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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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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채영제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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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채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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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8-01-31 1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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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샛디이야기 13
샛디이야기 13
- 국군의 북진 이야기 -
외삼촌의 입담은 대단했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낙동강 전선에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낮으로 교전을 하고 있는데 9월 28일에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들려 왔디요.
아군은 강 건너에 더욱 포를 쏟아 붓고 쌕쌕이도 하루에도 서너 차례나 날아가 인민군 대갈통 위에 폭탄을 내리 꽂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강 건너가조용한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척후병을 시켜 살짝 보내 보니 이미 인민군들은 모조리 후퇴를 해버리고 없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부대는 공주 쪽으로 서진하는 부대의 뒤를 따라 계속 서부전선으로 북진하게 되었디요.
그때가 1950년 11월 초순경이었어요.
앞 선 부대가 첫 번째로 경기도 문산시에 도착하게 되었디요.
북진을 하는 도중에 바라보는 주변의 풍경은 덩말 눈뜨곤 바라볼 수 없었디요.
문산은 전 시가지가 폭격에 맞아 건물의 잔해와 철골들이 마치 생선가시처럼 포연이 가득한 하늘을 향해 삐쭉삐쭉 솟아 있었고요.
도로변에 수많은 시체들이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였디요. 참혹했어요.
곳곳의 수북한 잿더미 위에는 불에 반쯤 탄 시신과 완전히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시신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더랬어요.
시체 주변에는 굶주린 개들이 서성이고 있었구 핏빛 단풍나무 위에서는 갈가마귀떼가 뭘 먹갔다구 새까맣게 몰려 앉아 있습디다.
그리고 잿더미 위에 하얀 옷을 입은 노인의 시체도 보였는데, 아마도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노인이 혼자 집을 지키다가 폭격으로 죽은 듯 하였어요.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경기도 파주군 고량포였디요.
부대가 임진강을 끼고 계속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가 강변에 진지를 구축하게 되었는데 적의 진지는 바로 강 건너에 있다고 하였어요.
공병들은 근처 산에서 나무를 베어 좁은 강 쪽으로 다리를 놓아 차량과 군인이 건널 수 있는 작업을 완료하였디요.
그런데 적의 저항은 악을 쓰믄서 완강하였어요.
잠시도 쉴 새 없이 적의 로켓 포탄이 날아와 차량이 있는 곳에서 이리저리 산발적으로 터졌디요. 내레 빗발치며 터지는 포탄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비백산하였디요. 나의 꼴을 본 어떤 군인은 큰소리로 외쳤어요.
“빨리 포탄 구덩이에 들어가. 빨리.”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는데, 포탄은 한번 떨어져 터진 자리에는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레 그 군인의 말에 따라 재빨리 포탄 구덩이에 뛰어 들어가 한참을 잔뜩 웅크려 귀를 막고 있었는데, 약 20여 분 후에 적의 포탄 사격은 멈추었어요. 이 백전노장이 그때는 둑는지 알았더랬어요. 흐흐흐…….
우리는 적의 포탄 사격이 멈추길 기다려 도하 작전을 개시하여 그대로 북으로 밀고 올라갔디요.
그런데 전방 약 1킬로미터 지점 산 능선 위에 갑자기 말을 탄 인민군 1명이 나타나 우리 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레 실력을 한번 발휘했지요.
옆에 있는 국군 한 놈이 가진 대전차 로켓포를 뺏어 딱 겨누어 꽝 한번 쏘았더니 고 새끼는 ... 단 한발에 명중하여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디요.
국군들은 내 대단한 로켓포 발사 실력에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고 지랄했어요. 우하하하.
임진강은 전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푸르게 푸르게만 흐르고 있었어요. 강속에는 물 반 고기 반이었디요.
군인들은 부식꺼리로 고기를 잡기 위하여 강속에 다이나마이트를 폭발시켰더니 순식간에 엄청나게 큰 물고기 떼들이 하얗게 강위에 떠오릅디다.
우리는 계속 북진을 하였디요.
어느 산등성이를 넘어가니 너덜너덜해진 철망이 있고 그 바닥에는 하얀 회칠로 금이 그어져 있었으며 3.8선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깨니 그 장소가 바로 내레 도망 나온 그 장소가 아니갔오! 참 감개무량합디다. 그 기분이.
