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11-08 15:36

ㆍIP: 118.xxx.100

미리내에서의 승마 체험기,

미리내에서의 승마 체험기, 1급생활체육지도자, 소운/박목철

말은 인류 역사를 바꾸는데 한몫을 한 동물이다. 말이 없었다면,
보병만으로는 먼 곳에 있는 이웃과의 전쟁이 어려웠을 것이고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세계를 제패한 몽골 제국도 말이 있었기에 위세를 떨칠 수 있었지 말이 없었다면 초라한
유목민으로 사막을 떠도는 존재 없는 집단으로 끝났을 것이다.

기병과 보병과의 싸움은 결과가 뻔하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기병 삼백 명에게 4만의 조선 병사가 추풍낙엽같이 흩어져 패한
쌍령전투는 조총으로 무장한 조선군 보병이 기백 기마병의 돌격 앞에 허무하게 무너진 전투였다.
전쟁사에 기록될 만한 이 싸움은 기병 앞에 보병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총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최강의 무력 집단도 강력한 기마 군단을 보유한 다케다 신겐이었다.
노부나가 조총부대에 허무하게 무너지기 전까지는 기병이 최고의 힘이었지만, 화약이 나온 후에
말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도 막을 내렸다.

군마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며 말은 그저 경마장에서나 보게 되는 존재로 잊혔지만,
근래 들어 스포츠로서의 승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여가 선용을 위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꾸준히 운동해 온 사람이 아니라면, 운동을 시작할 때 많은 망설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을 위해 운동 종목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안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체력 부담이 너무 크거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운동은 나이 드신 분이 입문하기에는 무리이다.
-남과 경쟁해야 하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오히려 유발한다. 운동결과가 수치화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갖춰야 할 장비가 고가이거나, 다른 사람과 팀을 이뤄야 운동이 가능한 종목은 운동 자체가 행사가 된다.
-시간을 너무 뺏기거나, 경제적 부담이 큰 운동도 평생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위에 열거한 조건으로 따져 보면 승마가 해 볼 만한 스포츠 종목에 드는 것 같다.
승마는 원래 귀족 스포츠였다. 개인이 말을 기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집안에 많은 하인을 거느린 귀족이나 가능한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말 관련 산업이 국가적 지원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승마장을 갖춘 승마 클럽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운이 지금 머무는 양평 인근에도 승마장이 여러 곳 있다.
초등학교 일학년인 손주에게 뭔가 운동 한가지는 시켜 보려고 태권도 도장에 넣어 봤지만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검도는? 너무 어려서 체력에 무리가 올까 봐 애 엄마의 반대가 있어 승마를 시켜 보고 하겠다면
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가까이 있는 승마 클럽을 찾았다.
승마하면 왠지 경제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관이 있었는데, 막상 그렇지는 않았다.
체험 승마를 해보고 말을 무서워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만두기로 했는데, 예상외로 손주는
승마에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승마장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손주가 말 타는 동안 우두커니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해서 소운도 승마를 배워 보기로 했다.
소운도 최고의 자격을 갖춘 체육인의 한사람이지만,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할아버지보다 손주가 더 자세가 좋습니다. 한번 보세요," 리듬을 찾지 못해 헤매는 소운에게 코치가
핀잔을 준다. 괜히 시작했나? 하지만 승마는 남자가 해 볼 만한 스포츠라는 게 소운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말 등에 앉으면 남자로서 표현하기 힘든 그런 묘미가 있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균형을 잡으려고 자꾸 고삐를 당기게 되니, 말 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라는 신호를 연신 주며 고삐를 당기니 말도 짜증을 낼만 하다.
-서툰 승마 자는 말이 먼저 알아본다. 말이 사람을 깔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릎 안쪽도 몇 번 까지고, 이제는 발로 균형을 잡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 지고 말과 리듬도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다. 옆에서 나이 드신 분이 능숙하게 구보를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그래 나도 구보까지는 배워야지,"

소운은 경기도 양평군 지평에 자리한 -미리내 승마클럽- 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다.
더 가까운 곳에 승마장이 한군데 더 있긴 한데, 미리내같이 확 터진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아
미리내 승마클럽을 선택했다. 아직은 엄두도 못 내지만, 미리내에는 외승 코스가 아주
잘 갖춰져 있다. 실력에 따라 A, B, C 세 등급의 코스가 있는데, 산을 한 바퀴 도는 외승 코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처음에는 클럽에서 주는 대로 생각 없이 말을 탔지만, 지금은 내가 타는 말과 교감을 하려고 노력한다.
자세히 보면 말마다 다 특징이 있고 성격도 다르다고 한다. 어떤 분은 말이 보고 싶어서 승마장을
찾기도 한다고 들었다. 말이 홍당무를 좋아한다 하기에 홍당무를 사다 주기도 했다.
모든 운동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승마는 자신 외에 말이라는 생명체와 호흡을
같이 하는 스포츠이다. 아마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말과 교감하며 이뤄가는 실력의 향상은 정말
빠져드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소운은 검도를 했다. 검 하나를 가지고 평생을 연마해도 뭔가 이루기가
어렵다. 생명이 없는 칼을 다루는 것도 그런데, 하물며, 말이라니?

