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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3-11-02 11:26

ㆍIP: 221.xxx.158

김장 2, (어머니)

요즘은 김장 하는 시기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김치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지역에 따라 김장시기가 거의 정해져 있었지요,

추운 지역에서는 배추가 얼기 전에 김장하려고 서둘렀지만, 따뜻한 지역은 김치가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려 김장 시기를

늦춰 잡았습니다. 먹거리가 마땅치 않던 시절이니 채소가 나지 않는 한겨울을 나려면 엄청나게 많은 김치를 담아야 했고,

김장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보니 김장철이면 젓국 끓이는 냄새가 동네를 진동했습니다.

예전엔 북쪽에 사시는 어머니(시어머니)께서 김장을 먼저 하셨지만, 어느 때 부터 인가는 오히려 송 여사(친정어머니)가

먼저 김장을 해서 보냅니다. 그리고 나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김치 담아갈 그릇 준비해서 오라고,

며느리 셋은 연례행사하듯 김치 통을 준비해서 시댁에 모입니다.

어머니는 연천(경기도)에서 텃밭을 가꾸며 배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농사일을 소일로 삼습니다.

자식들에게 얹혀 살기 싫다시면서도, 먹거리를 자식들에게 공급하는 낙은 놓지 않으십니다.

김장 때만 되면 어머니께 죄송한 맘이 들곤 합니다.

손수 기르신 배추와 고추 등 거의 자급 한 재료를 준비하시고, 소금에 절여 깨끗이 물기를 뺀 배추에 속에 넣을 양념까지

준비를 마치신 후, 우리를 부르는 것이니까요,

각자 담아갈 만한 통만 준비해서 모인 세 며느리는 자신이 가져갈 양 만큼만 양념에 버무려 들고 가면 김장은 끝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얌체 같은 미운 며느리들입니다.

그동안 아들들과 손 주들은 마당에 숯 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구워서 호강을 합니다.

힘겨운 행사가 아닌, 축제의 한마당이라 할 만합니다.

저는 자식들에게 줄 곳 얘기해 왔습니다. -난 내 삶을 살겠다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며 살진 않겠다고, -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보며 나도 어머니처럼 할 수 있을까? 반성해 봅니다.

어머니께서도 매년 그러십니다. “올해까지만 이다. 내년부턴 못 해준다.”

헌데 전씨 집안에 시집을 온 지 이십 년이 지났지만, 매해 어김없이 김장 호출이십니다.

맛있는 김장 김치를 오래 먹으려면 어머님께서 건강하셔야 할 터인데, 어머님 건강하세요,

김장, 한겨울 우리 식탁을 지켜준 고마운 먹거리이기도 했지만, 훈훈한 추억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워낙 많은 김장을 하려면 이웃의 도움이 필수였지요,

아마 미리 김장일 순서를 정했을 듯싶습니다. 워낙 큰 연중 행사였으니까요, 일손을 서로 품앗이하는 고운 미풍이지요,

아이들은 배추뿌리를 물고 뛰어다니고, 김장이 끝나면 인심 좋게 나눠들 먹던 정겨운 김장,

노란 배춧속에 양념을 싸서 먹던 그 맛도 잊기 어려운 어린 시절의 고운 추억입니다.

한겨울 살얼음이 살짝 언 김장김치를 꺼내 꽁지 부분만 잘라내고 뜨거운 밥에 걸쳐 먹으면, 입안에 가득하던 그 감칠 멋!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아마 어머님의 김장 호출이 곧 있겠지요, 올해 김장을 할 때는 미리 가서 어머니를 도와 드려야겠습니다.

내년까지 먹을 김장김치, 올핸 더 맛있게 담아야지, -두 분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장용순 2013-11-05 05:55	시어머니도 김장해 주시고 친정어머니도 김장해 주시고.. 김장 때문에 매 년 고생하는 집사람이 좀 불쌍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은경 2013-11-12 03:31	《Re》장용순 님 , 찾아주셔서 감사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복이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내의 고생을 이해 하시는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요,

아들의 부상(엄마의 상심)

김장 1, (송 여사)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9	아들,	3	이은경	2014-02-16

8	난 국내 체질이야,	2	이은경	2014-01-23

7	가족여행,	3	이은경	2013-12-29

6	아들의 부상(엄마의 상심)	4	이은경	2013-11-10

5	김장 2, (어머니)	2	이은경	2013-11-02

4	김장 1, (송 여사)	2	이은경	2013-10-30

3	커피 한잔의 행복		이은경	2013-10-28

2	멋진 할머니의 꿈,	1	이은경	2013-10-28

1	환영합니다	2	admin	201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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