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12-15 12:13

ㆍIP: 61.xxx.81

(3 부)

(3부)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네 살이 되었다. 불룩한 엄마 배에 입을 대고 무어라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별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엄마 뱃속의 동생에게 ‘등대지기’ 노래를 불러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S는 미소를 지으며 아들이 나간 쪽을 향해 큰소리로 말한다.
“조금만 놀고 일찍 들어와야 한다!”
S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의 간식으로 핫케잌을 굽는다. 아이가 간식을 먹는 동안 S는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 하였다. 그가 좋아하는 오징어 요리를 하고 구수한 된장찌게도 끓였다. 퇴근해 돌아오는 그는 현관 앞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코를 벌룸 거리며 좋아한다.
저녁상을 받은 그는, 상기된 얼굴로 S를 바라보며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 과장이 모 회사에 부장으로 스카웃이 되어 갔잖아, 나를 오라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뜬금없는 말에 S는 멍하니 그를 처다 보다가 한마디 한다.
“무슨 자리로 오래요? 월급은 얼마고요?”
“과장 자리를 주고 월급은 지금의 두 배는 받게 되나봐, 그 회사는 출산비도 따로 나오고 사원대우는 괜찮은 것 같아”
S는 솔깃했지만 돈보다는 ‘얼마나 든든한 자리인지, 장래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잘 알아보고 생각해 보자’ 고 자기의 의견을 밝혔다. S는 전에 회사 다닐 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업은 필요에 의해 스카웃을 하기 때문에 대우는 파격적 일 수 있지만 생명이 짧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도 기업에 다니는 친구에게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이 주일 후 그는 S에게
“오늘까지 답을 주어야해, 어떻게 할지 당신이 원하는 데로 할께”
S는 갑자기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무슨 말이든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S는 며칠째 수입에 대한 유혹으로 기와집을 지었다 헐었다 하며 혼자 무지개 꿈을 꾸기도 여러번, 공무원 월급은 항상 빠듯한 생활이었기에 갈등으로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노후에 공무원연금에 대한 보장도 ‘하나의 보상’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S는 생각을 침착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결정은 당신이하세요. 다만 둘째도 곧 태어나면 네 식구나 되는데, 가늘고 길게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괜찮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나 당신이 마음 가는 데로 정하세요, 당신 뜻을 존중 할께요.”
그는 알았다고 하면서 출근을 하였다. 하루 종일 바쁜 업무 중에도 그는 갈등이 왔다. 퇴근 시간에 그는 용단을 내렸다. 공무원으로 남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결심을 통보하고 나니 아쉽기는 했지만 마음은 후련했다. 며칠 동안 두툼한 월급봉투가 눈앞에 왔다 갔다 했지만, 더 열심히 일하여 남보다 빠른 승진을 하겠다는 ‘야심’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일요일도 반납하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 하였다. 심지어 열 달 내내 딸 타령을 했던 그는, 정작 딸이 태여 났어도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점점 일 중독자로 변해갔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으면 뭔가에 쫒기 듯 마음이 불편하여 집에서 쉬지도 못하였다. 이런 그를 동료나 상사는 성실하다고 인정해 주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 공무원이었다. 이듬해는 대통령상으로 모범 공무원상을 수상하였다. S는 그해 전국에 모범공무원 포상자들 부부초청으로 청와대 다과회도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어서 총무처직원의 인솔로 4박5일 전국 유명 산업단지 시찰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난생 처음 일류호텔에서 잠을 자고 호텔 뷔페식사도 하면서 S는 그의 덕분에 호강을 하며 즐거웠다. 포항 제철에서는 거대한 용광로에 펄펄 끓는 철로 철판을 제작하는 웅장함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느꼈다. 조선소의 엄청나게 큰 배를 보면서 세계 최고 조선대국의 위대함을 볼 수 있었다. 관광버스로 이동 할 때 마다 돌아가며 느낌을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강원도 오지에서 온 파출소 소장 부부이야기에 버스에탄 모두가 뒤집어 졌다.
“무신 호텔이 이불도 없어요, 침대자루 속에 비집고 들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을 잤더니 허리가 아파 죽게 생겼습니다, 또 욕실은 왜 수도꼭지가 빨간색 파란색이 있어요, 파란색은 ‘가시 오‘ 라 파란색만 틀고 모욕을 하여 감기까지 들었으니 주체 측에 약을 요구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폭소를 터트리며 웃어댔다. 그들 부부는 여행 내내 웃겨서 마지막 날 인기상을 타기도 했다. S부부는 혼인한지 10년이 넘어서 난생 처음 즐거운 여행을 하였다. 시골 집에서는 대통령상을 탄 아들자랑으로 사는 맛이 난다는 어머니의 신바람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 왔다. S는 일요일도 없이 일만 하는 그가 안스러웠지만 한편 든든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그는 해마다 상이란 상은 다 휩쓰는듯 하였다. 그럴 때 마다 업무능력평가에 점수가 올라가서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을 하였다.
어느새 그는,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 한번낙방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때문에 시험 순위가 되면 휴가를 내고 열심히들 공부를 한다고 한다. 5년째 재시를 준비하는 선배도 있다고 했다, S는 그의 고시 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우리고 있었다. 그는 산적한 업무로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퇴근 후, 고시학원에서 특강을 들으며 밤새도록 공부를 하였다. 고시를 앞두고 집근처 여관을 빌려 그는 밤낮으로 공부를 하였다.S는 삼시세끼 영양식을 만들어 날랐다. 뇌 기능 보식으로 이틀에 한번 씩 생물 참조기를 푹 고아서 즙을 내어 차대신 마시게 하였다. 정육점에 부탁해서 갓 잡은 우골을 가져다가 비위가 약한그에게 삶아서 소금을 찍어 먹도록했다. 그는 맛이 고소하다며 맛있게 먹는다. 뇌가 맑아진다는 잣을 책상위에 놓아주는등, S는 그의 건강을 위하여 갖은 신경을 다 썼다. 생활비가 모자랄 때마다 친정으로 달려가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학원비와 책값 등 제반 경비를 충당하였다. 아이들 옷값을 줄이기 위해 옷 도매상에서 아이 또래의 옷을 떼어다 이웃과 싸게 나누어 입히기도 한다. 필요한 살림살이도 이웃과 공동 구매로 알뜰하게 지출을 줄여가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드디어 합격발표가 나던 날 동료친구들이 소주병을 흔들며 집으로 쳐들어 왔다. S는 너무나 좋아서, 무엇을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마치 뽕내 맡은 누에마냥 쩔쩔맸다. 술상을 차리는 손이 계속 후들거렸다. 이번 행정고시는 시간이 모자라서 합격은 꿈꾸지 말라고 하였기에, 그 기쁨은 몇배의 감격으로 안겨 왔다. 친구들이 돌아간후 그는 아내를 안아주며,
"그동안 고생 많았어, 당신 정성에 하느님이 감복 하신거야! 고마워! 이제 부터는 탄탄 대로야,"
얼마후 사무관 임명장 받아든 그는, 그제서 실감이 났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쳤다. 부임을 하자마자 대전 공무원 연수원으로 3주간의 직무연수를 떠났다. 주마다 평가시험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하숙집에서 공부를 하느라고 집에도 다녀가지 않았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 S는 연락도 없이 세 살짜리 딸과 기차를 타고 그를 찾아갔다. 두 모녀는 한껏 성장을 하였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딸과 감색 원피스를 차려 입은 S의 모습은 평소와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연수 동기들은 ‘아름다운 천사들’ 이라고 극찬을 하며 그를 부러워하였다. 젊고 아름다운 부인이 예쁜 딸을 데리고 위문을 왔다면서, 환영해 주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 한턱을 내겠다고 하였다. 그 날 밤 그는 S가 선물해준 멋진 시계를 손목에 차고 벙글벙글 입이 귀에 걸렸다. 연수원 입소전날 동료들의 축하 파티로 잔뜩 취해 손목시계를 분실하였던 것이다. 꾀나 불편 하던 참이었다. 그는 밤이 늦도록 시계를 들여다보며 잠들지 못했다. 역시 아내밖에 없다는 생각에 잠자고 있는 아내얼굴을 바라보다 살며시 안아 준다.