소운은 소질은 없지만 운동에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
단, 골프는 별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옛날 아는 분이 귀하다는 골프채 샡트를
주며 같이 하자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비싼 골프채, 호사한 패션 자랑, 캐디가 따라다니며 시중을 한다는 부담, 반드시 지고 이기는 점수가
있다는 사실, 팀을 꾸려 시간을 잡고 하루를 꼬박 낭비하는 것 등이 싫었기 때문이다.

승마는 혼자, 말과 같이할 뿐 동료가 필요치 않다.
장비나 패션을 자랑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면 끝, 옷 자랑해봐야 말이 웃는다.
시간? 내가 원할 때 사전에 알려만 주면 된다.
소운에게는 이보다 좋은 스포츠가 없다.
-내 유일한 도토리 키재기 상대는 일학년 짜리 큰 손주 녀석이다.-

정찬열 2016-11-08 17:04	소운작가님! 승마체험기 부러움을 가득앉고 배독했습니다. 더욱 1급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까지 겸비하셨군요 축하말씀 드립니다. 누구나 승마 하면 고급 귀족 스포츠로만 생각한것이 잘못 알고 있는 생각이였네요 아무튼 시니어로 좋은 운동 하심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늘 편안 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이석희 2016-11-08 18:36	소운 작가님! 방금 뉴스를 보고 이 글을 읽으니 참 헛갈립니다. 허허허 정유라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승마를 하려면 말이 다섯 필이 있어야 하고 해외에 경기를 나가려면 말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특수 컨테이너에 조련사가 3~4명 등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더군요. 물론 그 선수는 선수니까 그렇겠지요. 자칫하면 특수한 예가 상식으로 둔갑할 수도 있겠네요. 저도 건강관리상 운동을 하고 있는데 시합이 아닌 운동 점수 내기가 아닌 운동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려다 보니 달리기와 걷기 뿐이니 결국 걷기를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게 혼자 하다 보니 나가기 싫은 경우가 잦아요. 승마는 짝이 있으니 그럴 일은 없지 싶습니다. 참 좋은 취미의 운동을 하시니 썩 좋아보입니다.

백낙은 2016-11-08 21:12	소운 작가님. 승마를 시작하셨군요. 저도 일흔에 승마를 배워 5년간 탔습니다. 제가 처음 말을 살 때는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총과 말, 그리고 여자는 더 좋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는 말과 같이 더 좋은 말을 찾다가 700만원 짜리 청회말을 사서 탔습니다. 내가 집에서 먹이니까 사료비는 20만원도 안 들었습니다. 3년 전에 말이 병사하는 바람에 승마를 그만 두었습니다만 지금도 타고 싶지만 참는답니다. 제가 여러가지 운동을 해 보았지만 승마만큼 좋은 운동은 없었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낙마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열심히 승마하셔서 회춘하시고 무병장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경렬 2016-11-10 17:03	와우! 멋진 운동 시작 하셨습니다. 손자와 함께 행복 하시겠습니다. 년말에 사진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조심하시고요~~

박목철 2016-11-22 09:32	《Re》정찬열 님 , 한동안 글방을 찾지 못해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작가님 께서는 운동을 잘 하실것 같습니다 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다보니 이것 저것 기웃거려 본답니다. 승마는 외적 제약이 적은 운동인것 같습니다. 제 취향과도 잘 맞습니다. 더 늙기전에, 이런 마음 입니다. 작가님 행사 때 뵙겠습니다.

박목철 2016-11-22 09:36	《Re》이석희 님 , 작가님 반갑습니다. 답글이 늦어 너무 죄송합니다. 요즘 덜 떨어진 애 때문에 나라가 말이 아닙니다.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았다니, 참 본인도 그렇지만 부모도 한심합니다. 모처럼 국민 체육으로 승마를 육성한다고 하더니, 입맛이 씁니다. 걷기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고 합니다. 저는 게을러서 그게 잘 안되더군요, 열심히 걸으시면, 만병이 없다하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6-11-22 09:42	《Re》백낙은 님 , 직접 말을 기르셨다니, 대단 하십니다. 말이 예상외로 병약하다고 들었습니다. 잔손이 많이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한라 말이 승마장에 많습니다. 체구는 작아도 강인하다고 합니다. 초보는 덩치에 기죽지 말라고 한라말을 태웁니다. 저도 한라말을 탑니다. 순하고 말도 잘 듣습니다. 낙마에 주의 하라는 말씀 새겨 듣습니다. 갑자기 말이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저도 낙마 할번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균형이 완전히 잡히지 않아서 긴장도 됩니다. 멋지게 달리는 구보까지는 배워보고 싶습니다. 담에 궁굼한 점을 여쭤봐야 겠습니다.

박목철 2016-11-22 09:44	《Re》김경렬 님 , 그 나이에 무슨 승마예요? 대게들 그렇게 말씀들 하시는데, 우리 문인님들은 좋게 격려해 주시니 위안이 됩니다. 더 나이들기 전에 달리기 까지는 배워보고 싶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가을의 意味,

들고양이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