그 선을 넘어 개성 쪽으로 북진하는 길옆에는 포탄에 맞아 죽은 인민군의 시신들이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들의 입가에는 한결같이 담배가 물려져 있었어요.
후퇴하는 빨갱이 놈들이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그랬는디 아니문 앞서 진군하였던 국군들이 죽은 인민군에 대하여 조롱하느라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었디요.
개성으로 가는 길 양 옆에는 엄청나게 키가 큰 갈대 군락지가 줄지어 있었는데, 그 속에서 인민군들이 매복하였다가 언제라도 확, 하고 튀어나와 총을 쏴댈 것만 같은 분위기였디요. 더욱이 간혹 바람이 불어 하얀 갈대꽃이 샤아아, 하고 흔들릴 때마다 국군들은 공포에 질려 생똥을 쌀 정도였디요.
기래서 내레 그곳에 화염방사기로 불을 놓아 버렸디요. 나중에 들리는 말에 의하문 그 속에 숨어있던 인민군 놈 수백 명이 타죽었다 합디다.
개성 시가지에 진입하였어요.
거긴 예전에 3.8. 이남 땅이라고 하였는데 국군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사람들이 모두 피란을 가버려 유령의 도시가 되어 있습디다.
우리는 개성에 주둔하면서 그곳의 빈집에 들어가 숙식을 하면서 민가를 수색하여 피난민들이 두고 간 황소와 닭 등 가축을 잡아먹었어요. 그대로 두고 갔더라구요.
아 그런데요. 민가 장독 속에는 맛있는 김치들이 모두 가득가득 담그져 있었는데 그 김치의 이름이 ‘봇단김치’라고 하였어요.
그 맛은 덩말이디 이남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하고도 감칠 맛 나는 김치였어요.
부대는 첫날부터 식사시간에 소 잡고 돼지 잡아 하얀 쌀밥에 맛있는 봇단김치를 곁들여서 오랜만에 포식을 하였어요.
너무나 맛있었던 봇단김치였어요. 그 후 어디서도 봇단김치를 맛보지 못하였어요. 지금도 그 김치 생각만 하면 입속에서 한가득 침이 고이구만요 ... 으흐흐.
개성을 떠나 진격한 곳은 황해도 사리원이었디요.
사리원에 들어서니 첫눈에 띄는 것이 논밭에 있는 트렉트였어요.
그 당시 이남에선 소 쟁기로 농사를 짓던 시절이고 트렉트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던 시절이었는데 빨갱이 놈들은 그 당시에 벌써 과학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어요. 논도 반듯반듯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디요.
그리고 어느 협동농장 창고 문을 여니 그 안에는 빨갱이들이 두고 간 누에고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요.
그건 전리품이지만 그때 우린 후생사업을 한다고 했어요. 우리 뒤를 따라온 이남 전쟁상인들이 침침을 질질 흘리길래 모조리 그 새끼들에게 넘기고 수천만환을 받아 챙겼는데 모두 높은 놈들 뱃속에만 들어가고 내레 헛물만 켰더랬어요.
며칠 후, 부대는 새벽에 피양 남쪽 어느 고장까지 진격을 하게 되었디요.
대동강 도하는 새벽에 도하를 하였디요. 도하작전을 다 끝내니 날이 희부옇게 밝았는데 바로 앞에서 대동문이 떠억 버티고 있었어요. 속으로 대동문이 우리를 반갑게 맞고 있구나 생각했디요.
내 고향 땅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덩말 피양은 경치 하난 죽여 주디요. 대동강의 맑은 물이 능라도를 감싸 안으며 흐르고 강 건너에는 모란봉이 보였어요. 한마디로 절경이디요. 예술 이야요!
강물은 너무나 맑고 맑아 강바닥의 하얀 모래 알갱이까지 보이고 물고기 떼가 헤엄치는 것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어요.
이남 출신 국군들은 능라도를 배경으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황홀하여 다들 관광을 온 것 같다고 탄성을 질렀디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능라도를 배경으로 하여 작은 조각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하얀 한복을 입고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노인이었어요.