백낙은 2015-12-15 19:58	김경렬 작가님. 3부 잘 배람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오신 파출소장의 위트에 저도 빵 터졌습니다. 가정생활을 아기자기하게 그리신 것을 보고 s는 아주 섬세한 여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동을 받아 만면에 웃음이 절로 번집니다. 다음 4부를 기다리겠습니다. 은안하소서. 샬롬입니다.

김경렬 2015-12-16 07:31	위원장님! 어서요세요. 늘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필방이 댓글에 인색하여 힘이 빠지다가도 위원장님 사랑어린 한마디에 다시 용기를 냅니다. 감사합니다.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정찬열 2015-12-19 21:51	김경렬 작가님 그동안 제가 11월 중하순경에 자녀들이 엄마의 회갑 기념으로 두딸과 함께 남프랑스를 비롯하여 12일간의 4개국을 다녀오고선 계속되어 쫒기는 일과에 오늘에야 작가님의 能文能筆한 가슴 뜨거운 작품을 배람했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상상조차 못하는 줄거리에 깊은 감동입니다. 다음 호를 기다리며 내일 행사때 인사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5-12-21 04:57	정찬열 작가님! 그동안 행복하신 가족 여행을 다녀 오셨습니다.부럽습니다. 작가님이 오시니 서재가 꽉 차는 느낌입니다. 어제는 먼빛으로만 반갑게 뵈었습니다. 명인 명시에 문학상에 연단에 거푸 오르시는 모습 참 좋았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년말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4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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