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리던 시절에는 쥐가 참 많았다.
생활 주변에서 거의 매일 쥐와 마주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쥐는 주변에 가까이 있었다.
부엌에서도 쥐와 마주치는 일이 많았지만, 하수도 구멍 같은 곳은 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통로였다.
요즘 애들이 들으면 기절할 일이지만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다 보면 쥐똥이 섞여 있기가 다반사였고,
대중 급식의 경우 쥐똥이 누렇게 번진 밥을 보게 되기도 했다.
근래에 들어 쥐를 본 적이 없다. 서울에서는 그렇다 쳐도 시골에서도 쥐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신 고양이들이 예전에 쥐를 보듯 여기저기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밖에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개는 밖에서 기르는 동물이고 고양이는 실내에서
기르는 동물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듯 고양이가 바깥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요즘에나 있는 일이다.
고양이는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집안에서도 따뜻한 곳을 골라 늘어지게 자다가 어두워져야 외출을
야행성 동물이라는 게 우리의 예전 상식이다.
소운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유난히 고양이가 많다.
낮에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것을 보면 주인이 있는 고양이 같지는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들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 고양이가 한 두 마리가 아닌 것이 아마도 자연상태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음식물을 봉투에 담아내놓으면 고양이들이 안을 파헤쳐 음식물을
사방에 늘어놓아 골칫거리기는 했지만, 들고양이들이 먹이 구하기는 그만큼 쉬웠을 것이다.
요즘은 아예 음식물 수거용 통이 따로 있어 들고양이들이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져서 누군가가
먹이를 주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 고양이들의 삶이 고달파 진듯하다.
주변에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사람들이 있기에 나마 들고양이들이 목숨을 부지하는듯싶다.
소운의 딸들도 그런 동물 애호가에 속한다. 매달 고양이 사료를 사다가 들고양이들에게 주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말렸다."한 달에 삼만 원이면 열 명의 아이들을," 이런 자선 단체의 광고를 접하면서 사람이 먼저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해서 두고 보고 있다 보니,
큰딸과 작은딸의 집 덱크 밑이 사람으로 치면 무료 급식소가 돼 버려서 처음에는 한 마리이던 것이 새끼를
낳고 또, 소문을 듣고 찾아온 불청객까지 3마리에서 5마리 정도가 때만 되면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쥐 대신 고양이? 생각해보니 쥐보다는 고양이가 위생적으로 보아 덜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
쥐는 시궁창이나 똥통도 마구 드나드는 더러운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세수도 하는 나름 깔끔한 동물 아닌가,
특히 고양이를 집안에서 기르며 돌봐주지 않아도 먹이만 공급되면 스스로 알아서 야생에서 살아가는 능력이
있는듯하다.
동물애호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동물이 사람과같이 한 공간에서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동물은 사람과 생활 방식이 다르다. 고양이나 개에게서 나는 냄새를 사람이 싫어하듯
동물의 냄새를 없애려고 뿌리는 향수 냄새를 동물이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동물을 기르며 알게 되었다.
목욕을 시키고 개 비린내를 없애려고 향수를 뿌리고 조금 지나면 개는 자신의 냄새를 다시 주변에 남기려고
애를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 소변도 그렇지만, 일 년에 두 번 온몸을 덮고 있는 털이 전부 빠져
실내에 날아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위생상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개보다 사람의 손길이 덜 필요하다.
들고양이를 보며 느낀 것은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고양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적당한 거리까지 만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고, 또 사람을 따른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사방에서 고양이들이
주변에 몰려들어 야옹거리며 반긴다. 하지만 잡으면 잡힐만한 거리까지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는다.
딱 서로 귀찮지 않을 만한 거리에서 사람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셈인데, 서로 불편하지 않은 이런 관계는 서로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 관계인 셈이다. 동물을 기르기는 하되, -번거로움과 불편을 서로에게 주지 않는다-
두 딸의 집에는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고양이 3-5마리 정도가 덱크나 마루 밑, 풀밭에서 신나게 뛰어논다.
