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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12-24 10:25
ㆍIP: 118.xxx.100
겨울비,


소운이 머무는 양평집 침실은 북쪽에 위치해 햇볕이 들지 않아 늘 어둡다.
더구나 추위를 막으려고 창문을 옷장으로 가려놓고, 커틴을 드리워 놓은 탓에 낮에도 불을 켜야 한다.
빛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외부에 차단되어 있다는 것으로 당연히 밖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침실에서는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이라 하겠다.

침실과 마주한 서재에 오면 밖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빛이 들어 침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비가 내린다는 사실도 서재에 와서 알았다. 대게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한 잔 타서 서재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놓고 마시는 버릇이 있는데, 비가 와서 흐린 탓인지 다른 때와는 다르게
서재가 어두워 불을 켜야 했다. 눈이 오나? 귀를 기울이니 뜻밖에도 빗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겨울에 진눈깨비도 아니고 빗소리가 방에서 들릴 정도로 내린다는 사실이 생소하다고나 할까,

세상의 이치는 정확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사람은 의식 하지 못하면서 이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면 혼란을 느끼게 마련이다. 계단은 일정한 단 높이와 단 넓이로 구성되는데,
어느 하나의 계단이 낮거나 높으면 헛발을 딛는 위험한 사태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따뜻한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여행기는 다음에 사진이 정리되면 소개하기로 함)
오키나와는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높은 편이다. 아마, 이런 기후 차이가 나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인체에는 상당히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년 봄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흘러야 하고
인체 시계가 리듬에 따라 적응하는 것인데, 갑자기 몇 개월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어느 분이 오키나와를 다녀와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듯하다.
쏟아져 나온 설(說)들이 맞고 틀림보다는, 기존의 질서가 한 번에 무너져 버린 허망함에 모두가 넋을 잃었다.
자연의 이치도 섬세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데 하물며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한겨울에 태연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자연도 사람을 닮아가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봄엔 보슬비가 내리고, 여름에 장마가 있고, 가을엔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수천 년을 보아온
자연의 이치마저 흔들리는 참 어려운 세상을 우리는 힘겹게 넘기고 있다.

윗사람의 의무와 책임, 아랫사람의 도리, 빈틈없이 얽혀 순환하던 질서가 실종되었다.
어서 추슬러야 한다. 인간이 지켜야 할 질서를 지켜야 자연도 순환의 도리를 지킬 것만 같다는 생각은
현실을 바라보는 모든 이의 한결같은 마음이리라
봄에 핀 봄꽃에 행복하고, 들판을 하얗게 덮은 겨울눈에 환호해야지, 웬 겨울비가 추적거리는지,

아마, 나라가 평온했다면, 글쟁이가 쓴 겨울비는 달콤한 낭만이 가득했으리라,

   
겨울비,      소운/박목철

오키나와 여행길에
무너져 흔적만 남은 古城 터에서
한 송이 벚꽃을 보았다.
잎새도 다 떠나버린 앙상한 가지에
애잔하게 매달려
화려한 봄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겨울비가 내렸다
小雪 大雪도 넘긴 겨울의 중턱에
계절을 헛짚은 미안함에
머뭇대듯 내리는 진눈깨비가 아니다
주룩주룩
당당한 겨울비,

촛불 잔치가 요란하다
나라님은 雜犯 반열에 오르고
저마다 大權 走者라 떠벌리는데
목구멍에 거미줄 치게 생겼다는 바닥 것들 아우성
빗소리에 묻혀 아스라하다.

비를 내려? 눈을 뿌려?
구름인들 제정신이 있을까
우리의 自畵像같이 추적대는 겨울비가 애끓다.
우산을 펴야 하나 그냥 맞아야 하나,
겨울비에 움츠리는 겨울 남자,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6-12-24 11:15
회원사진 		소운님 안녕하세요.
소운님의 겨울비가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큰 상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어제 소운님께 몇자 올리려 했지만 용량이 초과되어 서버가 다운되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해도 작가님이 계셔 우리 수필서재가 빛이 났습니다.
제가 년초에 공동수필집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사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성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수필분과가 소외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합니다.
늘 깊은 뜻이 함유된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탄과 새해에 하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6-12-24 16:51
 겨울비/
의미있고 뜻깊은 글에
머물며 생각을 하게 하십니다.
멋진 수상의 기쁨도 감축드립니다.
새해는  건강하시고 더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12-25 12:23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행사장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분위기가 그런탓에 인사만 드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말에 대한 것도 여쭤보고 싶은게 많았거든요,
생각지도 않은 상을 받게 되어 심적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한 게 없는데, 하는
수필집도 내는 게 작가님들의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기회 되면 저도 이사장님께 여쭤 보겠습니다.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문인들을
살피시는 목사님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쁜 성탄이시니, 그래도 행복만 가득 가슴에 담으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12-25 12:25
회원사진 		《Re》김경렬 님 ,
작가님 께서도 수상 하셔서 기분이 한결 가볍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지으셔서, 빛을 발하시기 바랍니다.
응원 하겠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성탄 행복하세요,
   
이름아이콘 이석희
2016-12-26 20:05
회원사진 		빅목철 작가님!
자연의 질서를 어기고 이상한 짓을 한 겨울비를 찾아내셨군요.
참 놀라운 발상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집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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