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4-02-16 12:39

ㆍIP: 211.xxx.58

아들,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키를 훌쩍 넘어선 아들이 커진 덩치만큼이나 생각도 성숙하여 엄마의 마음은 한결 든든합니다.
막내의 졸업식에는 바쁜 아빠를 대신하여 형으로서 가장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자식이지만 장남과 막내의 느낌은 다릅니다. 장남은 든든한 울타리와 같다고나 할까요,

첫아이가 대개 그렇듯이 큰아이를 출산하기까지 너무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오랜 산고(30시간여의 진통)를 이겨내며 힘들게 만난 아들, 그 힘든 과정에서도 아기의 모습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내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까? 출산을 돕겠다고 와 있던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언니 아기 예뻐?” “그럼 아주 예쁘네,” 언니의 대답에 예쁜 아기를 상상하며 아기를 보자고 했습니다.
처음 아기를 대면하는 순간, 너무도 이상했습니다.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예쁘지 않고 젖살이 올라야
예뻐진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물거리는 아기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잘 기를까?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필름처럼 스쳐 갔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이 초, 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된다고 합니다.

큰아이의 유년 시절, 모두가 어려운 세월이었고, 환경도 좋지 않았지만, 아이는 활발하게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자립성이 강한 아이로 엄마 속을 한 번도 썩이지 않고 잘 커 줘서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다만, 엄마 된 입장에서 좁은 집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들이 늘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우리 부부의 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새집을 장만할 여유가 생긴 것 입니다. 넓은 집과 좋은 교육환경을 아이에게 안겨주게 된 우리의 첫 집 마련,
우리는 아주 기쁘고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는 환경의 변화에 쉬이 적응하지 못한 듯합니다.
전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했다는 걸 나중에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된 우리 부부는 생각지
못한 뜻밖의 상황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이의 교육 환경이 좋아졌다고 기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면담하자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학교로 달려간 저에게 이런저런 대화 끝에
담임선생님은 납득이 가지 않는 놀라운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듯하니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표현은 좋게 했지만, 정상이 아니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란 소리였으니 눈앞이 깜깜해 져 한동안 할 말을
잊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린 나는 울컥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선생님께 따졌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크던 아이가 전학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장애아 취급을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목 조목 아이의 성장에 관해서 설명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판단이 경솔한 것을 사과했지만, 저는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후 였습니다.-

아이의 성격이 소심 한 것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주변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말을 하지 않으니, 이것을 주변에선 이상한 아이라고 따돌리게 되고
우리 아이는 더더욱 움츠리게 되는 악순환을 한 모양입니다.
이날 이후, 아이도 힘들었겠지만 엄마로서도 가슴이 메어지는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이들과 어울려라, 왜 집에서 하던 대로 하지 않느냐?” 시간만 나면 타이르고 정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노심초사 속에서 마음을 졸였고, 아이는 있는 듯 없는 듯 초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중학교 생활을 또 어찌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헌데 뜻밖에도 나의 고민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이가 보여 주었습니다. 성격도 밝아지고 주변과
잘 어울리며 친구사이에 인기도 좋은 아이로 성장해서 지난날 어려웠던 세월을 거짓말 같이 잊게 했습니다.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어른이 생각하는 것과 아이가 생각하는 것은 같지 않은데 아이를 탓한다고,-
전학도 아이에겐 시련 일수도 있다는 것을 부모인 나는 물론 담임선생님도 몰랐던 것입니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학교는 남자 학교였지만,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 탓인지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성가대에서 활동도 하고, 노래 자랑대회에 출전도 하고 과외 활동에 열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여자 친구들과 선후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약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문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내성적 성격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친구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놀기에 바쁜 고교 시절
이었다고 할까? 엄마는 이런 아들의 모습을 흐뭇한 심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공부에 매달려 메마른 학창시절을 보내는 아들의 모습을 애 아빠도 저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에도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이 심성 곱게 자란 아들이 엄마는 대견하기만 합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 운동을 가르친 분이 늘 하시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형제간에 우애가 참 좋다고, 애는 애 다와야 하는데 순진해서 아주 예쁘다고,-
큰 아이는 3년 터울인 동생을 아주 잘 챙겼습니다. 체육관을 같이 다닐 때는 툭하면 떼를 쓰는 동생을 업고 다니기도
했지요, 업혀 다니던 동생이 중학교를 졸업한다고 형이 동생을 축하하러 어른 같은 모습으로 찾았습니다.

장대 같은 두 아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막내의 꽃다발을 받아들고,
막내의 졸업식에서 엄청나게 커 보이는 큰아들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붇게 되겠지요,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작은 아이는 졸업식이 끝나면 축구선수로서의 뜻을 이루기 위해 훈련장으로 향할 터이고, 큰애는 엔지니어를
꿈꾸며 새로운 학문의 세계로 발을 디딜 것입니다. 멋지게 자라준 두 아들, 엄마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막내의 졸업식장에서 큰아들이 가슴에 찡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착하고 멋지게 자라준 아들, 고맙다 사랑한다.-

주응규 2014-02-20 18:52	가슴에 아늑히 번지는 좋은 글 가슴에 담습니다 봄향이 스물스물 불어 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의 글 향도 봄꽃같이 향기를 더하기를 소원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정찬열 2014-02-21 16:41	심성곱게 자라준 자식들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 스럽습니까 그렇게 키워준 부모의 마음을 ...... 곱게 내리신 글 잘읽고 갑니다. 건안과 행운을 빌며 즐거운 주말 되세요

한효상 2014-02-27 13:43	늦겨울의 잔영을 물리치고 새 봄의 기운이 완연해 보입니당 뒷동산의 잔디 사이로 아지랑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오후 시인님 멋진 글향에 머물다 갑니다~ 즐건 오후 보내시구요~ㅎ

지도자의 햇볕교육, 막내를 변화 시키다.

난 국내 체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