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07-01-02 17:16

ㆍIP:

왜목마을 해맞이
“때르르릉~”
“때르르릉~”
아내의 작고 고른 코골이를 헤집고
시계가 나보고 일어나라고 알람울음을 운다.

잠시 나를 짓누르던 꿈을 털고 눈을 떠 본다.
아내가 맞춰 놓은 알람 시침은
두시에 어김없이 나를 깨운다.

옆에 자는 아내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일어납시다. 영진이 올 때 됐어요.”
무슨 고운 꿈을 꾸던 중인지 기침을 게을리 하는
아내를 추슬러 침구를 정리한다.
부산을 떨며 외출 준비를 하다보니
알바를 마치고 큰 아이가 들어선다.

“우리 큰 아들 고생했네?”
밤늦게 고생하는 아들에게
그나마 몇 시간 편히 잔 미안함으로 계면쩍게 밤 인사를 한다.
아들은 유쾌히 길 떠날 채비를 돕는다.

오늘은 2007년 정해 년 꼭두새벽.
작년과 재작년은 서해의 간월도로 해맞이를 갔었다.
재작년엔 새롭게 맞는 햇님을 보며 작은 소망을 빌었으나
작년에는 일기가 좋지 않아 숨어 계신 햇님만 그리다 왔다.

올해는 당진의 해가 뜨고 지는 뭐 그런 마을이래나?
충남 당진 소재 작은 촌 동네 ‘왜목마을'.
지난 2년간을 반복하기 싫어서
관광객이 많을 걸 예상 했지만 목적지로 삼아봤다.

출발 시간은 큰아들이 알바하고 들어오는
두, 세시 경으로 정하고
아들이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다,
평소 밤 도깨비라는 우리 가족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만 잠이 들었나 보다.
아내도 컴퓨터로 이리 저리 인터넷 여행을 하다가
알람을 맞추고 내 옆에서 짧은 잠에 취했었나보다.

출발은 아직도 운전 새내기인 작은 아들에게 시키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아내는 작은 아들의 운전이 못 믿어
자꾸만 잔소리(?)를 뒷좌석에서 쏘아댄다.
“아빠가 출발할 때 어느 정도 운전하고 아이에게 시켜야죠?”
“정말 불안해요?”
그러나 나와 우리 두 아들의 고집으로
계획했던 대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본다.
어찌 우리의 뜻을 꺾으랴
우리는 고집 세기로 그 유명한 최씨 삼부자인걸...
감히 ㅎㅎㅎ

아직까지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차안에 장착된 라디오에서는
동해안으로 가는 해맞이 길은 정체 중이라 한다.

7.3킬로의 서해 대교를 건너서 송악 I.C를 나서니
아마도 앞서가는 차량들은
모두들 왜목마을로 해맞이 가는 길 일 꺼라 가늠해본다.
38번 도로를 달려서 외길로 석문 방조제에 다다르니 차가 많기도 하다.

조금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해맞이 안하면 등짝에 종기 나는 국민이 이리도 많을 줄이야.
가다보니 방조제 쉼터에는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하여
전조등을 꺼 놓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해가 뜨면 커다란 함성으로 정해년을 노래 할테지.
정체되는 길을 앞차의 빽등의 불꼬리를 따라 어렵게 어렵게 가는데
되돌아서 나오는 차들이 제법 많다.
그들은 따로 우리에게 말은 안했지만
되돌아서 편한데서 해맞이하기를 종용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해맞이는 못 보더라도
왜목마을은 봐야 직성이 풀리므로
앞차와의 간격만큼 엑세레이터를 밟아본다.
바닷가 쪽으론 벌써 여명이 아침이 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나직하게 지저귄다.
시계를 보니 이미 6시가 넘었다.

왜목마을 5킬로라는 이정표를 보고 얼마쯤 왔는데
사람들이 차를 파킹하고 걸어서 걸어서 앞으로 나간다.
두툼한 외투로 중무장하고 걸어가는 연인들을 보니
군에 나가는 아이들에 견줄만하다.

때로는 담요를 둘이서 쓰고 걸어가니
이렇게라도 해맞이를 봐야 하는 우리국민들 정성을 모아서
국회 앞에서 한 목소리로 외쳐댄다면
FTA 협상은 고집 센 노 대통령도 포기하리라.

어둠이 점차로 벗어짐에 반비례로
우리 가족의 마음은 불안이 가중된다.
‘이러다 해돋이도 못 보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뒷좌석에서 자다가 잠시 잠시 깨어서 걱정하는 아내를 보며
아이들과 나는‘ 엄마는 계속 자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핀잔을 주며 애써 위로해본다.

안 되면 차안에서 일출을 보자는 나에게
작은 녀석은 초콜렛을 입에 넣어 주며 초콜렛의
달콤한 맛에 심취하고 걱정은 말아달란다.
‘이노무 아해 자석들...ㅎㅎㅎ’

이젠 어쩔 수 없다.
이대로 차가 왜목마을을 들어서길 기다린다는 건
해맞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도 길옆에 차를 주차하고
대부분의 해맞이 객들의 아류 속에 묻혀버린다.
참 많이도 왔다.

차가 빼곡히 들어차서 앞으로 혹은 뒤로도 갈수가 없다.
그만해도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가기로 한 게 다행이다.
사람들은
사위가 밝아올수록 걸음을 빨리해서 앞으로 앞으로 전진 한다.
이 사람들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하라면
이리도 열심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차인지 정차인지 빼곡한 차량사이를 헤집고 나아가서
동인장 모텔을 앞에 두고 산허리를 넘어가니
앞이 투~욱 터진 것이 저기가 왜목마을 인가보다.
인간들이 서둘러 세속을 만들고
인간들이 부산을 즐기는 저곳 왜목마을.

