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펴균
ㆍ작성일	2007-02-07 21:59

ㆍIP:

나는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오늘 저녁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녀석이 있어서
회고해 보니 어언 10여년이 지난듯하다.
내가 몇 식구를(그 당시 회사 후배 직원들)을 거느리고 부산시 북구에 위치한
전화국으로 약 8개월간의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아직 개국하지 않은 부산의 덕포 전화국은
임시로 회선을 수용한 컨테이너 교환실이 넓은 부지의 한 귀퉁이에
찌그러진 라면 냄비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곳.
이곳에 주인격인 전화국 직원들은 궁색하게 업무를 보고
객인 우리들은 새로 지어 깨끗하고 깔끔한 건물에 상주하며
마치 주인인양 유세를 부리고 있었다.
적어도 회선이 개통되어 콘테이너를 치우기 전까지는
우리가 독채 전세를 들어온 셈이었다.

우리는 이곳에 한 겨울에 들어와서
목련이 피는 봄에는 목련꽃잎 따다가 술을 담그고,
창고에 보관했다가 국장님이나 외빈이 방문하시면
한잔씩 맛 배기로 내어 놓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의 북부 면허 시험장의 기능시험을 보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황당을 즐기기도 했었다.

그 시절 덕포 시장 안의 보리밥집은 한끼에 1200원이면
싱싱한 봄나물과 함께 내 앞을 채우니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저녁 요기였었다.
이곳이 이리도 물가가 싼 이유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또한 그 넓은 김해 평야가 살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란다.
인심들도 후해서 낯 설은 나그네에게 온정을 듬뿍듬뿍 베풀곤 하였다.
그러나 요즘 이곳 부산을 찾으면 10여년 밖에는 안 지났는데
그때 그 정취는 어디로 간지 모르겠고
억척스런 부산 아지메 같은 조금은 빈틈없는
회색도시가 된듯하여 조금은 아쉽다.

그때
이곳에 같이 온 후배가 몇 있었는데
그들은 이제 회사에 입사한지 갓 2년 정도에 나이는 이십 대 후반의 젊은 피 였었고
소장인 나는 이미 불혹을 향해 달리던 때 였으니
조금은 세대 차이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거나 우리는 모두 타지로 출장을 온 터라
대화도 잘되고 그냥 부담 없이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며
나를 큰 형님같이 생각하고 사적인 문제도 스스럼없이 상의도 하고
혹 간은 낚시도 같이 가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그 중 박군의 행동이나 얼굴이 조금 이상하다.
나한테 섭섭한 것이 있나?
얼굴도 어둡고 말수도 적어 졌을 뿐 아니라 웃음도 잃어 버렸다.
몇 일을 두고 보며 괜시리 박군 앞에서 우스개 소리도 해보고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일찍 퇴근도 시키기도 했고 족구시합도 했는데도
그는 도통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눈치이다.
이럴 때는 소장은 업무에 한하고
이제는 형이나 부모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만 했다.
그래야 업무에 열중하고 전체 분위기도 살아 날 것이므로.

조용히 불러내어 커피를 두잔 앞에 놓고
‘요즘 무슨 걱정거리가 있느냐’는 내 물음에
아무일 아니라며 애써 웃으며 이야기 하던 박군은
나의 집요한 물음에 눈가에 어렴풋이 눈물을 고이며
내게 자신의 슬픈 에로스를 이야기 한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 친구는 전라도 광주가 집인데
그곳에 몇 년 전부터 사귀는 사랑하는 아가씨가 있단다.
휴일이면 광주로 내려가 데이트를 즐기곤 했는데
이 아가씨가 임신을 한지 몇 달 된단다.
이 아가씨의 언니들은 박군에게 책임지라며 온갖 심한 소리를 다 한단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이 친구야! 일을 저질렀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되는 게 아니야?”
그랬더니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

박군 아버지가 펄펄 뛰며 둘의 결혼을 반대하신단다.
그 아가씨는 한쪽 다리가 불구라서 심하게 다리를 전단다.
내가 한마디 더 했다.
“그래? 그럼 자네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자네 아버지라도 일단은 반대 하겠구먼”
했더니
그 아가씨하고 처음 교제를 했을 때는 정상이었는데
그 후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불구가 되었단다.
처음에 사귈 때 정상인 이었고 정말로 사랑했는데
중간에 장애가 있다고 돌아 설수 없단다.
그러니 박군은 그녀를 평생 반려자로 맞아 평생 사랑하며 책임을 져야 겠는데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박군의 아버지는
불구자를 며느리로 맞아 들일 수 없다고 길길이 뛰시며
반대 하신다는것이다.
더군다나 박군은 외 아들 이란다.

난 할말을 잃었다.
내가 그 상황에 뭐라고 조언을 해야 하나…
그냥 밀고 나가라고 사랑은 소중하다고?
아니면 아버지 뜻에 따르라고 효도 해야 된다고?
그 10여년 전에도 젊은이들이 교제를 재산이나 능력을 보고,
몸매나 인물을 보며 열정적으로 사귀다가도 손해 볼 듯하면
아무 미련 없이 돌아서는 풍토였는데
이 박군을 보면 참 괜찮은 청년이고 정말 우리 애들의 귀감이 될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박군의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또한 이해가 가는 것이라 나도 뭐라 권하기 곤란했다.
그저 배려 한 게 총 책임자의 재량으로 회사에 보고를 안하고
며칠 휴가를 주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결과에 순응하고
원만히 해결하고 오라는 두리뭉실한 이야기 밖에는
내 입에서 나올 말이 없었다.

