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1-04 01:53

ㆍIP: 124.xxx.224

못난 자식이 더 걱정

못난 자식이 더 걱정

태광이는 지독하게도 못난 놈입니다.
얼굴은 언제나 세수도 안 한 것처럼 지저분합니다.
머리는 며칠 전에나 감은 것처럼 보입니다.
옷은 언제나 꾀죄죄한 인상이고 한 달에 한 번이나 갈아입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면 늘 바쁩니다.
밥을 두 번 받아다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바쁩니다.
바쁘고 맛있는 반찬은 남이 다 가져가기 전에 더 받아가야 더 바쁩니다.
과일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다 먹고 나서야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는 언제나 지각입니다. 학습 준비물은 언제나 안 갖추고 공용물품은 태광이의 전용물품입니다. 점심은 항상 혼자서 먹습니다.
이러니 좋아하는 친구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습관이 되어서 아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무슨 시험을 보든지 많이 맞으면 30점입니다.
그런 태광이가 금년에 우리 반에 배정되어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맡고 보니 엄마가 없이 아빠 혼자서 애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수학 성적만이라도 좀 올려 보려고 2학년 치와 3학년 치 1, 2학기 총 정리를 두 달에 걸쳐서 다 풀게 하였습니다.
한 과목만이라도 잘하게 되면 다른 과목들은 덩달아 잘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50문제씩 풀었는데 94점 이상씩 맞았습니다.
6학년인 사람이 2, 3학년 문제지를 풀게 하였으니 눈짐작만으로도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을 것입니다.하지만 이 세상에 온 후 맨 처음 경험하는 성취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4학년 치를 해야 하는데 전학을 간다 하네요.
당번을 맡으면 가장 먼저 학교에 와서 활동을 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자기의 할 일을 완수하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제 많이 적응을 해서 그런지 책임감 강한 모습을 보여서 많은 칭찬도 받았는데...
칭찬을 받으니까 힘든 일을 곧 잘 하여 주위를 어리둥절하게도 하였는데... 자기 자신도 원래 훌륭한 사람임을 굳게 믿고 이제 즐거움을 찾아가려는 태광이에게 전학은 또 다른 시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 그러지만 말았으면 좋으련만.... 낯선 곳에 가서 힘들게 살면서 다시 구박 받지나 않을지 정말 걱정입니다.
태광이 때문에 마음이 괴롭습니다. 그리고 그 태광이가 그립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학교에 출근하면 그의 빈 자리가 너무 커 보일 것만 같습니다. ‘ 태광아! 넌 원래 훌륭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계속 끝까지 훌륭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꼭 그럴 수 있어. 알았지?’
그렇게 아이는 떠나가고 이제는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소식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제가 경험하여 습관 들인 탓인지 얼마나 경황이 없었는지 책도 안 가지고 떠나갔습니다.
이내 그의 아빠가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시설로 보냈습니다."
시설이란 고아원의 다른 이름입니다.혹시 엄마에게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터무니없는 계산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가슴 아픈 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덧없는 게 세월이고 잊혀지는 게 기억인가 봅니다.
그토록 마음이 아픈 추억을 간직한 헤어짐이었지만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졸업을 며칠 남긴 2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난 데 없이 태광이의 소식이 아닌 그의 아버지의 소식이 내 귓전을 때렸습니다.
엉뚱하게도 아빠가 재혼을 하기 위하여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습니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이러한 경우를 위하여 생긴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하여 재혼을 한 게 아니라는 데에 나의 마음이 머물자 하늘이 다 노랗게 보입니다.부디 건강하게 마음의 상처 없이 곱게 자라야 할 텐데...

김경렬 2017-01-04 13:07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가슴아픈 일입니다. 어찌 그런일이... 작가님 제속이 이렇게 쓰린데 작가님은 오즉 하셨을까요? 아이들을 어릴때부터 사람답게 사는 도리를 기본 덕목으로 가르쳐아 할것 같습니다. 그런 교육이 몸에 스며든다면 미래에 그런 부모는 생기지 않겠지요. 그아이가 좋은 성격으로 자라길 기도 합니다.

