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2-2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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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먼저 바꾸는 일

나를 먼저 바꾸는 일

교직에 있을 때에 나는 주로 6학년 담임을 많이 하였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초등학교를 마치는 마지막 해이니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는 게 가장 가까운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느 나이 어느 학년을 맡아도 꿈을 심어 줄 수는 있겠지만 말귀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들을 수 있을 나이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작용하였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엔가는 2학년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2학년은 6학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기자기 하고 곰살궂은 마치 팬더곰 무리와 함께 어울려 노는 것 같은 정말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

많은 동료 교사들이 왜 그리도 힘든 6학년만 고집하는가 하는 충고도 들었지만 내 고집을 꺾지는 못하였고 정년퇴임을 하는 해마저도 6학년을 맡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해마다 학년 초가 되면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도출해 내는 심각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여러분!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지요?” “예!” “혹시 나쁜 친구 즉 이기주의자를 친구로 사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하고 교실을 휘이 하고 둘러봅니다. 손을 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를 싫어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매 한 가지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어찌 하여야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될까요?” 한참 동안 말이 없습니다. 한 번 더 채근을 합니다. 그제야 모기소리만 한 목소리로 대답을 슬슬 하기 시작합니다. 영 자신이 없다는 말투입니다. 어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말을 여러 번 듣고 나서야 대답다운 대답이 나옵니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그렇지만 자신은 없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 깔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문제의 답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 혼자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일터이니 그 친구에게로 다가가 좋은 친구 노릇을 먼저 잘 하면 곧 머지않아 좋은 사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아이들만의 문제이며 해법이겠습니까? 나이가 많고 머리가 무거워질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하여 하나의 문제는 해결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이 문제의 답은 구하였으니 이제는 실행을 하는 문제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실행을 하는 문제는 어른들처럼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납득할 만큼 자상하게 토론하여 내린 결론은 교사가 하자하는 대로 실행합니다.

며칠 후 두 번째의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예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무대는 천당이라 하여도 좋고 극락이라 하여도 좋습니다. 식사 도구는 1미터짜리 숟가락 하나뿐입니다.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십 명이 둥글게 앉아서 식사를 합니다. 밥그릇은 방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큰 솥 하나에 비빔밥이 한 가득입니다. 여기 모인 가족들은 밥을 퍼서 내 입에 넣지 않고 맞은편에 앉은 동료의 입에 넣어 줍니다. 질서가 정연합니다. 조용합니다. 순식간에 식사가 끝이 납니다. 흘린 밥풀도 없습니다. 남긴 밥 알갱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불평이나 불만도 없습니다.”

“이제 다른 방을 찾아갑니다. 이곳은 지옥입니다. 식당의 조건은 아까 천당의 경우와 같습니다. 그러나 식사의 모습은 아주 딴판입니다. 이곳에 있는 동료들은 각자의 숟가락을 각자 자기 입으로 가져갑니다. 원인이 이렇듯 천당의 그것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결과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여러분! 상상이 가지요?”

나만을 위하여 사는 세상과 남도 위하면서 사는 세상 가운데 어느 세상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일까요? 하는 나의 물음에 “남도 위하며 사는 세상” 이라는 대답이 즉시 튀어나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여야 할 거라는 짐작을 미리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까?” “예!” 하고 힘차게 대답을 합니다. 이 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혀 상상하지 못할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그렇게 남을 위하여 살면 나는 어찌 사나?” 아이들은 눈알을 돌립니다. 생각하고 있다는 증표이지요. 이내 대답이 나옵니다. “ 나는 저 사람을 돕고 그 사람은 나를 돕고...” 일순간 긴 한숨소리가 가느다랗게 이어집니다.

나는 내가 혼자서 만든 나만의 평가 방법을 통하여 교우 조사를 하였고 7월초와 12월 초에 각각 두 차례의 조사를 더 하였습니다. 학년 초, 1학기 말, 12월 초 이렇게 세 번을 조사하였는데 교우 관계가 현저하게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나만 볼 수 있도록 학금 경영록에 기록하였고 이 조사 결과는 무덤까지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평가지는 즉시 파기하였습니다.

