본래 비존재이므로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 벌목당한 기억 사이로 -

정찬열

2019-02-22 16:10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분과 위원장님~!
" 갈숲에 앉아" 의미 깊은 글을 배독 하다보니 지인이 보내준 물취 이모(勿取以貌)
라는 글이 생각 납니다
옛날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살피기위해 고을 원님이 나무꾼 복장으로 변장을 하고
마을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다 마침 목이 말라서 물을 얻어 먹을 요량으로 주위를 살피니
마침 부잣이 눈에띄었다.원님은 출출 하기도 해서 부잣집 에서 먹을것도 좀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집 대문을 두드리며'이리오너라' 하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하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무슨 일이요?"
"내 지나가는 나뭇꾼인데 목이 말라서 그러 하오니 시원한 냉수 한사발 좀 얻어 마실수 있겠소?"
하인은 나뭇꾼 차림 의 원님을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나뭇꾼 주제에 무슨 양반 말투를....
기다려 보시요" 하고 안으로 들어 가니 주인 영감이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하인이 주인 영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하자 영감이 말했다.
"나뭇꾼님이 목이 마르시다는데 바가지로 퍼다 드려라" 하면서 하인에게 눈을 찡긋 하였다.
그후 하인이 바가지에 물을 담아나왔다.원님이 '고맙소" 하고 손을 내밀자 하인은 냅다
물을 원님에게 끼얹었다."아니 이게 무슨 행패요?" 그러자 주인 영감이 큰소리로 말했다."
아직 갈증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구나, 한바가지 더 퍼서 안겨 드려라."<중략>

봉변을 당하고 동헌으로 돌아온 원님은 관복으로 갈아 입고 다시 그 부잣집으로 갔다.
원님을 보자 주인 영감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원님을 안으로 정중히 모셔 들었다.
그리고 하인에게 시켜 진수성찬을 차려 내오게 하였다. 이윽고 진수성찬이 차려져 나오자
원님은 음식과 술을 옷에다가 들이 부었다. "차린 상이 초라 하였으면 용서 해주십시요?
소인이 다시 준비하여 내오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원님이 말했다. "이상의 음식과 술은
사람을 보고 차린 것이 아니라 내 옷을 보고 차린 것이니 마땅히 옷이 먹어야 하지 않겠소?"
물취 이모(勿取以貌) 상사이 가는 깨달음의 이치를 말입니다
작가님의 글과는 상관이 없음을 올립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요^*^


김상훈	예전에 읽었던 글이지만 오늘 새삼 다시 느껴봅니다. 글의 의미를요. 글 올라온지 제법 됐는데 그래도 이사님께서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솔직히 작가촌 소통이 왜 안 되나 했는데 왕래가 거의 없는 것에 기인하는군요. 제가 소임을 맡은 기간만이라도 저 혼자라도 열심히 해야 겠다는 각오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24 03:18

김상화

2019-02-26 00:32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부끄럽게도 늦게 댓글을 답니다
한 동안 컴퓨터까지 고장이 나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할수 없이 오늘 새로 작만을 했습니다
그래서 위원장님께 첫 댓글을 쓰는 것입니다
갈 숲에 앉아 라는 멋진 글을 읽고 보니 내가 쓴 글은
왜 이렇게 아름답게 쓰지 못하나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밤이 깊었네요. 행복한 꿈 꾸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아하, 그런 애로가 있으셨군요. 게다가 바깥 활동도 많이 하시니 시간내기가 참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짧은 댓글이라도 이렇게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 우리 작가촌도 활성화의 근간이 된다고 봅니다. 아쨌든, 몇 분이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간 최소한 2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26 02:56

김종덕

2019-02-26 13:22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세월이 구름에 실려 가고, 하고픈 일들은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는데 몸만 구겨져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훈	언젠가 댓글로 화답했듯이 어느 한 세월까지는 내가 세상을 품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을 넘기고 나니 그제야 세상이 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더군요. 작가님의 옷자락과 구겨지는 상황이 아마 그래서 그러지 싶습니다. 오랜만의 방문 감사드리고요. 작가촌이 많이 다운된 느낌이라 김종덕 작가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예전처럼 자주 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2/27 03:28

노숙자

지극히 친절한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