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07-03-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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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꼴레오네의 가족처럼
돈 꼴레오네의 가족처럼

그때도 이때쯤에 울산엘 출장 가서 그 해 여름을 그곳에서 보냈으니
91년도의 반은 그곳에서 살은 셈이다.
울산 중에도 동쪽의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동구 전하동의 전화국에
직원 몇 명과 같이 약 6개월의 출장생활을 하였다
서울과는 너무도 왕복 시간이 오래 걸려서
서울 가족에게는 그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다녀오고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까지는 같이 간 직원들과
그 울산의 다른 전화국에 출장 와있는 회사 후배들과
근교로 낚시를 가는 걸 주말의 일과로 삼았었다.

바다 낚시는 울산에서 동쪽 산을 넘어 정자 바닷가에서부터
감포의 문무대왕 수중능까지 휘 졌고 다녔으며,
붕어 낚시는 영천과 건천 그리고 경주 인근이 주 무대였다.
출조는 항상 우리 팀의 유일한 내 승용차였는데
그 당시에도 출고한지 십 여년 된
포니2 승용차가 우리들의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다.

차가 오래되니 엔진이나 중요 부속은 일본 수입품이라
말썽 부리는 일이 없었으나
항상 자그마한 부속품들이 말썽을 일으키곤 하였다.
하지만 기동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니
초창기의 포니2는 참으로 좋은 차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 때가 그 해 여름의 초입쯤인 것 같다.
그날도 우리는 의기 투합하여 팀을 짜서 경주인근의 심곡지로
낚시를 가기로 하고 직원 4명이 모였다.
나도 작지 않은 체구에 같이 동행한 친구들도
제법 근수 나가는 체격들이어서
나의 포니2는 힘겹게 낚시터로 향했다.

저수지에서 여장을 풀고 밤새 낚시를 했는데 아침이 되도록
우리는 한 마리의 붕어도 못 잡고 쓴 소주만 마셔야 했다.
교대로 차에서 잠을 자고 일요일 오후쯤,
옆에 온 현지 낚시꾼이 잡은 향어와 잉어를 회를 떠서
같이 소주한잔 하자 부르니 우리는 사양할 일이 없다.
그래도 저녁에는 울산 숙소로 돌아 가야 하니
일행 중 운전 당번 박군만 금주를 시키고
우리는 현지 꾼 인 그들에게서 소주까지 얻어 마시고
해가 떨어질 즈음에야 장비를 걷어 철수를 시작했다.
물론 우리는 올 꽝이었다.

그날 철수 하는 길에 내 포니2를 넷이서 타고
어스름 해가 떨어지는 비 포장 길을 운전해 가던 박군이
잠깐 실수로 차가 비 포장 높은 둔덕을 넘다가
탑승자의 무게로 차 바닥이 땅에 부딪쳤고 충격으로
소음 파이프(일명 마후라)의 중간 용접 부분이 댕강 끊어져 버렸고
그때부터 소음 소리가 마치 오토바이처럼 왕왕거린다.
까짓 것 기동엔 지장이 없으니 참고 가자고 의견을 모았으나
너무도 시끄럽고 창피해서 모종의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차를 멈추고 시동을 껐다.
그리고 주위를 수색해서 모아진 것이 골판지(포장 박스 종이) 한 쪽과
전화선 한발(약 2미터)이었다.
끊어진 소음기 파이프를 정렬하고 확보 된 골판지로 감아서
전선으로 옥 조이니 그럴듯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의 웃음을 머금고 시동을 걸어보니
정말 거짓말처럼 소음이 없이 조용했다.
우리는 각자의 임기응변에 자찬을 하며 다시금 길을 떠났다.
수리야 내일 울산에서 하면 될 테고…

우리는 고기는 못 잡았지만 얻어먹은 잉어회에 한잔씩 걸쳤으니
참으로 즐겁게 농을 하며 울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 오후라 그런지 경주에서 울산으로 가는
왕복 2차선 길은 많은 차들로 길이 막혀 서행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숙소에 가봐야 씻고 자는 일밖에는 없으니
한가로이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런데 한참을 운전해 가던 박군이 자꾸 짜증을 낸다.
우리는 대화를 멈추고 박군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우리 뒤에 쫓아오는 차가 자꾸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빨리 가라 야단 이라는 것이다.
앞차가 막혀서 천천히 가는데 자꾸 보채면 어쩌라는것 이냐고…

그래서 눈 여겨 보니 정말 전조등을 상향 하향 교차하며 빨리 가라는 것이다.
‘어쭈! 이것 봐라? 이차에 덩어리 넷이 타고 있는 줄 모르고 감히 시비를?’
빽미러를 보니 그 차엔 분명 운전자 한 명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시하고 그냥 가라 했는데 박군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았다 놓았다 하며 뒷 차를 놀리며 가는 것이었다.
“입으론 연신 엿먹어 봐라! 자식아!”하면서
그걸 보고 우리는 덩달아 깔깔깔 웃어댔다.

