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04-04-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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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그는 참 멋있는 사람이었다.”
대전 대화동에 위치한 장애인 원명학교를 찾았다.
미리 전화로 연락을 드렸지만 “인터넷에 꽃피운 사랑시” 시집을 한 손에 들고 찾아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야지 가야지 마음속으로 외침을 몇날의 생각으로만 흘려보내다 드디어 오늘 발길을 실천에 옮겼다.
차를 운전하며 흘리는 눈짓으로만 지나쳐오던 곳.
막연히 자그마한 학교일 것이라 생각하며 들어선 그곳은 여러 개의 파트별로 나눠진 건물이 빙 둘러진 제법 큰 우주였다.
깨끗한 건물의 교무실에서 반가이 맞이해 주시는 유지원 교감선생님의 평온함과 인자함이 문 앞에서 내게 첫 마중을 나온 봄꽃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내가 정말 잘 왔구나!”
내 처음 솔직한 심정으론 장애인에게도 시를 담을 수 있는 마음은 있을 터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책뿐이니 그것이나마 기증을 해 드리자 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뿐이었다.
허나 현관 앞에서 건네 주는 깨끗한 실내화를 신는 순간부터 넉넉한 교감선생님의 얼굴을 뵙는 순간순간이 흐를수록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그 무언가가 내 심장에 파고듬을 느낄 수 있었다. 반가이 내미는 손으로 악수를 주고받는 순간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꽃향기가 되어 이 방안을 퍼져나가는 듯 했다. 이곳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시는 가운데서도 원생 하나 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말끝에 속속이 묻어나고 있었다.
한참을 나는 시와 시인과 대한문인협회의 일을 설명 드리고 선생님 또한 청각장애인의 하루일과 중증 장애인의 심적 아픔과 외적 고통을 설명하며 서로 본인들이 해야할 이들을 이야기하던 중 교감선생님의 입에서 한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 민경식"
저 앞 중증 장애인 건물에 살고 있는 나이 서른 아홉의 시를 쓴지 10여년이 넘었다는 노총각.
시를 쓰는걸 좋아해 1997년 원명회의 후원으로 시집까지 냈던 가슴 따뜻한 글쟁이.
지체부자유에 언어장애까지 있다는 그가 시를 쓰고 시집까지 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고 일순간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몸이 흥분 되 옴을 느꼈다.
직접 안내까지 받으며 그를 찾아 발길을 다른 건물로 옮겼다.
먼저 반기는 노준호 원장선생님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민경식군이 있는 방으로 안내를 해 주셨다.
침을 흘리며 걷고 있는 아이. 자폐가 너무 심해 한쪽 다리는 손잡이에 끈으로 묶인 채 양손이 뒤로 묶여 있는 아이. 평생을 두 다리가 있으나 걷지 못하는 아이. 대소변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어찌할 수 없는 아이.
이런 아이들 틈에서 샛노란 남방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가 단연 내 눈 안에 먼저 띄는 건 같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공감대였을까!
혼자서는 나와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장애가 조금은 심한 듯 해 보이는 그와 첫 인사를 주고 받은 후 또 다른 원생이 그의 말을 통역해 주기 위해 옆으로 오고서야 서로간에 대화가 오갈 수 있었다.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건네는 예의바른 그..
그에게 내가 온 목적을 전달하고 정확한 대답을 듣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대한문인협회와 같은 배를 타고 앞으로의 항해를 같이 했으면...작은 힘이나마 그가 글을 써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내 마음을 그는 이해하는 듯 연신 웃음으로 화답해왔다.
손으로가 아닌 코로 자판을 쳐서 글을 남긴다는 그가 지난 1년 동안 쓴 시는 200여편. 다음카페까지 운영한다는 그가 너무 멋있게 다가왔다.
그에게 몸이 불편한 것쯤은 글을 쓰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고있지 않았다.
시를 담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만 있다면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쯤은 말을 못하는 것쯤은 웃는 일이 되어버리는 그로 인해 아주 하찮은 것으로도 삶의 고뇌를 논하며 펜을 부러뜨리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포옹을 하며 세상의 온갖 것들을 주워담아 퍼트리는 내 입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새삼 느꼈다.
시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전해들으며 대한문인협회에 그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을 약속하며 다시 찾아온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돌아 나오는 길에 처음 이곳을 오를 때와는 다른 마음의 아주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마음하나 전했을 뿐인데 이렇듯 행복하구나! 기쁨이 솟을 수도 있구나!’
날지 못하는 그에게 대한문인협회가 아주 작은 날개이지만 글로나마 훨훨 날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면 그로 인해 훗날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행복한 웃음하나 지으며 뒤돌아 발길을 옮겼다.
내가 만나본 “그는 참 멋있는 사람이었다.”

南周熙: 작은 마음하나 전했을 뿐인데 이렇듯 행복하구나! 기쁨이 솟을 수도 있구나!’ .... 김락호 詩人 님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 잘보고 갑니다 ...
-[04/26-21:22]-

김락호: 남주희 작가님~ 먼곳까지 다녀가셨군요.항상 대한문인협회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가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04/28-00:54]-

이종관: 시를 사랑하고 작가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역시 눈이 아름다워 보여지는 만상이 그대로 전해지고 마음은 마치 눈밭처럼 하얗기에 저렇듯 아주 하찮은 것으로도 삶의 고뇌를 논하며 펜을 부러뜨리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포옹을 하며 세상의 온갖 것들을 주워담아 퍼트리는 내 입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새삼 느꼈다.... 는 김락호 시인님의 글에 서 전해오는 진한 감동을 느끼며 아름다운 글 잘 보고 갑니다...浦項에서...
-[06/24-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