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7-02 04:06

ㆍIP: 61.xxx.81

사랑방이 별장
사랑방이 별장
김 경 렬
“따르릉~~”
“안녕 하세요 사모님, 전화로 인사를 드려서 죄송 합니다”
젊은 부인의 목소리다. 어제 밤에도 손님이 오셨냐고 물었다. 무언가 확인 하려는 듯이...의아해 하는 나에게 부인은
자기소개를 한다. 자기 남편이 아무개이며 항상 사모님 얘기를 하면서 한번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많이 배우라고 했다는 것 이었다. 사실 어제 밤에 그분은 오지 않았지만 애매모호 한 답변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개운치가 않았다.

6,70년대에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 때였다. 해서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었다.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맨 근검절약으로 방 두 개짜리 작은 집을 융자를 안고 장만하게 되었다. 그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작은 방은 놀이방으로 사용했다. 남편은 입버릇처럼 바쁘단 이유로 일요일도 없이 사무실로 나가 일속에 묻혀 살았다. 무엇 때문에 왜 그렇게 바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만했다. 어느 날 술을 한잔씩 걸친 동료들을 집으로 데려 왔다. 전에 없던 일이라 당황했지만 술상을 보라기에 찌개를 끓여 소주와 함께 내 놓았다. 한잔씩 나누며 화투 놀이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12시였다. 밤을 새울 기세다. 밤참을 준비해서 차려내고 아이들 옆에 누었는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가끔 이렇게 모이면 좋겠다. 식당에 있으면 눈치 보이고 괜한 돈을 써야 하는데 말이야, 오늘 참 좋다. 밤참도 있고 금상첨화네’ 그러더니 사무실 업무 이야기, 성질 더러운 상사 이야기, 줄줄 흘러 나오고 그 상사들을 입으로 패대기를 치기 시작 하였다. 이건 아무개, 이건 아무개, 화투짝으로 짝짝 내리치며 뭉친 속을 풀어내고 있었다. 남편들이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어름 물주전자를 들여 놓았더니 벌컥벌컥 들이키며 신바람이났다. 아침 일찍 술국을 끓이고 간단한 조반을 준비했다. 다섯 명이었는데 두 명은 새벽에 돌아가고 없었다. 셋이 나란히 출근을 하면서, 면목 없다고 인사를 하기에 자주 와서 회포를 풀고 가라는 내 진심을 전달했다.

이후 우리 집에 은어가 붙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별장’가자는 말이 우리 집에 가서 놀자 라는 암호가 되었단다. 몇 해 사이 이사도 잦았다. 그래도 여전히 별장이었다. 늦은밤 칼국수나 수제비를 떠서 한 그릇씩 대접하면 얼마나 좋아들 하던지~~미안해하며 야식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챙겨 주었다. 몸이 불편한 날은 빵과 과일을 내놓았다. 소문이 나면서 다른 과의 동료들이 합세하기도 했는데, 남편은 화투를 칠 줄 몰라서 번번이 잃었다. 정해진 액수를 잃으면 손을 놓으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해 주어서 고마웠다. 틈틈이 행시 준비를 하던 남편은 퇴근 후 고시학원에서 밤이 늦도록 공부를 하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그 친구들은 남편이 없는 줄 알면서도 찾아왔다. 그런 날은 미안해서인지 야식을 사들고 왔다. 한두 달에 한번 씩 그들의 별장이었지만 고3이 된 아들 을 위해서 당분간 양해를 구했다. 모두 미안해 했다. 아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격려해 주었다.

그 마지막 밤이 어제였다. 그 부인은 전화를 끊고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 왔다. 오자마자 남편의 흉을 보기 시작 하였다. 최근 몇 달은 월급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우리 집엔 몇 번 오지도 않았다. 프로 였기에 심심풀이 장난에 흥미 없어 했다고 들었는데 매일 밤 어디 가서 우리 집을 방패로 삼았을까? 안쓰러웠다. 그 부인은 나에게 성인군자라고 소문 난 거 아시냐고 물었다. 매일 우리 집을 핑계 대며 좋은 소리는 다 한 모양이다. 남편 칭찬에 어떤 분인지 한번은 꼭 뵙고 싶었다고 했 다. 고맙다는 말밖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들어 주기만 했을 뿐...두 잔의 커피는 식어서 하얀 더깨가 덮혀있었다. 지금은 모두들 은퇴하였다. 파뿌리가 되어 행사 때 가끔씩 만나면 그때의 추억들을 풀어 놓는다. 그때가 정말 좋았었다고....갑자기 그때 그 부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이순향

