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07-17 11:51

ㆍIP: 118.xxx.100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밥을 들고 먹어?
우리는 흔히 일본을 일컬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가깝다는 말은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의 지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일 것이고, 멀다 함은 두 나라 국민 정서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라 밖 여행으로 일본보다 가까운 곳은 없다. 제주도 가는 정도로 가볍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니 가깝다고 하겠고, 밥하나를 먹더라도 밥그릇을 상에 놓고 먹는 우리에 비해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을 보면 풍습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름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개냐 밥그릇을 바닥에 놓고 먹게,- 라거나
-거지냐 젊잖지 못하게 밥그릇을 들고 먹게,-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은 무겁기도 하려니와
뜨거워서 손으로 들기가 어려우니 놓게 먹게 되고, 가벼운 나무 그릇은 바닥에 놓고 먹으면
밀리거나 넘어지기 쉬우니 들고 먹게 되는 이치가 비난받거나 욕먹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친절한 일본인,
일본을 처음 가는 사람은 끼끗한 거리와 친절한 국민성과 질서에 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처음 보는 이에게 친절한 것도 문화적 배경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 소운의 생각이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무기를 개인이 소지하던 시대를 겪은 국민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쉽게 말해서 결투가 합법적이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힘이 상대를 압도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에게 미리 호감을 표시하여 적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

일본인이나 서양인이 슬쩍 스쳐 가는 사람에게도 눈웃음을 치거나 상냥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이 바닥에 깔려있다. 길가다 어께을 부딪쳐도 모른 척 지나가는 우리는 안전지대에
살아온 안이한 무감각일 뿐이지 일부러 시비 걸자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일본이나 서양 같으면, 결투신청을 받거나 단칼에 목이 달아났을 테니 살자는 본능에서 몸에 밴
예절일 뿐이다. 일본인이 집을 보면, 주변을 아름답게 가꾼다.
자신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보는 타인의 눈을 의식 하는 측면이 크다고 하겠다.
길 갓 쪽에 화분이나 꽃으로 장식하거나 울타리에 많은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집단에 밉보이면 살아나기 어려운 섬사람의 생존을 위한 지혜라고나 할까,

자전거,
일본 사람은 자전거를 많이 탄다. 자동차 보유 대수로 보면 엄청난 일본이지만 예상외로
거리는 한산하고 길가에 주차된 차를 보기 어렵다. 대신에 자전거를 탄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유심히 보니 우리와 다른 독특한 형태가 보였다.
즉 안장을 맨 밑바닥까지 내려 자전거 타는 모습이 약간 우습기도 했다. ( 페달을 앞으로 젖는 형태)
혹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왜일까? 하는 호기심에 유심히 살펴보니 이도 남을 위한 배려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바닥에 발을 내려 상대방이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하려는 배려였다.
우리나라에 와서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니 차이가 완연했다. 우리는 안장을 끝까지 올려 자전거 타는
모습이 멋져 보이긴 했다. "비켜, 비켜 자전거 나가신다."

반찬이 없어,
일본에서 식당에 들려 뭘 먹으려면, 난감한 것이 반찬을 하나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면을 반찬 없이 먹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고, 신기한 것은 단무지를 일본에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꾸앙이라는 단무지는 일본 반찬이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식당에 가거나 단무지를 기본으로 준다.
당연히 일본에 가면 다꾸앙을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수십 차례 일본을 다녀 왔지만, 다구앙을 주는 식당을
보지 못했다. 아니 소위 메뉴라고 하는 정식 식사가 아니면 반찬을 아예 주지 않는다.
스케모노하고 하는 일본식 절임(우리의 장아찌)도 보통 식단에서는 사라진 것 같고, 시골에 가면 혹 이런
절임을 취급하는 가게가 보이기도 하지만, 이미 젊은 세대와는 상관없는 음식이 된듯했다.
푸짐한 반찬을 기본으로 내는 우리의 식당은 이런 일본의 식당이 부러울 것이다.
반찬이 없다면 식당의 일은 반으로 줄고 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려울듯싶으니 말이다.
-아마 우리도 이런 쪽으로 변하게 되겠지요,- 여러 사람의 의견이 그랬지만,
소운은 그런 변화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쪽이다.

왜소하지 않은 일본의 건축물,
우리는 일본이 문화적으로 후진국이고 역사적 존재가 미약하다고 배워왔다.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본 일본은 혼란스러웠다.
일본 귀족들의 집이나 절, 신사 등을 돌아보며 아닌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건축물이 규모 면에서 우리의 문화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웅장했고, 아주 섬세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왕궁이나 양반가의 건축물은 폭이 커봐야 12자가 기본이다. 즉 넓은 공간을 가진 건축물을 보기 어렵다.
일본의 건축물은 규모도 크려니와 방 하나의 공간 크기도 대단한데 압도 되게 마련이다.
이것도 단순히 보면 일본 건축이 앞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드려다 보면 환경의 차이일 뿐이다.
일본에는 삼나무가 많고, 삼나무의 특징은 곧은 수형이다. 다듬지 않고 그냥 기둥으로 써도 전혀 문제 될게 없다.
그리고 거대한 삼나무가 일본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것은 높이가 50m도 넘어 보였다.
널린 거대한 삼나무를 별로 가공하지 않아도 곧은 목재를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건축물의 칸 크기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곧은 나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건축자재로는 소나무가 유일한데 소나무로 곧은 재목을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남대문 화재 후 재건축을 위한 목재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산을 다 뒤졌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12자(3,6m), 지금 기준으로 보면 왜소한 궁전의 방 크기가 다 이런 우리나라의 환경 탓이지 기술 탓이 아니다.
일본의 건축물이 정교하고 반듯한 것도 다 삼나무 덕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건축물이 제멋대로 구부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소나무의 수형 탓이다.

