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1-24 05:20

ㆍIP: 124.xxx.224

파슬리까지 먹어 치운 그 남자

파슬리까지 먹어 치운 그 남자

이른 새벽부터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아주 상쾌한 글을 읽었습니다.
“파슬리까지 먹어 치운 그 남자”
조금 생경한 제목의 글입니다.
맞선을 본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작은 키에 통통한 몸집, 무뚝뚝한 얼굴 모습 등 모두가 맘에 들지 않는 남자....
음식을 시켰는데 여자 앞에서 그릇에 장식된 파슬리까지 모조리 먹어 치우는 모습...
여자는 아찔했답니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지 뭘...’
하지만 그 남자와 길고도 긴 인연을 맺어 13년째 살고 있답니다.]

박하사탕을 한 알 입에 문 것처럼 신선한 느낌이 입 안 가득 피어오릅니다.
오랜만에 참 기분이 좋은 오늘 아침입니다.
식습관이 꼭 나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해탈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고 또 사용합니다.
해탈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려고 국어사전을 열어보았습니다.
1.굴레의 얽매임에서 벗어남
2.[불교] 속세의 속박이나 번뇌 등에서 벗어나 근심이 없는 편안한 경지에 도달함
이라고 풀이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불교 용어로 사용되지만 종교를 떠나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를 해탈하는 심경으로 풀어나가는 사람은 상대와의 사이에 걸리고 막힘이 없습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흐르고 생각만 하여도 입가에 가는 웃음이 번집니다. 그러므로 흐르는 물처럼 매끄럽고 부드럽습니다. 서로를 도와주고 밀어줍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상대방의 기쁨이 내 기쁨이요 나의 아픔이 상대의 아픔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상대가 없이 혼자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를 은혜라고 부릅니다. 이 세상을 이 은혜로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감사하며 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잠시 잠깐이라도 망각하고 말하는 순간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무거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아무리 잊으려고 애를 써도 공염불이 되어버립니다. 기와집을 몇 채씩 짓느라고 날밤을 지새웁니다.

해탈을 한 사람의 말은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어 갑니다.
우리 사람의 입은 두 가지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식을 섭취하여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일과 말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이어가도록 해 주는 역할입니다.

이 두 가지 임무는 경중[輕重]을 따로 논할 필요가 없이 둘 다 모두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섭취하는 입의 역할은 아주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조심합니다. 아마도 입과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말하는 입은 먹는 입보다는 주의를 덜 기울이며 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말 한 마디 잘못하였다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으니까 그럴 것입니다.
함부로 입을 놀리는 현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러다가 사고를 칠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고 애가 탑니다.

그런데 이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심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한 이불 덮고 잠자는 사람이 이 세상에 가장 가까운 사이입니다. 가깝고 친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부로 말을 합니다. 이해할 거라고 혼자 믿어버립니다. “왜 이렇게 해 놓았어? 아, 신경질 나 미치겠네. 에잇! 빌어먹을...” 하면서 고함질을 합니다.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참 아쉽네.”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내는 이런 남자를 존경합니다. 내가 존경받는 길은 남을 존경하는 길과 하나입니다.
목구멍에 가시가 왜 걸리겠어요. 주의를 하지 않고 먹기 때문입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간에도 해탈을 한 심경으로 서로를 배려한다면 그 관계가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내가 차린 밥상이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한 끼니까’ 하고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꿀맛을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갈 것 같은 모습으로 먹는다면 그 부부간의 애정 온도는 보나 마나가 아니겠어요?
남남이 만나서 사는 게 부부인데 매사를 나와 꼭 같이 닮은꼴을 뛰어넘어 합동으로 살기를 원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 밥상차림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 못하고 사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바로 이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입 해탈입니다.
해탈 중에서는 가장 소중한 해탈이 바로 다름 아닌 입 해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말하는 입도 해탈을 하여야 하지만 먹는 입도 그러면 더 좋을 듯싶습니다.
맞선을 본 그 날의 메뉴도 먹지 못하는 재료로 음식을 장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파슬리는 건강에 매우 좋다는 정보도 들은 기억이 나거든요.
또 저렇게 잘 먹으니 몸도 튼튼할 것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은 바로 평소부터 그렇다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주 훌륭한 배필감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입 해탈을 하신 신랑감은 이 세상 최고의 신랑감입니다.
신랑 잘 골랐습니다.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영원히 행복하세요.

김종근 2016-11-24 19:52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파슬리까지 먹어 치운 남자" 감사히 배독 합니다. 먹는입, 말하는 입 해탈, 그렇습니다.저도 먹는 것에는 욕심이 적은 편입니다. 해탈이라고 하기는 쑥스럽습니다만, 맛난것 먹으러 찾아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냥 저냥 한끼 때우는 편이지요. 말하는 입은 반성을 해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말 수가 적고 하니 말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되세요.