2015-07-02 10:00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멋지세요..
배려에 대해서 생각해 본 날입니다....잘 보고 갑니다....^^*


김경렬	이순향 작가님 반갑습니다. 찾아주시고 졸작을 읽어 주시고 흔적 주시니 감사하니다. 건안건필하시고 좋은글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7/2 15:33

백낙은

2015-07-02 11:00

작가님. 옛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목사인 저는 아주 아주 생소한 이야기랍니다.
그 때는 그래도 지금은 좋은 추억거리네요.
한 가정을 불화나 파탄으로부터 구한 구세주? 작가님이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따리 자주 풀어 놓으세요. 감사합니다.


김경렬	목사님 안녕 하세요? 무더운 칠월의 문턱입니다. 소재가 단순하고 큰 의미가 없는것 같아 망서렸습니다. 그때는 제생각에 박봉에 시달리는 가장들이 불쌍해서 사랑방으로 내 주었지요 안전한 곳에서 맘껏 성토도 해가면서 서로간에 위로도 받을수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남편 또래 들이라서 친목도 다지며 서로 정도 두터워졌지요. 지금도 그 맴버들이 만나면 서로 반가워하며 흘러간 정담에 빠진답니다. 졸작을 배독해 주시고 덕담을 주시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7/2 15:52

설연화

2015-07-02 12:07

수필과 소설이 다른 점은 허구와 진실성이라는 것 말고는 구도는 비슷합니다. 보여주기와 말하기라는 기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김경렬 작가님께서 사용하시는 기법을 말하기 기법이라고 합니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것으로 사건을 모두 이야기해주는 기법이지요. 이 기법의 경우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간단명료하게 사건 중심으로 짧은 지면을 이용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은 극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잔잔하게 말하기 기법으로도 극적 효과까지 가져오시는 문장력을 지니신 것 같습니다.

한동안 저희 옆지기도 사무실 사람들과 어울려 화투놀이가 아닌 카드를 즐겼지요. 하지만 제가 집에서 일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 일이므로 몇 차례 모이더니 일을 못하고 있는 저를 보고 미안했던 지 장소를 옮기더군요. 물론 한 때였고... 따는 사람만 따고, 잃는 사람은 계속 잃으니 재미 없어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그리고 김경렬 작가님의 문장력에 감탄했습니다. 좋은 글 자주 읽을 수 있게 해 주셔요 ^_________^


김경렬	설작가님! 작가님의 청소년 탁아소를 배독 하면서 사랑방 소재를 써보았는데 제목을 사랑방으로 했다가 별장으로 바꾸었지요.너무 평범해서 손질을 해야 했는데 작가님이 바쁜시간에 들어오셔서 실망하실까바 그냥 올려 놓았습니다.심심한 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칭찬은 부끄럽습니다. 좀더 신경을 써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2 16:07

백낙은	햐! 김경렬 작가님. 참 좋으시겠다. 설연화 작가님으로부터 칭찬도 받으시고... 부럽습니다. 설연화 작가님께도 꾸벅...절합니다.	7/2 21:16

이길선

2015-07-08 01:32

댓글 달기가 조심스러워 매번 그냥 가지만 - 머무는 동안은 미소 가득이랍니다 -
설연화작가님의 댓글에 - 백낙은작가님의 사랑에 - 김경렬작가님 행복하시죠?!
제 서재 방문에 댓글사랑 - 깊은 감사드립니다 - 늘 건안하세요!


김경렬	어서 오세요 이길선 작가님! 저는 이 작가님이 하시는일이 너무 좋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파뿌리가 되고보니 바쁘게 달려온 젊음이 후회는 없지만 눈을 크게 넓게 보지 못하고 달려와서 좀 아숩습니다. 서재가 많지는 않지만 오시면 한자라도 흔적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용기를 주는 것 이기에.. 반갑고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정진 하시기 바랍니다.	7/8 08:39

자장가

복 받은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