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07-03-05 18:18

ㆍIP:

봄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오늘은 삼월의 둘째 날.
새벽부터 조금은 기분 좋은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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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후두둑
비 온다.
모처럼 뭇 새 울며
유리창 퍼득여
아내의 곤 한잠 설치더니
봄비 한줌 뿌려댄다.

으스스
춥겠다.
장독대 곁 가냘픈 화분
허벅지 허옇게 드러난 옥잠화
떨면서 흙 이불 끌어 덮고
비 맞아 파아랗게 떨고 있다.

바사삭
말랐다.
겨우내 시집살이로
초라한 콩깍지라도 곳 추 들어
머리나마 가려서 꾸던 봄볕이나
비에 적시진 말아야겠다.

우린 아직 준비 안됐다.
후두둑
봄비는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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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봄비가 나의 첫 손님인양 새벽부터 꽤 많이 내린다.
오늘은 하던 일, 아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차를 몰고 길을 나서본다.
괜히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출장지 원주의 숙소를 나선다.
굳이 목적을 말 하라면 ‘봄의 얼굴을 보기 위해’ 라고
다소 궁색하고 어설픈 변을 붙여 본다.
하긴 요즘 문인들 글 마다 온통 봄 노래이니
나도 덩달아 봄의 얼굴을 보려고 나서는가 보다.

원주에서 남쪽으로 길을 달려 가파른 고개를 넘어 충주로 향했다.
원주와 충주를 아니 강원도와 충청도를 갈라 놓는 고개 길.
평소 이 언덕길에 초병처럼 십자 봉 등산로를 지키던 산불 감시원 아저씨의
빨간 리본 달린 오토바이가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비 오는 날은 산행인도 적고 산불 염려도 없으니 산불 감시하는
아저씨들한테도 이런 날은 달콤한 휴식일인가보다.

강원도 개울을 옆에 끼고 가던 길이 어느새 충청도 개울로 바뀌었다.
같은 산하의 물이지만 이정표를 확인하고 다시 보니
좀 전의 강원도 개울과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이곳에서 음성을 거쳐 천안으로 갈 요량이다.
딱히 목적도 없이 가는 길이라 한가롭기만 한데
창 밖엔 우리들 바램의 봄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봄은 외출 할 때 마다 분 치장에 늦장을 부리는 여인네처럼
땅속에서 꽃 단장으로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있나 보다.

충주를 자동차 배기통 뒤로 남기고 음성으로 가는 길에
문득 창밖에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 보니
이채롭고 처음 보는 정말 커다란 불상이 지팡이를 짚고 나를 내려다 본다.
불현듯 자애롭게 내려다 보는 부처님을 보고 싶어 핸들을 돌려서
절 길을 더듬어 올라 가본다.

정말로 크긴 크다.
이곳은 ‘미타사’ 라는 절로 내가 좀 전에 보았던 불상은
지장 보살이며 동양 최대라 하니
불교가 동양 중심적 종교니만큼 아마도 세계 최대 크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불자가 아니고 야소자의 제자이니
그냥 구경만 하지만 조금은 이채로운 절이다.
지장보살 앞의 100여미터 앞에는 마치 천주교 묘역처럼
석등을 즐비하게 도열한 납골당인지 묘역인지 모르는
망인의 유택이 오는 비를 다 맞고 서있다.

불현듯
‘왜 이렇게 크게 지장 보살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부처님이 커야만 더욱 커다란 행복을 주시고 확실한 극락장생으로 인도 하시는 건지?
이렇게 크게 부처님을 봉안 하려면 신도들의 재물이 많이 들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눈에 보이는 물리적 부처님은 초라하고 작아도
마음속에 부처, 즉 불심이 무한히 커야 되는 건 아닌지...

부처님 만이 아니다.
인간들은 무조건 크게만 더욱 크게만 고집하는 것 같다.
뭐든지 제일 또는 최고로 커야만 한다.
교회도 능력껏 크게 짓고, 살고 있는 집도 무조건 크면 좋은가 보다.
심지어 지도 계층이라는 분들의 조상 묘역도 무척 크게 조성한다.

그렇게 커야만 종교의 요람이고 행복하고 조상이 편히 쉬시며
자손에게 크게 발복 하시는가?
아니면 있는 자들의 과시인가?
사실 지도 계층은 그네들 스스로 지도 계층이라 부르고
가난한 자 들과 따로 분류 되고 차별화 되기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지도 계층인가?
정치인들이 지도 계층인가?
아니면 재벌과 같은 부자들이 지도 계층인가?
대다수 국민들은 그들을 지도 계층이라 생각지 않는다.
다만 출세하고 돈 많이 번 사람에 불과하고
그들처럼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할 뿐
그들의 가증스러운 심성이나 이기적인 삶을 부러워하며
닮으려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 곳을 나와서 음성으로 들어서는 길에 괜히 미타사를 들려서
인간의 허영만 들여다 본 것 같아 후회스럽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허영만을 가르치고 강요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해 본다.

이 답답한 마음을 씻고 물가의 봄이라도 보려고
충남 예산의 커다란 호수 예당 저수지로 갈 길을 잡아본다.
천안을 거쳐서 가는 길에 봄비는 계속 내린다.
미타사의 지장 보살과 망인들의 석탑을 보고 나온 지금
내 심정의 창 밖의 비는 봄비가 아니라
서방님 북망산으로 먼저 떠나 보내고 서러워 우는
소복 여인의 눈물인양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잦아들며
끈적끈적 내 차의 차창을 타고 흘러 내린다.

창 밖은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저녁 무렵처럼 광명에 인색하다.
가는 길 곳곳에 비를 맞고 있는 벽돌 색 절 집 가는 길 이정표가 서 있다.
마곡사, 보현사 등등…
이젠 눈길을 주지 않고 곧장 달려서 호숫가에 다다랐다.

그때까지 봄비는 끈기 있게 나를 따라와서 예당저수지에
이는 물결을 헤집고 한 방울 봄이 되어 녹아든다.
이곳에서 낚싯대를 펴고 물가를 둘러보니
비로소 빗속에 수줍게 숨어있는 연두 빛 봄을 볼 수 있었다.
이만도 다행이다.
그나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씻기 우고 작은 봄의 얼굴을 본다.

두어 시간 입질 없는 낚시를 하며 호숫가의 봄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다
어린 봄을 물가에 두고 서울로 향했다.
다음주에는 꽃샘 추위로 아마도 중부 지방에선 봄을 보기 어려울 테니
아래 지방으로 더 내려가 청 보리 밭에서 봄의 얼굴을 봐야 하겠다.

2007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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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선생님! *^.^*
봄을 시샘하듯 추운 날씨에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예당 저수지의 봄은 어떻게 생겼던가요?
ㅎㅎㅎㅎㅎㅎ

어린 봄을 물가에 두고 오셨다니...
대어를 잡으려다 놓히시진 않으셨는지요? *^.^*

간접적으로나마 봄의 얼굴을 상상해봅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 되세요. *^.^* -[03/06-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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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임정수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제가 너무 성급히 봄의 얼굴을
보려고 했던것 같습니다.
지금 밖에는 지난 밤에 내린 눈으로
겨울이 한참이니 말입니다.
일기 불순한 날씨에 건강하세요. -[03/0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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