박목철 2017-01-05 06:54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교사를 하다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애가 있더군요, 돌이켜 생각하면, 가장 보람된 순간이 애들을 가르치던 때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저도 당시에는 젊은 정열로 최선을 다해 이이들을 지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실력에 신경을 쓰다보면 늘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강의 만 하고 끝내면 상위 몇 명을 제외한 아이들은 다 낙오 하더군요, 그래서 고안 한것이 1등과 60 등, 2등과 59 등, 이렇게 엮어서 방과 후 계속 시험을 애들이 알 때까지 봤습니다. 점수는 둘의 평균으로 내고, 60 점 이하는 매로 다스렸습니다. 그 덕에 경기도 학급 대항 산수 평가 대회에서 도 1등으로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학급 대항이니 경기도 전 학급이면 대단한 셈입니다. 아마 지금 같으면 악덕 교사로 쇠고랑 찼겠지요, 그래도 그떄 애들이 지금도 제 얘기를 한답니다. 무서웠지만, 잘 가르쳐 주셨다고, 작가님의 좋은 글을 읽으며 거의 반세기 전으로 타임머신을 탔습니다.

김종근 2017-01-05 08:4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못난 자식이 ~ 감사히 배독합니다. 부모님의 마음 아닐까요. 그런데 태광이의 아버지는 부모가 아닌 듯합니다. 인면 수심의 짐승, 짐승도 자기 새끼는 책임을 지는데, 짐승 만도 못한 인간이군요. 모쪼록 바른 아이로 자라났기를 바레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석희 2017-01-04 17:13	《Re》김경렬 작가님 ! 새해 들어 첫 만남이군요. 올해도 건강하세요. 세월이 참 많이 흘러갔어도 그 때 그 마음은 하나랍니다. 올해 스물 네살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어디나 그늘은 있다지만 어찌 하필이면 그 아이가 그랬을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지요.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7-01-05 19:28	이석희 작가님. 교육을 하시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지셨다고 하는 것을 보니 목회자인 저로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입니다. 언젠가 제가 "상걸이 동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칠푼이도 안 되는 상걸이라는 사람이 우리 동네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구박을 많이 하지만 제가 좋게 대해 주었더니 항상 "형님"이라고 부른답니다. 아무리 부족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면에는 순수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태광이가 어디서나 그 순수성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이석희 2017-01-05 22:22	《Re》백낙은 작가님 ! 반갑습니다. 이쁜 사람이야 누가 잘못 보겠어요? 미운 짓하는 사람을 잘 보아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보살핌이고 가르침이겠지요. 그저 작은 사랑을 실천한 것 뿐이었답니다. 좋게 보고 공유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7-01-05 22:27	《Re》박목철 작가님! ㅎㅎㅎㅎ 그렇겠네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무섭고 엄격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손가락질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원칙대로 약속대로 공평하게 대하면 매를 들어도 벌을 내려도 불평이 없습니다. 언제 기회가 오면 그 때 벌주던 이야기도 좀 들려 드리겠습니다.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7-01-05 22:30	《Re》김종근 작가님 ! 반갑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 녀석은 지금 생각을 하여도 불쌍한 놈입니다. 부디 잘 되기만을 빌어 줍니다. 올해 24세입니다.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1-17 12:26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교육에 관한 글을 올려주셔서 두 번을 읽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태광이에게 정성을 쏟아 부셨는지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지지리 못난 태광이를 사람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으로 모든 정성을 들여 가르쳐 어느 단계까지 올려놓은 태광이가 전학을 갔군요 그 후로도 태광이에 대한 정이 남아 생각을 하시게 되었고요 아마도 지금쯤은 작가님 생각하며 잘살고 있을 겁니다 행복하게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이석희 2017-01-17 12:41	《Re》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한다고 하였지만 무슨 큰 힘이야 되었겠어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었으니 그랬지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올해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나이인데 참 궁금합니다. 잘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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