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4-07 00:37

ㆍIP: 124.xxx.224

염소 목걸이

염소 목걸이

자연 상태에서 제 멋대로 사는 동물에게는 변비나 암이 없습니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많이 먹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입니다. 배만 부르면 사자와 톰슨가젤이 놀이를 합니다. 하지만 개나 돼지 소 같은 동물들은 병이 있습니다. 심하면 암도 발병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동물들은 사람과 교감을 하거나 밀착하여 살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마음을 합하다 보니 그들이 인간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랑을 통하여 인간을 더 사랑하는 내가 되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람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볼 때에는 눈시울이 붉게 물들 만큼 가슴이 저미도록 아프기도 합니다.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내가 잘 아는 친구 한 사람은 성격이 호탕하고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여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들끓습니다. 그래서 자주 만나는 모임도 많고 어울리는 기회도 자연 많은 아주 다정다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가 들려준 이 이야기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열리는 모임에서 먹을 흑염소를 미리 골라 놓기 위하여 총무가 나서서 그 전날 오후에 염소 농장으로 간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 점찍어 두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점만 찍어두고 오면 그 놈이 어느 놈인지를 가려낼 수가 없기 때문에 염소 목에다가 목걸이를 해 놓고 온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잘못 들었기를 바랐습니다. 아니 농담이기를 진정으로 바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 전과 하나도 다름이 없는 바로 그 말 뿐이었습니다. 나의 몸과 마음은 마치 물 먹은 솜뭉치처럼 무겁고 힘이 들었습니다. 온 몸이 나른해 지는 기분입니다. 차라리 묻지나 않았으면 이런 말을 듣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아마도 그 염소는 다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내일이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그러고 나서 울었을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말 못하는 염소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그 다음 주에 그 분들은 그 장소에 가서 목걸이를 확인하고 슬픔에 젖은 그 염소를 잡아서 맛있게 먹었을 것입니다. 염소 고기가 요리로 나올 때까지 자리에 둘러 앉아 화투놀이로 여유 시간을 즐겼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른 후 맛있는 요리에 곁들여 알큰한 소주가 목줄을 타고 내려갈 때는 몸서리 쳐지도록 흥겨웠을 순간이 짐작됩니다. “위하여!” 하는 우렁찬 건배 소리와 함께 목이 터지도록 즐겁고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었을 것입니다. 비참한 죽음과 흥겨운 노래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는 소 장사를 하셨더랍니다. 우시장에 가서 몸집이 작은 송아지나 중간 소를 사다가 먹이고 키워서 알맞은 시세와 크기를 보아 장에 내다 파는 직업입니다. 장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수의 소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수컷 소를 사다가 길렀는데 자라면서 점점 거칠어 졌습니다. 주인의 힘으로도 어거가 안 됩니다. 할머니가 외양간에라도 가게 되면 떠받으려고 머리를 숙이고 뿔을 들고 덤비니 예삿일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 소만큼은 도축장에 대다 팔기로 작정하고 다음 장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너는 이제 도축장행이다!” 하시면서 긴 장대를 황소 옆에 대어 꼼짝 못하도록 묶었습니다. 집을 나서는데 가만히 보니 이 황소가 눈물을 줄줄 흘리더랍니다. 물도 사람의 마음을 압니다.

취미 삼아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생업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낚시가 취미일지 모르나 물고기에게는 인간의 낚시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살고 싶어서 태어난 남의 생명을 빼앗으니 결코 작은 죄업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

낚시하는 분들은 손맛이 온다고 합니다. 아주 이토록 짜릿한 손맛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하면서 입이 귀밑에 걸립니다. 낚시를 드리운 물에 뜬 찌가 움직일라치면 온 신경을 바짝 돋웁니다. 순간의 선택이 마치 한 평생을 좌우라도 할 것처럼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리하여 만일 성공을 하게 되면 온 세상을 다 차지한 듯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그러고선 낚싯줄을 고기의 움직임에 맞추어 빙빙 돌리면서 고기의 힘을 뺍니다. 일천 정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잡은 고기에 입을 맞춥니다. 그래도 조금은 양심적으로 죄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꼭 먹을 만큼만 잡는 사람입니다. 하루 온 종일 앉아서 잡아 다시 물에 놓아주고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고마운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입만 열면 사랑을 말합니다. 산 속에 혼자 사는 자연인도 닭을 잡아 손님 대접을 합니다. 자기가 손수 기르는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어찌 ‘나는 자연이다.’ 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새를 사랑하십니까?