멋도 모르는 국군 에미나이 새끼들은 옛 중국 산수화에 나오는 신선이 대동강에 나타났다고 나불거려요. 그 영감은 우리 국군이 도하하는 것을 보았을 것임에도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이 그렇게 낚싯대만 강물에 드리우고 있었어요.
내레 직감적으로 괴뢰군 정보원인줄 알았어요. 만주에서 빨갱이들을 소탕하다가 얻어 경험 이야요. 빨갱이들은 정보원이나 연락원을 주로 어린애들이나 다 죽어가는 영감들을 이용해요.
기래서 내레 도하하자마자 군인들을 시켜 “ 저 넝감을 당장 잡아와. ”라고 고함을 쳤디요.
넝감은 나이 한 육십은 되었는데 끌려와서도 당당해요. 그래서 내가 직접 심문에 들어갔디요.
졸병들에게 “ 저 영감 옷을 모조리 벗겨라. 불알까지 나오도록 벗겨라.”고 하였디요.
기런데요, 그때까지 세상만사 다 귀찮고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낚시질만 하던 넝감탱이가 눈깔이를 딱 불시며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 갔소. 내레 속으로 “ 요놈, 진짜야. 진짜.” 하고 그대로 가슴팍을 걷어차 버렸어요.
- 이 늙은 새끼야. 내 눈은 못 속여. 넌. 누구야? 빨갱이 첩자지?.
구둣발로 가슴을 차여 넘어져 웅웅 그리면서도 입을 다물었디요.
그래서 내레 왕년의 공산 비적(匪賊) 다루던 솜씨를 좀 발휘했디요. 지가 안 불면 배깁니까? 결국 실톨(實吐) 합디다.
빨갱이 놈들 부탁을 받고 우리가 도하(渡河)하는 것을 실시간 보고를 하는 임무를 수행 중에 있었다고요. 흐흐흐.
그때 그 늙은 놈을 앞장 세워서 평양 시내 민가에 숨어있는 영관급 괴뢰군 다섯 명을 생포했디요. 그리고 그놈들을 통해 중요한 정보 몇 가지를 뽑아내고는 그냥 처리해 버렸어요. 내레 경험에 의하문 포로들을 데리고 다니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된통 당해요. 빨갱이들 싹순은 미리 짤라 버려야 해요.
우리 부대는 다시 서평양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디요.
시가지에 들어서니 길 주변에 시가전에서 총 맞아 죽은 수백 명의 인민군 시체가 여기저기서 널브러져 있었디요.
또한 길거리마다 벽에는 한결같이 “ 한국군 제1사단 15연대 날린다.” 는 벽보가 붙어 있었디요.
당시 1사단장은 김석원 장군인데 우리는 1사단 15연대가 먼저 평양을 접수한 후에 압록강 쪽으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던 터였디요.
서평양에는 당시 사이다 공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사이다를 북진하는 군인들이 모두 날라다 먹을 정도로 풍부했디요.
민가에 들어가 수색을 해보니 빨갱이들은 모두 잘 살고들 있었어요. 어느 집에나 할 것 없이 당시 이남에서는 너무 귀하여 볼 수 없었던 축음기와 노래 테이프가 있었디요.
군인들이 이것을 가져와 부대에서 틀어보니 당시 남한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애수의 소야곡’ ‘이별의 부산 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등 대중가요가 애달프게도 흘러나왔어요. 내레 노래를 좋아하니끼니 차에다가 축음기를 실고 다니면서 노래를 듣곤 했디요.
1951년 1월이었어요.
우리 부대는 청천강을 도하하여 박천을 넘어 영변까지 진군하였디요.
군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압록강 물을 우리가 마시게 되고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서 환호를 하였어요.
영변이라는 곳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고장이기도 하디요.
그곳 산 정상에 오르니 큰 성문이 있었어요. 우리 부대는 영변의 도시 중앙에 위치 한 어느 학교에 주둔을 하고 전황을 파악하였디요.
며칠 후, 대대장실에 있는 상황판을 보니끼니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 전쟁에 개입하였는데 중공군은 세 군데로 내려온다고 붉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고, 우리 국군은 한군데만 청색 펜으로 표시되어 있었어요.
기래서 아군은 더 이상 진군을 하지 못하고 영변에서 상부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윽고 평양성까지 후퇴하라는 명령이 내려 왔어요.
그게 바로 1.4후퇴라는 거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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