이석희 2016-11-24 20:00	《Re》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해탈이라는 말은 욕심에 끌리지 않는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렵거든요.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마음을 내려 놓기가 이찌 쉽겠어요. 어렵지요.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지요. 그저 그렇게 살면 좋을텐데 하는 말이겠지요. 날이 춥습니다. 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11-25 09:47	이석희 작가님. 20년도 더 된 일입니다만 저도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 그 음식이 하도 맛있어서 파슬리까지 먹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밥 한톨도 흘리거나 남기지 말라시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온 터라 지금도 그것을 실천하다보니 뱃살이 불어 문제랍니다. 음식과 말, 입의 해탈! 앞으로 더욱 힘쓰겠습니다. 건안하십시오.

이석희 2016-11-25 19:15	《Re》백낙은 위원장님 , 확실히 밥상머리의 교육이 중요한가 봅니다. 수채 구멍 주변에 밥알갱이가 얼어붙어 있으면 엄청난 꾸중을 각오해야 하였습니다. 요즈음 상식으로는 남득이 안 갔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식성 하나만은 자랑할만 하고요. 뱃살 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으니까요. 이게 다 어릴 때 야단을 맞은 공덕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원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맘껏 웃었습니다. 건강하세요.

정찬열 2016-11-26 09:55	이석희작가님"파슬리까지 먹어치운 남자" 감동으로 배독했습니다. 모르고먹은 것인지 의도적으로 먹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인연이 되었군요 작가님의 "해탈"의 경지 다시한번 생각하게합니다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이석희 2016-11-26 11:23	《Re》정찬열 작가님! 건강하시지요? 응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격려에 힘입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추위 잘 이겨 내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6-11-27 13:04	글을 읽으며 저를 돌아 보았습니다. 저도 음식에 곁드린 것들 중 웬만한 것은 다 먹습니다. 파슬리? 저도 먹습니다. 저는 차려진 음식은 깨끗이 먹어치우는 습성이 있습니다. 깻잎이나 상추를 먹어도 꼭지를 자르지 않고 다 먹습니다. 멸치도 머리나 내장까지 그대로 먹습니다. 이만하면 해탈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보살의 경지에 든 건 아닌가요?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작가님,

이석희 2016-11-27 13:17	《Re》박목철 작가님! 허허허허 주관식 시험지 채점하는 기분이 슬쩍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그리도 저와 닮았을까 싶습니다. 저도 한번 씻은 상추는 무조건 다 먹어치웁니다. 여자들은 혼자만 깨끗한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손으로 씻어서 상에 올려놓고 또 다듬으면서 먹어요. 참 코가 다 막힐 지경입니다. 작가님의 답글을 보고 저도 엄청 웃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계숙 2016-11-29 21:05	즐거운 이야기가 멋진 감동의 글로 이어져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해탈의 입이 흥미롭습니다. 먹는 입 말하는 입의 소중함~ 또 한번 깨닫습니다. 어찌나 재미나게 쓰셨는지 미소가 번지며 순식간에 읽어서 다시 한번 정독하였습니다. 늘 멋진 글 주셔서 열심히 귀 기울이며 배움합니다. 늘 건필 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작가님~

이석희 2016-11-30 03:25	《Re》장계숙 시인님! 참 반갑습니다. 어쩌면 이토록 맛있는 글로 제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으실 수가 있을까 그대는 진정한 마술사이시군요. 글의 마술사 말입니다. 무슨 배움씩이나... 부끄럽습니다. 더 배우겠습니다. 더 많이 닦아볼랍니다. 다짐합니다. 추운 새벽입니다. 목도리까지 두르고 앉아 이 글을 씁니다. 부디 건강하소서().

김경렬 2016-11-30 20:13	즐겁게 배독 하였습니다. 파슬리는 요리의 장식용으로 쓰일때는 보통 잘먹지 않지요. 요리에 넣으면 재료의 특이한 냄새를 잡아주고 약초로도 한몫을 합니다. 즙으로 마실때는 당근이나 셀러리, 상치등 채소즙을 혼합해 마시면 신장질환에 좋고 시신경 질환에 효과적이라 합니다. 부신 갑상선 까지.. 아주 약성이 뛰어 난 건강 약초랍니다. 저도 파슬리를 잘 먹습니다. 해탈을 인용하신 입의 해탈 의미있게 새김니다.

이석희 2016-11-30 22:58	《Re》김경렬 작가님 ! 반갑습니다. 파슬리가 그렇게 좋군요. 어디서인가 무료로 임대하여 사용하였는데 미안할만큼 훌륭한 식재료였군요. 저도 이제부터는 유념하여 챙겨 먹어야겠네요. 유익한 정보를 알려 주시어 더욱 더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달력이 외롭게 걸리게 되었습니다. 남은 달도 보람 속에 보내시기를 심축합니다.

김려숙 2016-12-16 12:15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셔요 우리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입의 놀림 먹는 것과 말하는 것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작업인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십니다 해탈의 경지까지 가려면 무척 힘들겠지만 상대에게 또는 주변에 행복을 준다면 입의 해탈은 극치인 듯 싶습니다 깨끗하고 싱싱한 파슬리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약간 쌉쓰레한 맛이 괜찮드라구요 연말이 다가옵니다 항상 편안하시고 행복하셔요 작가님 ~

이석희 2016-12-29 00:54	《Re》김려숙 작가님 !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을 공유하여 주시니 더욱 더 감사합니다. 날마다 편안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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