일본의 생사관,
일본을 다니다 보면 아주 인상적인 것이 일본의 공동묘지이다.
우리나라는 묘지를 인가에 가까이 두지 않는다. 묘지를 보면 기분이 언짢아하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일본은 묘지가 주택가 한가운데 있기도 하고, 보통 주거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묘지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일본은 철저하게 화장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큰 차이는 종교관에서 비롯된 생사관의 차이일 것이다.

일본은 불교문화에서 유교로 가지 않고 그들의 독특한 신사라는 종교시설을 발전시켰다.
살아서 눈으로 본 모든 대상 중 자신들에게 영향을 끼친 대상은 다 신의 반열에 올려놓고 숭배하는
것이 일본인이다. 얼핏 절과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 일본의 신사이다.
일본 지하철에서 딴 사람을 구하고 죽은 한국인도 신으로 모셔졌다는 얘기가 있다.
누구나 신이 돌 수 있고, 죽고 사는 것이 커다란 의미가 없다는 점도 불교와 비슷하다 하겠다.
생사의 벽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민족은 싸움에 강하다. 일본이 그렇고, 지금 골치 아픈 이슬람이 그렇다
-국가 운명이 걸린 전투를 앞두고 부모님 산소 지킨다고 수만 병력을 버려두고 떠난 유학자가
당연시되던 우리의 유교 문화와는 생사관이 다른 일본이다.-

* 여행 몇 번 다녀 왔다고 일본을 잘 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글쟁이 나름 일본을 보며 느낀 여러 느낌 중 몇 가지를 소개할 뿐입니다.
내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로 다른 점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다 나름 배경과 이유가 있게 마련이고, 나쁜점이 있더라도 나름 사유가 있을것이라는
이해가 있다면, 좀 덜 불편한 이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백낙은 2016-07-17 15:57	소운 작가님. 십 수년 전에 제가 처음 일본을 다녀온 후 "누가 일본을 왜놈이라 깔보는가!"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일본을 가기 전에는 일본 사람들은 키도 작고 좀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녀가 외국을 나갈 기회가 있다면 제일 먼저 일본으로 보내라"고 했지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틀림과 다름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 여깁니다. 일본에 대하여 많은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소운님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6-07-18 08:28	《Re》백낙은 님 , 일본에 대한 글을 쓸 때면 약간 망서려 집니다. 때 늦은 친일파 광풍에 올바른 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더군요, 친일파 논란은 의미 없는 정치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이 친일파를 깨끗이 청소하고 세운 나라가 북한이고, 친일파를 등용한 나라가 남한이니, 정통성이 북에 있다는 간접 주장이 친일파 광풍입니다. 다다끼 마사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인용 됩니다 만, 당시 창씨개명으로 호적을 뒤져 보면 지들 할배도 다 일본 이름입니다. 제 어릴 때 친구도 마사오, 도시오 이런 이름을 가진 애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물론 속좁은 일본이 반성할 점은 많지만, 배울 점도 많은 나라라는 생각입니다. 괜한 소리를 답글에 늘어 놓았습니다. 늘 따뜻하게 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6-07-20 12:20	소운작가님 저도 딱 일본과 대마도 를 다녀왔을뿐 기역이 아물아물하는데 기억해보니 일본인의 친절하과 질서정연함과 청결함이 가장 뇌리에 남았는데 작가님처럼 세밀함이 부족한 탓에 자전거완장이 낮아 잠시도 남을 배려함이랄까 공동묘지의 화장문화 종교의 신사 문화의 궁금증에 많은 도움 이되었습니다. 참 일본을 몇차례가셨어도 우리장아찌 다꾸앙으르 한번도 먹어보지 못하셨다는데 공교롭게도 2007년에 벳부시내에서 점심에 일본정식을 먹었는데 다꾸앙이 나왔더라구요 우리한국사람들이 그래도 입맛에 맞았는지 추가를 요청하니 다꾸알 몇접시를 식사비에 추가 청구되어 우리일행이 참 너무한다는 예기를 나누어 기역이 나네요. 그때 가장 여행에서 불쾌했던것은 벳부시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카드를 썼는데 귀국후 얼마있다 그때돈 일백 칠십만원이 추가청구되어 그돈을 수습하는데 얼마나 힘이들었던지 그후에 해외 여행을 가면 아예카드를 사용하지 않네요. 그때역시 일본인이 운영했다면 그런일이 없었을 텐데 약삭빠른 한국인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발생해 김빠진 결과가되었지요 아무튼 작가님의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많은것을 배워갑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세요

박목철 2016-07-28 21:11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이 다녀 가셨군요, 소운은 요즘 글쓰기가 싫어서 카페나 문협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답글이 늦은 변명입니다. ㅎㅎ 글로 많이 비판을 하지만, 사실 저는 일본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한 종족이 지구상에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좀스럽고 아량이 좁은 섬나라 근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요, 임진왜란 당시에도 일본군은 조선군의 1/4의 군량을 소비했다고 합니다. 라면을 먹으며 도저히 먹기가 그래서 김치를 시켰더니 350엔을 받더군요, 딱 세 젓가락 분, 단무지는 이제 일본 음식이 아닙니다. 한국은 어디에서도 단무지를 주니까요, 욕은 하지만, 일본인은 대다수가 아주 정직하다고 합니다. 저도 일본을 자주 찾으며 교통질서에 관해서 본 받으려 노력을 한답니다. 무더운 장마, 건강하십시요 작가님,

단맛 유감(술이 달아서야!)

여름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