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08-04-0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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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과 콜라의 맛은 영화의 질과 반비례한다.

팝콘과 콜라의 맛은 영화의 질과 반비례한다.

/ 시인 김락호

며칠 동안 겨울답게 폭설이 세상과의 단절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 잔뜩 움츠린 몸이 마음까지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것만 같다. 이런 날에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게 된다. 여행을 갈수도 없고, 운동을 하기도 여건이 허락치를 않으니.
궁리 끝에 오늘은 영화나 한편 보기로 하고 오랜만에 상영관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검색창에 현재상영중인 영화를 찾아 30분 동안 지식을 얻은 뒤에 차를 몰아 가까운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 안에는 토요일 밤 시간인데도 젊은 친구들로 가득했고 내 또래의 사람은 거의 찾기가 힘들었다.

영화가 막 시작한 터라 급히 표를 사고 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지정된 자리를 찾기보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빈자리를 찾아 그냥 앉았다. 이 시간에 지정된 자리를 찾아 새로 들어올 이들이 없겠다 싶어서였다.
영화는 시작했고 스크린에서는 외국의 젊은 연인들이 파티를 하고 있는 장면과 함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들로 시끄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금 늦게 들어온 터라 지나간 장면들을 유추하며 현제 장면과 함께 이해하려 자막과 영상을 보는 것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데 십여 분을 보고 또 봐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줄거리가 잡혀지지 않았다.

급기야 머릿속에서는 이거 무엇인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보다 보면 기대했던 영상이 보이겠지, 뭔가 대작 영화다운 맛을 느낄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이해하려 노력을 했다. 하지만 영화는 특별한 내용도 없이, 볼만한 배경 영상도 없이, 주인공이 과연 죽은 남녀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체로, 그냥 그렇게 막이 내려버렸다.
너무 어이없는 이 상황이 진정 끝인 것인지...영화의 맛을 더하기 위한 설정인 것인지...화면이 검게 변하며 영화주인공들의 이름이 화면에 쭈욱 올라갈 때까지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서질 못했다.
미션 임파서블 3과 로스트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j.j 에이브람스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선전을 한 영화이기에 한껏 기대를 하며 극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의 그 기분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비단 나 혼자만 든 생각인가, 나 혼자만 이 대작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고민하는 중에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게 끝이야,,,,,?! ’
하는 소리들과 함께 상영관은 한숨소리와 쌍 시옷이 들어가는 욕들로 가득 찼다. 비상구를 통해 걸어 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에서 축 쳐진 어깨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형편없는 모습으로 기억될는지 그들에게 묻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무, 절망, 그리고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운전 중 신호를 받고 서있는데 뒤에 와서 들이받고는 상대방 운전자가 내려서 되레 ‘왜 안가고 도로한복판에 서있냐’고 따질 때처럼 어이가 없는 것, 바로 그때의 심정 같았다.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불편한 심기를 어찌할 수 없어 한참을 극장 안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한편을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포스터와 한참을 대화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오늘의 기분을 달래줄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잘못 골랐다가는 정말 영화와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는 인터넷 영화 다운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만에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똑같은 이름의 영화를 고르고 결제를 하고는 기다렸다. 다운 받기 시작한지 10분 정도 만에 700메가 분량의 파일 두 개와 자막이 받아졌다. 참으로 빠른 세상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커피한잔과 담배 한 개비를 손에 들고는 모니터 앞에 앉았다. 웅장하게 펼쳐지는 전쟁 신, 그 가운데에서서 살아남아야 하는 주인공의 몸부림이 긴장감을 더해 주는 홍콩영화였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때로는 주인공이 되어서 말도 타보고, 현란한 몸놀림으로 무술을 그려 보기도 했다. 영화는 그렇게 끝을 내며 아쉬움과 감동의 전율을 전해 주었다.
아무래도 내게는 이런 웅장하면서 조금은 과격한 면도 있는 영화가 구미를 더 당기며 강한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 영화 속 가상인물과 나를 동일시하며 주인공이 되어 불가능한 능력을 가능케 하는... 가끔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분출구로 나는 영화라는 것을 접하고 있는 거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수 백편은 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영화,사진등이 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터라 실내에 있을 때는 음악을 자주 듣지만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면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내가 처음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이다.
꿈으로만 가득 하던 어린 시절에 처음 본 영화는 ‘철수무정’이란 영화였다.
무협영화의 하나로 기억되는데, 와우와 깡따위가 나오며 내용은 포도사 철수무정이 부하들과 함께 금괴강탈범 마위갑 일행과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한중합작 이였는지 더빙되어 있어 어색하고 엉뚱한 대사들 때문에 아마도 영화가 더 재밌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처음 영화가 끝나고 숨어 있다가 다시 한 번을 더 보고서야 극장을 나왔는데, 그 영화의 장면들과 대사가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몰래본 맛이 더 깊은 감동으로 내게 기억되어 지는 듯하다.