아마도 십여년 전만 해도,
그러니까 내가 대호만으로 낚시를 즐겨 다니던 길목인
이곳은 그냥 눈여겨보지도 않고 그냥 바닷가 빈촌이었는데
도회의 인간 군상들이 스스로 이렇게 명승지로 만들고 몸살 앓이를 한다.
언젠가는 지나다 보니 이곳 어디엔가 갯벌 체험장 이라고 간판붙이고
학생들을 긁어모으던 적도 있었으니...

임시로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지역을 지난다.
그런데 항상 축제하는데 가면 지역에 관계없이
전주비빔밥이나 호남식당은 꼭 있다.

충청도나 언젠가 가보았던 강원도 봉평의 메밀꽃 축제에
왜 호남식당과 전주비빔밥집이 있어야 되는지 참으로 모르겠다.
충청도면 충청도 전통 음식점이라든가
강원도면 강원도 특산 음식점이 대부분이어야 되는 건 아닌지.
아마도 호남 식당과 전주비빔밥은 전국구인가보다.

젊은 군상들이 연신 폭죽을 쏘아대는 해변 가에
우리 네 식구가 당도하니 시간은
이미 기상청에서 발표한 해 돋는 시간에 20분전이다.

오는 길에 차량도 많지만 정말로 많이들도 왔다.
해변을 내려보니 탐방객들이 해변에 널부러진
바위에 붙은 굴딱지처럼 모질게도 다닥 다닥 박혀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바닷가로 내려서기도
발길이 어두워 마땅치가 않다.
어렵사리 모래톱에 내려서니 이곳 주민들이 주최가 되어서
축제 행사를 하는 곳에서 조금은 취한 듯한 아저씨가
어색하고 어눌한 솜씨로 사회를 보며
사람을 찾는다는 안내 말이
새벽 공기를 가르고 내 주변에 다다른다.

조금 있다가 해가 뜨면 당진군수가 신년사를 한단다.
당진 군수가 누구였던가???
그냥 동녘 바닷가를 바라보니 날씨가 잔뜩 심술부리고 있다.
이곳에 오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 예쁜 아나운서의 기상 예보가 귓가에 세삼스레 맴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흐려서 일출을 보기는 어렵단다.

행사장에서는 흰 가래떡을 탐방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우리는 아내의 권유(강요)에 못이겨
식구대로 가래떡을 얻어들고
혹시 올 아침 해를 기다려 본다.

어언 시간으로 봐서 해가 뜨는 시간인데
아쉽게도 햇님은 수줍은 얼굴 내보이기를 거부한다.
아마도 정해년 새 아침 햇님은
충청도 산골의 수줍음 많은 새색시인가보다.
아쉬운 대로 바닷가를 바라보니 모래 알 수 버금가는
탐방객들의 아쉬움이 알알이 해변에 깔린다.

그래도 시간이 되니 군수님은 목청을 돋우어 신년사를 하신다.
해는 구름에서 수줍은데 군수님은 용감하시다.
어쨌건 흰 가래떡을 얻어먹었으니
곱은 손 내밀어 박수로 새해가 옴을 동의한다.

혹시나 기다리는 탐방객들에게
잠시 햇무리 한 토막을 내 비치던 햇님은 기어이
수줍은 미소를 남기고
기약 없는 장막의 무대 뒤에 안주한다.

바다는 밀물인데,
탐방객들은 잠뱅이 사이로 흘리는 방귀처럼 썰물이 되어
왔던 길을 더듬어 나간다.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음식점에 들려
생선회를 시키니 젊은 종업원이 뜨악히 바라보며
회 뜨는 기술자(주방장)가 출근을 안 해서 곤란하고
간단한 식사를 시키라한다.

그렇다!
시간을 보니 아침 8시를 조금 넘겼으니
이 시간에 생선회에 이스리 한잔하는 손님이 참 이상 하리라.
그런데 어쩌랴.

우리 아이들은 새벽 3시에도 알바에서 돌아오면
삼겹살에 이스리까지 하는 밤 도깨비 식성인걸.
아쉬운 맘 잠시 접고 해물 칼국수로 조반을 마치고
막히는 길을 이리저리 더듬어
인천의 소래 포구에서 생선회에 이스리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정오에서 몇 걸음 앞서나간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갔다가
수줍은 정해년 새악시의 얼굴은 못보고 왔지만
그래도 우리 국민 대다수의 정서 속에 묻혀서
하루를 보냈으니 서운치는 않다.

신년 새해의 해맞이가 무엇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정월에 뜨는 해나 유월에 뜨는 해나
조금 일찍 뜨고 조금 늦게 뜰뿐이지.

단지 대한 민국 국민이 되어서 해맞이를 즐기러
교통 정체를 무릅쓰고 다녀옴이 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올해는 해맞이 하러 왜목 마을에 갔다가 바람맞고
소래 포구에서 회 맞이하고 왔으니
나름대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해맞이는 고이 간직했다
내년에 다시 맞이하러 가야겠다.
내년도 햇님이 얼굴 보여주길 거부한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시금 가봐야겠다.

2007년 정해년 새해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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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경: 햇님에게 바람 맞아 서운 했던 경험이 저와 비슷하셔서 공감을느끼며 잘 읽고 갑니다. -[01/06-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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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시인님! *^.^*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요즘 컴 상태가 안좋아서
이곳 수필 서재에선 찾아뵙지를 못했습니다.

이렇게 늦게라도 인사를 올리게 되어
반갑고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좋은 작품을 빚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함이 많아 멋모르고 헤매더라도
잘 좀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무척 추운 날입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hirashi2000@yahoo.co.kr) -[01/10-15:28]-

검불데기 내 사랑

왕만두국과 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