그렇게 한참을 가도 그 녀석은 끊임없이 상향 등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갈 길을 재촉 하는 것이다.
아마도 10여분 이상 그러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생각엔 아마도 집에 정말 급박한 일이 있어 저리도 급하게 서두르나 보다’
생각하고 박군을 타일러서 어렵사리 길옆에 차를 붙여서 추월을 허용했다.

그랬으면 이 친구는 그냥 가면 될 일을
우리 차 전방 십여 미터 앞에 차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화가 났다.
뭘 잘했다고 차를 세워?
우리가 그렇게 급 브레이크로 자기를 놀렸다고 화가 났는가 보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포니2의 네 개의 문을 동시에 ‘다다닥’ 열고 밖으로 나와
역시 ‘다다당’ 문을 닫고 씩씩대며 앞차로 돌진해갔다.
마치 언젠가 봤던 영화 ‘대부’의 돈 꼴레오네 가족이
앞차에 탄 상대를 제거하기 위하여
기관총과 권총을 들고 내려서 다가 가는 듯이 용감무쌍 하게…

‘그래!’
‘우리가 오늘 붕어 한 마리 못 잡고 열 받아 있는데 제대로 걸렸다!’
‘맛 좀 봐라!’

무섭게 다가서는 우리를 보고 앞차의 운전자는 도망갈 생각도 않고
겁 먹은 얼굴로 창문을 빼꼼이 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 도망가지 말아라!’
속으로 되 뇌이며 걸어서 접근해 갔다.
그런데 앞차에 2,3미터 근접한 우리에게 겁 먹은 앞차의 운전자는
얼굴만 조금 내밀고 손가락질 하며 우리에게 말을 하는 것이다.
그의 말은 우리를 완전히 새 되게 만들었다.
“아저씨! 차 밑에 불 났어요!”
“녜~예?”
“아이구 미안 합니다.”
“아이구 고맙습니다.”
“아이구야! 이런!”

그렇습니다.
임시 방편으로 소음 기 파이프를 감아 놓았던 골판지에
다 연소 되지 못한 불씨가 옮겨 붙어서 살살 달리는 차에 이는 바람을 따라서
불이 붙었고 어스름 초 저녁에 뒤에서 따라오던 그 분이 보니
차 밑에 빨갛게 불이 붙었던 겁니다.
그 불은 어둠속에서 차의 운행 속도에 맞춰서 커졌다 작아졌다...
그래서 그 운전자는 연료 통에 까지 불이 번지면 큰일이다 싶어
우리에게 알려줄 요량으로 계속 신호를 보냈던 겁니다.
우리는 그걸 빨리 가라고 짜증내고 보채는 걸로 생각하고
급 브레이크로 놀리기까지 했으니..
이런!!
우리는 꼴레오네 가족이 아니고 졸지에 배은망덕 한
양아치가 되어 버린 거지요.
그분은 그런 우릴 보고 얼마나 비웃고 욕했을까요.
정말로 허탈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몸 둘바를 모르겠더군요.

결국 우리는 소음을 감수하고 응급처치를 제거한 채 울산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상대의 호의와 배려를 장난으로 일관했으니 정말 창피한일인지.

그 후 운전하면 사람들은 욕설이 자주 튀어 나온다고 하지만
저는 거의 욕설을 안 한다.
갑자기 끼어 들어도
‘아마도 급한 일이 있어 그럴 꺼야’ 하고
양보를 해주고
뒷 범퍼를 왠 만큼 받혀도 차에 손상이 없으면 화도 안내고
조심이 그냥 가라고 오히려 걱정을 해 준 게 서너 번은 된다.
같이 운전하는 사람끼리 서로 이해하고 살펴주며 살아 가야겠지.
그들도 도로에 차를 몰고 나오면 똑 같은 길을 가는 우리가 되니까.

그런데 우리 큰 아이가 몇 년 전 차를 운전하여
학교에 갔다 오더니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내부 순환도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성산 대교 진출로에서 기다리며 앞차가 빠지기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온 다른 차들이 제차 앞에서 끼어 들어서 몇 대를 양보해 줬더니
뒤에서 기다리던 승용차 운전자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다가와서
아들에게 삿대질 해 가면서
“그렇게 계속 양보 해주면 어떻게 하냐” 고
욕설을 하더라는 거다.
양보 해 준 게 잘못한 거냐고 나에게 묻는데…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그런 사람도 있단다.”
“아마도 뒷사람도 무척 바쁜 일이 있었겠지.”
라고 밖에는 대답을 못해 줬다.

종종 운전을 하며 상대의 실수에 삿대질하며 욕을 하는 남, 여 운전자들을 봅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아니면 그렇게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고 용서해 줍시다.
욕을 하고 나면 욕 먹은 사람이나 욕을 한 사람이나 하루 종일 찜찜하고
기분이 안 좋습니다.
상대를 물에 빠뜨리려면 내 옷에도 물이 튀어서
내 옷도 더러워 지는걸 말입니다.

2007년 3월 7일

미당 문학관을 다녀와서

라면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