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8-21 10:44

ㆍIP: 61.xxx.81

2부)
( 제 2 부 )

여인은 간간히 민 형을 떠올리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어릴 적 자주 드나들며 귀애해 주었던 추억, 혼인 전날에 출장이라 예식에 참석을 못해 서운하다면서 달랑 오백 원(60년대) 을 봉투에 넣어왔던 소문난 자린고비의 진수, 그래서 서운하고 기분이 상했다. 여인은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민 형은 출장 올 때 마다 전화를 걸어 얼굴을 보자고 하였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열심히 살고 있는 여인은 말 그대로 현모양처였다. 여인은 한두 번도 아니고 올적마다 전화를 걸어 나오라는 민 형이 귀찮아지기 시작 하였다. 아이들 키우느라 변변한 옷이 없어 외출을 꺼리는데, 안부 전화도 아니고 매번 그것도 멋쟁이 들이 모여드는 명동으로 나오라는 것이 더 싫었다. 어쩌다 한번 만나면 이리 저리 택시를 타고 비싼 식당을 가고 얻어먹자니 불편하고 내자니 지출이 심하고 짜증이 났다.
그녀는 알뜰한 저축으로 집 장만의 꿈을 이루고 아이들도 공부를 잘해 아무 걱정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어릴 때 가정교육을 잘 받아 윤리 도덕관이 정확하고 사람의 도리를 잘 아는 심성이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민 형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민 형은 가물에 콩 나듯 한번 만나는 날이면 함께 좋은 곳에 가자며 안내를 부탁한다. 여인은 한적한 고궁보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더 편할 것 같아 남산 타워로 갔다. 그날따라 평일 임에도 관람객들이 인산인해였다. 남도 사투리가 시끄러운 지방의 관광단이 우루루 엘리베이터로 몰려들어와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이때를 틈타 벼란간 뒤에서 살그머니 껴안는 것이었다. 민 형이었다. 그녀가 두 손을 풀어냈더니 이번엔 두 손을 꼭 잡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잠간 사이에 사람들 몰래 실랑이를 하며 손을 빼내었다. 때마침 승강기 문이 열렸다. 타워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몇 발짝 간격을 두고 휘돌아 내려왔다. 내려올 때 여인은 민 형이 먼저 승강기에 타는 것을 보고 비켜섰다가 마지막에 탔다. 내려오자마자 화가 풀리지 않은 여인은 빈 택시를 세워 타고 한마디 말도 없이 훌쩍 떠나 버렸다. 혼자 남겨진 민 형은 황당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밤마다 꿈꾸던 그녀를 품어 본 것이 기쁘기 한량없다. 아직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결에서 풍기는 샴푸 향기가 코끝을 감싸며 맴 도는 것 같다. 혹여 그녀가 차를 돌려 돌아오지 않을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민 형은 혼자서 터덜터덜 남산을 내려왔다. 민 형은 서산마루에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사라지는 태양이 마치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인은 떠나면서 망연자실 서있는 민 형의 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보았다. 화는 났지만 한편 안타까운 마음에 두 눈이 촉촉 해졌다. 평소처럼 점잖은 어른으로 있어주면 좋았을 것을 .... 여인은 간간히 만날때마다 의도적으로, ‘오늘은 무슨 효도를 할 까요’ 란 말을 늘 했었다. 그 때마다 민 형은 미소만 지을 뿐 이었다. 여인은 민 형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이리저리 나름 애를 썼으나 그날 승강기내 사건으로 마음에 커튼 하나가 내려졌다.
몇 번의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여인의 징계였다. 그러나 한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끝내야겠다고 작심한날 마침 전화가 왔다. 여인은 민 형 아들집 근처 릉으로 약속을 하였다. ‘여자는 많지 않느냐? 진이(민형의 딸)라면 어떻게 하길 바라느냐?’고 화두를 던졌다. 여인은 ‘하늘에 계신 부친 마음도 아파하실 것’ 이라고 했다. 이제는 접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민 형은 마치 각오를 한 듯 의 외로 담담하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였다. 그리고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사랑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정중히 하였다.그리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어 마지막 부탁을 했다. 어려운 시설이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시면 좋겠다고 운을 떼었다. 뜻밖에 민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응대를 해 주었다.자린고비라 소문난 자기를 위해 말년에 좋은일 하라고 어려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며 고맙다고 하였다. 이별의 악수를 나누는 애틋한 호수에는 촉촉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백낙은

2015-08-21 14:41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2부를 기다렸는데 벌써 올리셨네요.
더디어 여인이 결단을 하는군요.
"이별의 악수를 나누는 애틋한 호수에는 촉촉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별들이 반짝이는 듯한 표현입니다.
작가님이 계서 우리 수필 서재가 훈훈합니다.
고운 글 감사드리오며 잘 拜覽하고 갑니다. 샬롬을 빕니다.


김경렬	처녀작이라 허술합니다. 그러나 지저분한 인간들에게 경종을 우리고 싶어서 시작을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한번 시작을 해 본것입니다. 겨려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21 18:03

정찬열 2015-08-21 16:0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애틋한 호수에는 촉촉한 별들이 반짝이는 .. 애틋한 마무리에 작가님의 회상이 멋지게 그려진체 작가님의 멋진글 감동으로 배독 했습니다. 알찬 나날 보내시고 늘 건안 하세요

김경렬 2015-08-21 18:07	졸작을 열심히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녀작이라 허술한점이 많습니다. 용기를 주시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석으로 선선합니다. 정찬열 작가님이 건강하시고 늘 행복 하셨으면 합니다.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