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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3-12-29 20:50
ㆍIP: 211.xxx.58
가족여행,
                   
내년이면 결혼을 한 지 만 20년이 됩니다.
결혼하며 남편과 약속을 했습니다. 10주년마다 웨딩 촬영도 하고, 여행도 가자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세월이 가더라도 잊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살기가 약속을 지킬 만큼 한가롭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 자체를 까마득히 잊고 쫓기듯 살아왔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요,
그렇지만 모든 어려움은 남편의 몫이었고, 저와 아이들은 몇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오도록 배려를 받았습니다.
정작 약속의 당사자인 남편만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었던 셈입니다.
첫 번째 여행도 두 번째 여행도 세 번째 여행도 남편은 묵묵히 여행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아쉬움과 서운함의
뒷모습만을 보였을 뿐입니다.

늘 아쉬움 속에 기대하던 남편도 함께하는 가족 여행의 꿈이 우연히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남편의 일정이 모처럼 한가하게 비었고, 막내도 고교진학을 앞두고 훈련의 틈이 생겨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 입니다. 사실 무리해서 일정을 잡으면 여행 내내 뭔가 마음이 편치 않은 법이니까요,
우연이긴 하지만 결혼 20주년을 미리 축하라도 하듯, 모두 함께하는 꿈같은 일이 실현된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저녁이면 함께 모여 여행지 선정을 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등, 출발 전날까지 들뜬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일단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지만 정작 여행지 선정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남편과 큰아들은 일본을, 나와 막내는 따뜻한 휴양지로 바다가 보이고 수영장을 갖춘 시설이 좋은 곳을 원했습니다.
언제나 최종 결정은 남편과 큰아들의 양보로 끝나게 마련입니다.
여행지는 태국의 푸켓, 예약을 미리 해두고 마음 설레는 준비는 더디기만 했지만, 모두 기대가 가득 했습니다.

공항에서 우리를 배웅하고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향하던 남편의 뒷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남편과 함께한 첫 해외여행이기에 6시간을 비행하는 동안에도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열대의 나라 태국, 과일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남편과 막내는 제 세상을 만난 듯 기뻐했습니다.
밥을 굶고는 살아도 과일을 못 먹으면 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남편과 막내는 과일을 좋아하니 천국에 온셈입니다.
처음부터 일정에 쫓기는 단체여행을 피하고 우리 가족만을 위한 별도의 일정을 잡았기에 너무도 편하고 넉넉한
여행을 즐긴 셈 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넉넉하고, 전 일정을 가족이 같이하니,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레스토랑에서 호텔 바에서 것도 모자라 호텔의 한방에 모여서 정말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일부터 마음에 담았던 깊은 속까지 모두를 털어놓는 값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코끼리도 타고, 배도 타고, 동양인이라곤 달랑 우리뿐인 수영장에서 수영도 즐기고, 꿈같은 일정이 훌쩍 지났습니다.
섬 관광을 간다고 나갔다가 풍랑이 심해 앞에 떠난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기겁하고 회항 하던 일,
시내 관광을 나갔다 먹은 새우요리와 랍스터가 잘못되어 세 남자가 배앓이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가족여행은 서로
다시 바라보는 좋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가족이 같이 모여 깊은 대화를 나룰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입니다.
각자 자신의 일정에 쫒겨 한자리에 모여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운 평상시의 일상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벽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단 며칠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힐링, 제대로 한 셈입니다.
남편과 약속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아서 내년에도 다시 가족 여행을 하자고,

가족여행, 서로을 다시 돌아보는 값진 여행이기에 모두가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한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겼습니다.
열심히 서로위하며 살아가자고, 다짐도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값진 여행의 달콤함에 젖어 다정한 눈으로 서로 바라볼 것 입니다. 제대로 돈을 쓴 셈 입니다.
이름아이콘 송준혁
2014-01-01 05:40
회원사진 		2014년 갑오년에 인사 올립니다

가정에 건강과 행복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문운이 창대하시길 비옵니다

작가님 건강하십시오^^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1-04 22:52
회원사진 		청마의 해 첫 주밀 밤에 공감하는 글에 머물러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은경
2014-01-26 18:47
 《Re》송준혁 님 ,
항상 격려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송준혁 시인님 께서도 복 많이 받으시고
만사 형통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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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들, 3 이은경 2014-02-16
8 난 국내 체질이야, 2 이은경 2014-01-23
7 가족여행, 3 이은경 201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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