그후
박군은 삼일 인가를 광주에 다녀 온 것 같은데 감히 결과를 물어 볼 수 없었다.
후에 그 아가씨하고 결혼하여 아기 돐 이라고 연락이 왔으나
그 당시 내 업무상 광주까지 갈 형편이 안되어 축하만 해 주었지만
지금은 셀룰러폰의 선두주자인 모 통신회사의 간부로 근무하며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그들의 동료들한테서 간간히 들을 뿐이다.

그때 아빠 출장지에 겨울 방학이라고 아내 손 잡고 내게 왔던
초등학생 우리 아들 두 녀석도 어언 장성해서
앞으로 짝을 찾아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는데
혹시라도 그때 그 박군 같은 사랑을 하며 결혼을 하겠다고 내게 오면
나는 어찌 해야 할까?
아니 선천적 불구가 있는 처자와 결혼 한다고
나에게 허락해 달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평소에 너희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면 아빠는 반대 안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나인데 오늘 가만히 생각하니
조금은 자신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장애가 죄는 아닌데 조금은 불편하다고 재고 하는 건
나만의 못난 생각일까?
나도 그때 그 박군의 아버지처럼 침 튀기며
반대의 이유를 억지로 주렁주렁 꿰어 맞출까?
사실은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해주고 사랑을 축복해 주는 게 정답 일 텐데
과연 내가 그걸 정답이라고 수용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결정하시렵니까?
반대 하시렵니까?
아니면 훌륭한 선택이라고 한없는 신뢰를 보내 주시렵니까?

오늘 저녁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참 훌륭한 청년, 아니 참된 삶을 선택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박군이 한없이 생각나고,
또한 그 당시 박군의 아버지 마음이 되어서 심사 숙고 해 봤습니다.
그러나 답은 못 찾겠습니다.
남이 그런 사랑을 하면 숭고한 사랑 어쩌고 하면서
내게 닥치면 글쎄요??

끝으로 박군과 박군 아버지가 모두 영원히 행복하기를 빌어 봅니다.

**산자부 기술표준 2007년 3월호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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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시인님! *^.^*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구정이 얼마남지가 않아서인지
조금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이제서야 둘러봅니다.

제가 박군의 입장이라면...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임신을 했을 것이고
만나기 전부터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쩔 수없이 교통 사고로 인해 다리를 절게 된 것을...

만약, 그 상황에서 박군이 그 여자분을 멀리했었더라면
두번이나 상처를 주게됨으로
박군은 정말 몹쓸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서로가 변치않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그런 것은 조금도 장해가 되질 않는다고 봅니다.
아무리 외아들이라고 해도 말이죠.

물론, 임신이 되기 전에
미리 양가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허락을 해주질 않더라도 계속 이해를 시켜야 하는 입장이며
임신 후에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감이 있기에
행동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요.

또한,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hirashi2000@yahoo.co.kr) -[02/10-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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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고 있는 여자분을 만났더라도
박군의 마음이 변치않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외관상 보이는 단점보다도
정신적인 아픔과 상처까지도 감싸 안으며
사랑해 주어야 하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은 미혼이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만약에 저의 아들이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절대로 변치않을거란 확신만 있다면
꼭 허락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꼭 낭만적이다거나 이상적인 꿈을 쫓듯
비현실 적으로 들리실런지는 모르겠으나,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후회없는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반대를 하고 싶지는 않은 것입니다.

서로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장애는 조금도 문제가 될 게 없으며
과거의 아픈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것 조차도 따사로히 감싸 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분(박군)께서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빌?(hirashi2000@yahoo.co.kr) -[02/10-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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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어봅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고운 글에 머물다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hirashi2000@yahoo.co.kr) -[02/10-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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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경: 예전 출장지의 정감어린 스케치와 한 청년의 일이 어우러진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아들이 장성했으나 아직 미장가 전이니까 저도 곧 앞에 닥칠 일이 되네요.아들들의 선택이랄까 사랑하는 여인이 저 와도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더 많은 경험을 한 부모의 눈도 무시 될 수 없겠으나, 자식이 행복해야만 부모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02/1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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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문주 : 부모와 자식지간에 서로 어우러지는 가족애속에서도 각자 나뉘어 가는
과정이 되나봅니다. 몸의 불구와 햄복이 서로 함께와는지?
완전함과 부족한 생활이 같이오는지? 우리인생의 운명이라고 봅니다.
저도 아들 녀석이 마음대로 장가를 갔는데 .. 정신적 자페증이 조금 있는 아이를
맞아들이는 과정에서 반대보다도 살아가는데 문젯 점 때문에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우리 아이 팔자가 성직자라니 ~~그러러니 해야 함으로 맘을 비웠습니다. 지금 남매 손자가 있습니다. 잘만나고 못만나는것도 자기들 인연 업인가 봅니다. 부모의 업도 따라오더군요.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03/04-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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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임정수 시인님.
사람이 사는게 다 그렇더군요.
아무래도 내 가족 중심적으로 살아지기를
바라는 맘은 누구나 똑같겠지요.
마치 인생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은...
어쩌면 인생이 드라마 아닌겠어요?
봄 행사에 뵙고 인사 나눌수 있기를... -[03/05-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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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최선경 수필가님.
고운 발길 주심 감사드립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건
모쪼록 좋은 짝을 만나 알콩 달콩
잘 사는것인데 뻔히 힘든길을 택하는
자식에게 염려가 되는건 인지 상정 이겠지요.
건강하시고 봄 나들이때 뵐수 있기를 바랍니다. -[03/05-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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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감문주 시인님.
어려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시인님은 벌써 그런 현실의 한 가운데 계시군요.
우리 아이들도 그저 맘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이야기 하리라 하면서도
조금은 그런 일에서 비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제분의 헌신적 사랑을 보면서 마음 비우신
시인님을 생각하며 조금은 염려가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03/05-15:34]-

세월을 재단하는 가위

파김치와 봄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