누구나 영화를 볼 때는 자신만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영화중 가장 배경이 아름다웠던 영화는 브레드 피트/안소니 홉킨스/에이든 퀸/줄리아 오몬드 등이 출연한 ‘가을의 전설’이라는 영화였다. 내용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았지만 그 영화에서 보여준 그림 같은 영상들은 오래도록 내 잠재의식에 자리 잡았고, 그 영화 같은 영상을 담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무작정 거리를 떠돌게 만들었었다.

배경 영상이 멋진가 하면 내용이 정말 좋은 한국영화도 요즘은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 임권택 감독, 최민식 주연의 취화선이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예술가의 고뇌와 한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몸부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손에 땀을 쥐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했던 영화로는 ‘올드보이’ 가 기억된다. 박찬옥이란 거장을 만들어 낸 작품으로 최민식,유지태등이 출연한 영화로 아마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중 개인적으로 가장 잘된 영화라는 생각과 함께 이 시나리오를 쓴 작가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진지하게 감상을 했었다.
탄탄한 시나리오의 구성, 거기다 연기자들의 혼을 불사르는 연기력과 호흡이 대작의 탄생에 큰 몫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영화이기에 아마도 내 감동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감동과 존경심은 하루를 채 지나지 못하고 약간의 금이 가고 말았다. 일본의 만화를 재구성 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원작마저도 순수한 우리의 것이었다면 더욱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뒤 끝에 남는 영화였다.

얼마 전에 심형래 감독의 D-WAR(디-워) 또한 느낀 점이 참으로 많았다. 언론에서 이슈가 되었던 수많은 사연들을 뒤로 하고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어찌되었건 훌륭한 영화였다는 거였다. 논란의 쟁점이 되었던 시나리오의 짜임새나 CG의 완벽함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보다 두 번째에선 더 발전하고 갈수록 노력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의 열정과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였다 한들 외국의 영화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산으로 그만큼의 성장을 이루었으면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찌되었건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삶을 살며 좋아하는 영화가 상영된다고 하면 골라 보는 나로서는, 때론 마지막으로 본 영화처럼 허탈한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그저 보는 순간 즐거운 마음으로 보여주는 영상과 들려주는 효과음에 감사할 뿐이다.
가끔은 팝콘과 콜라의 맛이 영화의 질과 반비례하는 경우도 있어야 대작이라는 이름의 영화도 탄생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내며 현실을 패러디한 또 하나의 우주인 듯하다.

참고 -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영화가 상영된 것은 1899년 한국을 여행하던 미국인 여행가 엘리아스 버튼 홈즈(Elias Burton Homes)가 고종황제 앞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하였던 때라고 전해진다. 이 신기한 구경의 댓가로 그는 황제로부터 비단과 부채 등의 하사품을 받았다고 한다.]

仁守/정용하: 김락호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글을 올리셨네요
구미가 당기는 듯한 글 제목을 무척 재미있게 표현하셨습니다.
그래도 이사장님은 꾸준히 영화를 친구처럼 평생
가까이 하신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말씀입니다 마는 저는 영화관에 가본 것이
너무 오래되어 기억마저 나지 않습니다.
사는 것이 바빠서 인지 티브이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익한 글밭에 한참 머물러 봅니다.
봄철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04/04-21:20]-

최 선경: 안녕하세요 김락호 이사장님. 요사이는 영화관에 가면 입구에서 부터 냄새를 풍겨서 으레 사 들고 들어가야 구색이 맞는 듯한 팝콘과 콜라와, 영화가 내게 주는 감동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젠가 부터는 거의 방화 만을 보고 있습니다. 자막을 읽으며 인물 구별하고 공감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영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수고 많이 하세요. -[04/05-01:27]-

유남계: 김락호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도 영화광이어서 혼자 영화관에 잘가는 편인데
기대에 어긋날 때는 심기가 불편하고 허전해서
꼭 한편을 더 보아야 분이 풀리는 편이랍니다..ㅎㅎㅎ
그렇지 않으면 주말에 책을 두세권 사서 밤새도록
다 읽는 편인데, 책도 잘못 골랐을 때는 역시 후회막급하지요.
밤이 깊어 갑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04/05-23:34]-

최 평균: 이사장님이 수필 서재 나들이를 하셨군요.
저는 깜짝 감사를 나오신건 안닌가 긴장을......ㅎㅎㅎ
저는 다른 영화 보다도 브레드 피트가 그리 유명하지 않던 시절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최고로 좋아 하는데 그건 제가 낚시를 좋아 하는것도
영향을 줬지만 석양이 떨어 지는 풍경이랄지 너무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많이 담아 놓아서 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폐업하는 비디오방의 정리 비디오중에서 어렵게 골라
테이프를 소장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비디오는 사양이고
DVD등이 있어야 감동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데 어떻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이사장님 글에 제 마음의 추억을 실어 봅니다.
잘 계시지요?ㅎㅎㅎ 잘 계세요. -[04/09-18:43]-

현실과 법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

가슴속을 달리고 있는 자전거 (수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