고양이의 이름도 지어서 재는 깜이고 재는 초코고 하지만, 고양이는 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어쨌든 고양이가 설쳐대니 쥐는 아예 멸종된 것 아닌지 모르겠지만, 쥐가 설쳐대는 것보다는 고양이가 한결
낫다는 것이 소운의 생각이다.
며칠 전 고양이 문제로 옆집 할머니가 막내에게 부탁하더란다.
고양이들이 자기 집에 와서 똥오줌을 싸고, 호박이나 무를 말리는 것을 헤집어 놓는다고,
우리가 먹이를 주니 자꾸 고양이가 모이는 것 같다며 먹이를 주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막내는 걱정이 태산이다. 먹이를 안 주면 재들이 겨울을 어떻게 나겠느냐고?
그래도 이웃과 다퉈가며 고양이 먹이를 줄 수도 없는 노릇, 냉정하게 잘랐다.
-우리가 안주면 딴 곳으로 먹이를 구하러 가겠지 고양이는 야생에서 생존이 가능한 동물이야,-
며칠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을 못 본 척 무시했다.
이 녀석들도 사태를 깨달은 듯 이제는 먹이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아서 한편으로는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거 형태나 가족 구성이 달라지다 보니, 애완동물을 기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개는 아예 기르기도 어렵고, 고양이도 사람 주변을 맴돌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만 살라는 지구는 아닐 것이다.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얘들도 굶어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사실이라면, 우리도 고양이로 태어날 수도 있는데,
소운은 윤회를 믿지 않지만, 생명 존중 사상은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 막내 집에 들어가려니 오늘따라 고양이 두 마리가 달려와 하소연하듯 쳐다본다. 밥 좀 줘요, 야옹!
정찬열
2016-10-30 18:17
소운작가님!
"들고양이들의 유감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말씀마따나 쥐들에비해 고양이의 영특함에
참 사랑스런 동물이기는 하지요
허나 아파트 단지네 공공 쓰레기통 비닐포대를 마구 찧어
놓는 행위라 할까 발정기에 어린애 우는 시끄러운 소리며
한겨울에 지하주차장 본닛위에 누어있다 차주인이 오면
알아보고 잽싸게 달아나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본닛에
기스를 내놓는 등 도심에 고양이 미움이 날로 더해 갑니다.
저역시도 고양이 유감 행동에 한표 던집니다.
10월의 끝자락에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세요
백낙은
2016-10-30 20:56
소운님 안녕하세요.
들고양이에 대한 말씀 잘 보았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손주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고양이나 애완견이 어린이들 정서에도 좋고
독거노인들에게도 아주 좋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릴 때 부터 부모님들로 부터
고양이 털을 먹으면 몸에 마목(암 같은 것)이 생긴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던 터라
선입견이 있어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도 들고양이가 많은데 문제는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이지요.
고양이가 산야에서 왕노릇 하면서 여러가지 조류나 동물들을 잡아 먹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개체수가 많아지지 않게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장계숙
2016-10-30 21:15
고양이를 아파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녀석들과 친구랍니다.
집에 데려오길 간청하지만
아픈 가족이 있다보니
신경써줄 여력도 없거니와
위생상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 새끼가 태어나서 먹을것도 챙겨주고
아이들에겐 베풀고 사랑을 주는 계기가 된다 싶어
그냥 모른체 하고 있습니다.
늦은 귀가로 빠듯한 시간에
녀석을 챙기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의미로
오랫동안 함께하길 바라는 맘 입니다.
멋진 글 행복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일상의 소소함에도 행복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작가님😊
김경렬
2016-10-31 15:27
노시인도 대여섯 마리 집까지 마련해 주었던데요.
혈통으로 동물 사랑이 대단들 하십니다.
전 동물을 싫어해서 꿈도 못꾸지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6-10-31 23:19
저희도 아파트에 살면서 초소형 요크셔테리아 수컷 한마리를
그의 수명이 다하도록 무려 13년이나 키우다가 사별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 한 토막입니다.
몇 년이나 걸려서 한 번씩 오는 가족들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히 아이들에게는 자애로운 마음을 길러주는역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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