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채영제
ㆍ작성일	2018-02-14 19:55

ㆍIP: 110.xxx.25

(소설) 샛디이야기.14

샛디이야기.14

- 다시 시작된 고난 -

1959년 9월.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사라호 태풍이 부산을 덮쳤다. 야만적이고 악마와 같은 태풍이 남부민동 피난민촌 판잣집을 깡그리 날려버리고 그나마 몇 개 남은 세간들을 모조리 미친 바다 속으로 쓸어가 버렸다. 쓰시마 쪽에서는 집채 같은 파도가 마치 거대한 물뱀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날 도꼴라미 바닷가 외딴집에 살던 당숙모의 여동생 집은 폭풍우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져 버리고, 그녀가 이남으로 피난을 와 만난 북청 물장수 남편은 바람에 날아다니는 칼날 같은 함석 조각에 맞아 목이 달아나는 엄청난 비극을 당하였다. 그녀는 피가 펑펑 뿜어져 나오는 목 없는 시체를 붙들고 울부짖었으나 빗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에 파묻혀 이웃사람들조차도 그 통곡소리를 듣질 못하였다.

우리 집도 해일이 덮쳐 마당에 있던 사철나무가 뿌리째로 파헤쳐져 바람에 날려가 버린 지경이 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2킬로미터나 떨어진 재종조의 집으로 피난을 가서 추석을 쇨 수밖에 없었다.

추석날. 재종조의 집 큰방에 아버지를 비롯하여 숙부 내외, 당숙 내외 6촌형제들까지 모두 모여 차례를 지냈는데, 우리 고조부부터 시작하여 증조부, 할아버지까지 3대에 걸친 제사를 지내고 음복할 때가 되니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부녀자와 아이들을 다른 방으로 모두 보내고 난 다음 재종조에게

조용히 수영이 당고모가 서신 상으로 염려하는 말을 전하였다.

재종조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잠시 후 평정을 되찾고 조용히 하소연하듯 말을 꺼내었다.

- 그놈들이 뭔가 오해를 하고 나를 찾고 있는 것이 맞을 겁니다. 사실 몇 달 전, 볼일을 보러 전차를 탔다가 서면쯤에서 우연히 전쟁 때 내가 데리고 다니던 소년병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애가 아무래도 미심쩍어요!

- 소년병.... ?

- 예, 낙동강 전선에서 인민군대들이 북으로 후퇴를 할 때 충청도 대전 쪽 어느 도로상에서 미군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하나를 발견하였지요.

그때 그 아이는 열두 살짜리 국민학교 5학년이라고 하였는데 인민군들은 현지 입영 식으로 아이를 소년병으로 만들어 의주까지 끌고 갔더랬어요.

그 후 다시 인민군들이 평양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인민군 정보부처에서 그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들리는 소문에는 적후 공작원으로 교육을 시킨다고 하였어요. 그런데 그때 우연히 만난 그 아이는 자기도 전쟁 중에 평양에서 도망하여 이남으로 내려와 국군에 입대하였다고 하였어요. 복장은 하사 계급장을 하고 있었고 휴가를 나왔다고 하였어요 …….

- 아, 그놈은 분명히 북에서 내려온 간첩일 걸세. 수영이 말대로 지금 이남 땅은 공산당 간첩이 천지에 깔려 있다는 말에 일리가 있어! 그런데 그놈들이 오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숙부가 재종조에게 추궁하듯이 물었다.

- 아재의 집을 그 군인이 알고 있는가?

- 예, 저는 우선 반가운 마음에 조방 앞으로 데리고 가서 국밥을 사 먹이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하룻밤을 재워 보냈어요.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당숙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숙부는 작심을 한 듯 재종조에게 말했다.

- 지금 아재의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어요. 아재와 그 군인이 무슨 관계인지 또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솔직히 말해주어야지 대책이 나와요. 그래야 아재도 살고 우리 집안도 건사할 수 있어요.

- 저는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전쟁 중에 만난 사람이라 반가워서 식사를 대접하고 집으로 데리고 온 것뿐이고, 집에 와서도 서로 별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없고 … 자기는 강원도에 있는 어느 포병부대에 근무하는데 다음 휴가 때 부산에 놀러오면 꼭 다시 연락하겠다면서 저의 집 전화번호만 받아 갔습니다.

아버지는 방바닥을 치며 탄식을 하였다.

- 아재는 사람이 어찌 그리도 바보스러운 데가 많은가. 지금 아재의 위치가 어디쯤 와 있는가? 이 판국에 그런 근본도 모르는 인간을 집안에 까지 데리고 와서 재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 정말 큰일이네. 큰일.

숙부가 침통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재종조를 보고 말을 이어 나갔다.

- 아재가 인민군대에서 탈출할 때까지 그 소년병이 평양에 가서 적후 공작원 교육을 받은 소년병이었다면 그 군인은 필시 간첩 교육을 받고 남파된 북괴 공작원이 분명해요. 전쟁 통에 그 어린 것이 어떻게 평양에서 탈출할 수 있단 말이오?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지요. 이미 아재의 세세한 정보가 평양 대남공작부에 보고가 되었을 것이고 조만간에 평양에서 공작원들이 내려올 것이 분명해요. 그런데 평양에서 아재를 해할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요? 단순한 탈영이라면 그냥 이용만 하려 들 텐데요?

- 아니시더. 인민군대가 낙동강에서 후퇴하며 올라갈 때, 그들은 이남 각지에서 수집한 모든 금궤를 대전 쪽에 있는 어느 야산에 묻고 갔는데... 그 지도를 저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파주 감악산 근처에서 미군 폭격을 받고 혼란한 와중에 그 지도가 든 가방을 망실해 버리고 말았지요. 아마 그들은 저가 탈영하여 그 금궤를 캐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 그렇구나! 아재를 악질 반동분자로 몰아갈 수도 있겠네. 그러니 이제는 아재가 살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 조카님. 저가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이 틀림이 없네요. 그렇다고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을 지금 대한민국에 자수를 한다고 해도 극형이 내려질 터인데…….

숙부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황급하게 말하였다.

- 형님. 수영이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이 다 맞는 것 같아요! 이제 아재가 이곳에서 더 지체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아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즉시 이곳을 떠나 수영이가 말하는 그 사람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근심 걱정은 깊어만 가고 있는데, 숙부는 그날 밤 집안사람들조차도 눈치 채지 못하게 비밀리에 재종조를 데리고 부산역으로 와서 서울행 야간열차를 탔다.

김국현 2018-02-16 09:06	시인님!! 반갑습니다. 혼이 담긴 옥고 배 독하고 갑니다. 오늘은 설날입니다. 오늘 아침 떡국 한 그릇 먹고 한 살 더 먹는구나 하는. 아쉬움 가득 합니다. 제일 큰집부터 차례 올리고 세배 하며 오전을 보내며 설이 되어야 새 옷 한 벌, 새 신발 신어보는 기다림으로 잠 못 이루던 코흘리개 시절 근심 걱정 없이 하루를 즐기던 동심으로 돌아가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설날을 맞이합니다.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안 건필 하시길 기원합니다.

홍사윤 2018-02-16 11:29	안녕하세요! 채영제 시인님 무술년 구정 설명절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는 무사무난 만사형통하시는 한해가 되시기 바라며 올리신 옥고 즐감하며 마음에 깊이 담아갑니다 늘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봄이 한발짝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군요 그래도 아직 겨울날씨 건강유의 하시고 사랑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대복 받으세요!

(소설) 샛디이야기. 15

나는그때만혼자서꽃을피우고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