김종근

2017-04-07 09:0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염소 목걸이~ 감사히 배독합니다.
작가님의 글에서 동물을 무척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릴적 어머님이 닭을 잡으시다가
생간은 저에게 먹였습니다. 그 후론 고기라는 것은 일체
먹지를 못했습니다. 멸치 새우 생선 등 모든 고기를 먹지
못하였습니다. 지금도 고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잡아 먹기 위함이겠지만
정을 주고 키우다가 잡아 먹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 되시길 바랍니다.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4/7 12:47

김상화

2017-04-07 11:34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석희 작가님
저는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배워갑니다.
오늘도 역시 염소의 목걸이란 제목의 글에서 참 사랑이란
어떤 것을 두고 말하는 지를 배워갑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 생명체인데 그 동물을 사람들은
잔인하게 잡아 즐겨 먹습니다.
저는 유득이 고기를 좋아해 즐겨 먹는 편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접하고 나니 고기 먹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즐겁고도 무겁개 배독하고 갑니다
작가님 늘 평안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작가님!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과찬의 말씀에 송구하다는 생각입니다. 행복하세요.	4/7 12:48

김종덕

2017-04-07 12:11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신지요?
언젠가 저는 사람보다 더 센 집단이 나타나 사람을 다스리는 일들이 일어 나지 않을까하는 말을 한적이 있읍니다. 생명의 폭군인 인간, 인간도 처지가 바뀌면 좀 느낌이 달라질까요. 사람을 대신해서 생명을 바치는 동물을 볼때마다 참 내가 인간이기에 생명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그렇게 마음 가볍지는 못합니다. 동물이 없으면 무엇을 대상으로 실험하여 인간의 생명을 늘일 수 있을까요. 동물 생명의 고귀함은 인간이 좀더 사려 깊게 생각하여야 할 때가 다가 온 것 같습니다. 넓은 사랑에 공감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종덕 자가님! 동물과 사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먹고 먹히는 관계는 어쩔 수가 없지요. 단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행하자는 것입니다.	4/7 12:52

백낙은

2017-04-07 12:25

이석희 작가님.
염소 목걸이 옛날 어릴 적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염소를 키워 보고 소도 말도 키워 보았습니다.
저도 도축장에 먹이던 소를 데리고 가 보았습니다만 못할 짓이더군요.
그렇다고 잡아 먹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니 때로는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더불어 사는 인생인데 서로간의 禮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심을 기도합니다.


이석희	위원장님! 먹고 먹히는 것은 자연이요 순리입니다. 단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러하자는 것일 뿐이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4/7 12:54

최혜정

2017-04-09 21:35

작가님의 글으 읽고는 저도 7년 전의 어느날이 기억 나네요. 계모임에서 몸보신 한다고 염소를 잡아서 아주 맛나게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저도 그 염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접 잡는 모습은 보지 않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염소가 겪어야 했던 마음을 생각하니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윗 단계에서 목 먹을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인간은 먹을 것이 많은데도 탐욕을 너무 부릴 때가 있는 것이 안타깝고 제 자신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석희	최혜정 시인님! 어떻게 이 먼 곳까지 찾아 오셨을까요. 그런 경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몰랐을 때 일은 잊어버리고 알게된 이후로나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될 거예요. 안 먹는 게 상책이 아니고 길러서 팔고 고기는 사다가 먹으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니까요. 감사합니다.	4/10 06:52

주응규

2017-04-10 15:19

모처럼 수필서재에 들어와 이석희 작가님의 좋은 글 배독합니다
좋은 계절에 행복도 아름다이 피우십시요.^^


이석희	주응규 작가님! 참으로 반갑습니다. 항상 바쁘신 가운데에도 글마다 댓글도 써 주시고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4/10 15:31

정찬열

2017-04-10 21:06

이석희 작가님!
작가님의 "염소 목걸이"라는 글을 배독하면서
무척 죄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은 본인이
즐겨하고쾌락을 즐기는 그 찰라에는 전혀 잘못이라는
반성의 기회를 모른 탓이지요 저역시 결혼후 부자로 사시는 처외삼촌
이 겨울이면 토끼며 노루등을 엽총으로 잡아와 재미있게 친구들과
술도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후 우연히 친구를 통해 께스를 넣어쓰는 공기총을 쏘아봤는데
군시절의 일등사수인 탓인지 날짐승을 잡는데 적중한 취미가
결국 총을 사게 되어 젊은 용기에 꿩이며 산비둘기 등을 포획하는
젊은 사십대의 절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내가 사고를 당해
생각해보니 살아있는 생명을 살생하는 죄를 받았다며 크게 후회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미련은 앞서고 후회는 뒷따른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반성하고 있는 터라 작가님의 글에 가장 죄인인듯 싶은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며 한없이 부끄러운 생각속에 글을 배독한 시간입니다.
의미깊은 글 감사합니다. 편안 한저녁 되세요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너무 자괴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잘못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시 짓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취미 삼아서 행한다는 사실입니다. 생명을 바치는 입장에서는 절박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큰 죄는 살생입니다. 사람도 살인죄가 가장 무겁지 않아요?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4/10 22:10

김상훈

2017-04-15 00:26

인간의 식탁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육류와 각종 생선, 갑자기 뜨끔해집니다. 아무 생각없이 먹던 회들, 동물을 사랑하자는 슬로건은 지구촌 곳곳에서 외치는 것이지만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길냥이들 밥 준다고 저와 싸움을 벌였던 아랫집 아저씨가 이 글을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한갓 미물도 견성이 있다했는데 참으로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석희	저는 이에 대한 대답을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육식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악한 습관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잔인해 지기 쉽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육식을 전혀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내가 기른 것은 내다 팔고 사장에서 죽은 고기를 사다 먹고...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서 나를 한번 더 살피자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로 살아야 사랑하는 세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4/15 05:42

기러기의 머나먼 여행

긴 병에 효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