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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purple01_next.gif김락호 수필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06-01-01 23:08
ㆍIP: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김락호

어느덧 2005년이라는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한해에 2006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새해의 첫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으로 그 첫 시작을 한다.
며칠 전 새벽을 뚫고 떠오르는 해를 사진에 담으려 장령산을 찾았다.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장령산은 정상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365일 끊이지 않는 유명한 곳이다.
새벽 4시쯤.. 아직 해가 뜨려면 두어 시간을 더 있어야 하니 산을 오르기는 알맞은 시간인 것 같아 사진기를 둘러매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캄캄한 산길을 후레쉬 불빛 하나에 의지하며 오르다 보면 바닥을 가늠할 수가 없어 헛발짓에 몇 번을 돌부리에 차이고 바위벽을 기어오르려 잡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한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하는데 오늘 또 한 번 그 정상에 오르기 위해 어둠이 펼쳐놓은 장애물을 뚫고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정상에 거의 다 다다랐는지 어둠 저 위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먼저 산을 오른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즉에 올라와 평평한 곳에다 카메라를 설치하고는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멋진 기상으로 솟아오르는 해를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정상은 사람 반 나무가 반이었다.
산을 오르며 흘린 땀이 정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서서히 말라가며 추위보다는 산뜻함을 더 맛보게 해 주는 이 기분은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알 수 없으리라.
떠오르는 해를 더 잘 보기 위해 이 좁은 정상에도 명당자리가 있다며 새벽 2시에 인천에서 출발을 해 왔다는 한분 옆에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날씨가 좋은 날엔 이렇게 일이 없을 때마다 유명한 산을 찾는다며 오늘 멋진 일출을 담아 가기를 소원한다는 이분의 산을 찾는 정성에 ‘어중이 떠중이처럼 산을 찾는 나는 아직 산의 참맛을 알려면 한참을 더 산에 올라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벽에 어둠을 가르며 이곳을 오르는 이유가 있냐며 묻는 내게 이곳 장령산 정상은 떠오르는 붉은 해와 더불어 겹겹이 둘러쳐진 병풍 같은 산 능선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운무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벽에 꼭 한번 이곳 정상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는 멋진 곳이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가 떠오르길 바라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아 칭찬을 건냈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고는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는 여명을 주시했다.
열두 능선겹을 앞으로 업고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뿌연 새벽 운무를 먼저 등장시키며 저 멀리 아침 해가 천천히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짙은 회색과 검은색의 적절한 조화로 산을 그리고는, 하얀 운무로 산과 산 사이에다 강을 만들어 흐르며, 푸른색과 붉은색의 층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는 오늘 이곳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으리라!
이 웅장하고 장엄하며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 맨 뒤에 둥근 원을 그리며 서서히 떠오르는 붉은 해.
어떤 이들은 해가 순식간에 떠오른다고 말을 한다만 그것은 솟아오르는 해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손톱 끝 만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하여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첫 인사를 건네는데 걸리는 시간을 세상의 관념적인 시간 개념으로 말한다면 몇 분에 불과하겠지만 그 모습 하나하나를 다 가슴에 담아 머리와 가슴에다 이 해의 영상을 각인시킨 후에는 평생의 시간동안 솟아오르는 해의 벅차오름을 기억할 수 있으니 이것을 찰나의 시간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멋진 장관이었다.
새해 첫날은 아니지만 새해의 소망을 담아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이 잠시 소원을 빌었다.
1년 한해 동안 묵은 찌꺼기 같은 일들은 모두 이 산속에다 묻어 버리고 저 솟아오르는 해에다가는 모든 이들의 가정에 새해의 행복과 뜻하는 모든 소망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모든 이들이 행복하다면 나 또한 그 행복에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금의 양보와 배려로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저 솟아오르는 해는 항상 기쁨으로 출렁거릴 것이고 다음 또 이곳을 찾아 저 해를 바라볼 때에도 지금의 이 기쁜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리라.
해에게서 받은 신년의 축복을 온몸에 간직하며 환하게 밝아온 아침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해 본다.


 
       -[01/16-12:05]-
이권섭: 선생님의 존함을 여기에서 만나고 보니 반가움에 그냥 갈 수가 없어서 흔적 남기고 갑니다. 언제인가 글를 보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유석 수필가님의 소개로 이 창을 넘보게 되었다는 것 만 알아 주십시요.  -[06/30-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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