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4-01-23 21:57

ㆍIP: 211.xxx.58

난 국내 체질이야,

한 달 전에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엔 친정 식구들과 중국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언젠가 친정식구들이 모였을 때 모두 같이 해외여행을 한번 가자고 누군가가 말을 꺼냈고 별생각 없이 그러자고
한 것인데, 정말 해외여행을 같이 떠나게 된 것이다.
나는 여러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언니와 형부 중 한 번도 해외로 나가보지 못한 사람이 있어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긴 셈이고 덕분에 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딸만 다섯에 아들 둘인 친정집에서 나는 다섯째 딸로 태어났고 뒤로 남동생이 둘이다.
첫째 남동생은 올케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지고 다섯 자매와 막내 올케, 남자 셋(형부, 내 남편, 막내 남동생)
이렇게 9명으로 팀이 구성되었다.
여행지 선정부터 합의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일본이 대상이었는데 원전사고를 보고는 모두가 일본은 싫다고 고개를
젓는 통에 결국은 중국 상해를 중심으로 여행지를 선정하였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은 여행 가방이 단출 한 법이다.
살림꾼들인 언니들이 여행 중 비싼 먹거리 사 먹을 일없다며 준비한 짐들이 대단했다. 덕분에 여행 중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진 않은 셈이고, 비용도 많이 절감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친정 식구들이 한 번에 모여서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왁자한 우리의 여행은 순조롭게 출발을 한 셈이다.

상해에 도착하니 우리를 전담할 가이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동수단은 25인승 버스, 우리 열 명이 버스 한 대를 이용하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차에 자리를 잡자 셋째 언니가 떠나가 전 조카들이 새벽 네 시까지 붙잡고 교육을 했다며, 가이드에게 한마디 한다.
“중국에서 잘못하면 납치되어 장기 털린다는데 걱정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털리지 않게 잘 붙잡고 있을게요,”
모두가 한바탕 웃는 것으로 첫날 여행 일정과 가이드와의 상견례는 편안하게 시작되었다.

중국을 여러 번 다녀 본 사람은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 중국을 방문한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중국의 교통문화이다. 시내 중심가에서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아무 데서나 차를 돌리거나 마구 달리는
차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다. 처음 접해본 남편이나 형부는 많이 놀란 모양이다.

하루 관광 일정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면 각자 자기의 방으로 가서 샤워한 후,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한곳으로 모인다.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준비해간 간식이 펼쳐지고, 여행 갈 때 필수품인 소주(한국 소주, 싸고 좋은 술이다.)까지 등장한다.
웃고 떠들고 얘기의 꽃을 피우다 보면, 여행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게 마련이다.
막냇동생이 면세점에서 겁 없이? 산 밸런타인 30년산 몇 병도 깨끗이 비워졌다.
- “촌놈들, 중국 갔으면 좋은 중국 명주를 먹어야지 웬 양주야?”- 서울 왔더니 어느 시인이 한마디 했다.

한국 사람은 먹거리에서 굉장히 국제적이지 못하다.
외국엘 가도 꼭 한국 음식만을 찾게 된다. 남편은 호텔에서의 아침 조식도 영 마땅치 않은 듯,
“어! 이게 뭐야? 손 갈 만한 음식이 없네,” 외국인이 우리에게도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듯 중국 특유의 냄새가 있다.
중국음식에서 강하게 풍기는 향신료 냄새는 식욕을 잃게 한다.
우리 일행 중 둘째 언니와 막냇동생만이 “딱 내 스타일이야,” 라거나 “딱 내 입맛이야,” 잘도 먹는다.
-우리 음식이 그리워져 가는 우리 눈에는 살짝 얄밉기까지 하다. ㅎㅎ,-
그런데 어쩌나, 우리가 싸 가지고 간 고추장에서도, 중국 향신료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많은 곳을 다녔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상해의 야경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이다.
상해의 야경은 이국의 정취를 자아내는 꿈같은 정경이었고, 임시정부 청사 유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중한
유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고맙기도 했다.
먼 이곳까지 와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얘 쓰시던 애국지사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을까?
애국심에 가슴이 뭉클 해 진다.

친정식구 돌과 함께한 중국여행, 아주 좋았다.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흩어진 지가 언제인데,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짐을 꾸렸다. 자식들이 기다리는 한국으로 가려고, 그런데, 남편이 많이 아프단다.
태국여행을 갔을 때도 아프더니 또 아프단다. “많이 아파? 촌스럽게 왜 외국만 오면 아픈 거야,”
걱정 반 핀잔 반 내 말에 남편 왈, “우리 가족 중국 와서 장기 털릴까 봐 신경 많이 썼더니,” “에이고 뭘 신경 써?”
자신은 해외여행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난 국내 체질이야,-

후기-남편은 한국에 와서 꼬박 보름을 앓았다.
콧속까지 다 헐고 여행 후유증으로 한참을 고생했다.
“남편아 내 장긴 내가 잘 지킬 텐데 왜 신경을 써서 아프기까지 해, 다음엔 안 그래도 돼요,”

주응규 2014-01-24 14:25	이은경작가님 곱게 내리신 글에 흠뻑 취해봅니다 이제 설날이 몇일 남지 않았네요 갑오년 새해 행운이 함께하시고 좋은 옥고 많이 순산하십시요 기온차가 심합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요^^

이은경 2014-01-26 18:42	주응규님의 호의적인 댓글, 많은 힘이 됩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기도 하고요. 바쁘시더라도 건강은 잘 챙기십시요, 행복한 시간 되십시요,

아들,

가족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