지금 세상이 혼탁하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절정에 달해 있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한 평생을 속고만 살아온 듯합니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하나같이 자기는 모르는 일 아니라는 말 기억이 없다는 등 바보를 자처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꼭 바보들이 모여서 나라를 경영하지 않았나 의심이 갑니다. 바보 병신들에게 표를 찍어주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뻔뻔한 줄도 모릅니다. 남 탓만 합니다. 정말로 누구 말마따나 자괴감이 듭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인격자를 대우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소중이 알도록 가르치고 배웠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한 인간의 가치를 가르치고 배우며 누구나 다 좋아하는 나를 만들어나가도록 하였더라면 하고 말입니다. 만일 어른들께서 이렇게 가르쳤더라면, 또는 지도자가 이런 생각을 가졌더라면 이렇듯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상한 세상이 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나와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였던 그 아이들이 지금쯤 어디서 어찌 사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때 그 시절 좋은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아가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준 일에는 보람을 말합니다.

김경렬 2016-12-26 10:4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은 정말 보람있는 스승의 표양이십니다. 그 아이들은 훌륭한 스승의 뜻을 깊이 새겼을 겁니다. 지금도 교육자들은 도처에서 제자양성을 위해 수고들을 하십니다. 몇몇 결격자들 때문에 가끔 소요는 있지만 요즘 교육자들 작가님의 정신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일선에 계신 분들의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혼란은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참되게 익히지 못한 소치라 생각 합니다.

백낙은 2016-12-26 12:33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제가 목사가 안 되었다면 선생님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목사도 교회학교의 교장이랍니다. 작가님을 보니 목회를 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두 번째 토론 이야기는 설교할 때도 더러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변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성탄과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최병도 2016-12-27 16:57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참 멋있는 스승이십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6학년 때 기억밖에 없읍니다 그 시기에 참된 스승님의 모습은 영원히 기억 될 듯합니다 좋은 글을 접하면서 그 시절 은사님을 생각했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이석희 2016-12-26 12:46	《Re》김경렬 작가님 ! 반갑습니다. 긴 세월은 아니었지만 참 멋진 나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마운 격려의 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추위에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이석희 2016-12-26 12:50	《Re》백낙은 작가님 ! 반갑습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반가운 만남을 소홀히 한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알뜰한 말씀으로 공감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겅한 나날이 되시도록 심축합니다.

이석희 2016-12-27 17:49	《Re》최병도 작가님! 반갑습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많이요. 18일 등단식에서 작가님의 모습도 먼 빛으로 보았었습니다. 대구는 15년 전까지 한 20년 가까이 살았던 정든 고향같은 곳입니다. 글에 나오는 지명들이 눈에 익고 귀에 익은 곳들이어서 눈에 선합니다. 인간 승리의 과정이 너무나도 감동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꼭 이겨 내시리라 믿습니다.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김종근 2016-12-29 14:31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시지요. 반갑습니다. 나를 먼저 바꾸는 일 잘 배독 하였습니다. 나 스스로도 못 바꾸면서 어이 남을 바꾸겠습니까. 너무도 힘든 올해도 이제 다가고, 정유년엔 나라가 좀 안정되고 경제도 좀 풀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새해엔 작가님의 가정에 두루 평안 하시고 더욱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석희 2016-12-29 19:33	《Re》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새해에는 그래야지요.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리 많지 못한 적은 수의 사람들이 온 나라 온 국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다니니 억울하게 고생을 많이도 하지 싶습니다. 각자가 자기의 잘못을 먼저 고치는 재주를 배워 익혀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날이 무척춥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6-12-31 15:07	저도 만 4년간 교편을 잡은적이 있습니다. 소위 전도관이라는 곳의 신앙촌에 어머니가 계셔서 한동안 그곳에 거주 했습니다. 그곳은 외부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어있고, 전부 공장 직공으로 일해야 했습니다. 직공을 빼고 할 수 있는 일은 교사가 유일 했습니다. 국가고시를 봐서 교사 자격증으 따고 딱 4년 근무 했습니다. 6학년 담임을 두번 했습니다.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 자리이지요, 6학년 담임 만 애들이 스승으로 기억 한다고 하더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이석희 2017-01-01 02:06	《Re》박목철 작가님 ! 반갑습니다. 작가님께도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전직이든 현직이든 교사라는 이름에는 사랑과 자비라는 마음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베풀려고 하고 안쓰러워 하는 마음 그리고 아파하는 마음이 은연중 드러나기도 하고요. 이제 묵은 날은 가고 새해 새날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빛나는 삶이 이어지기를 심축합니다.

못난 자식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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