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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복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12-26 07:38
ㆍIP: 125.xxx.48
부부

우리 부부가 만난 지 벌써 43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부부간의 갈등은 신혼 초나 고희가 된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세월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학교도 채 끝나기 전 단칸방 하나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으니 처음부터 삐거덕거린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생각의 차가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청개구리 성격도 아닌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한 사람은 O형의 혈액형에 외형적 성격이고 또 한 사람은 B형의 혈액형에 내성적이니 물과 기름의 만남인 것 같다. 이런 만남도 남자가 외형적이고 여자가 내성적이면 나름대로 조화가 잘 될 것 같은데 반대로 여자는 활동적이며 밖으로 돌기를 좋아하고 남자는 차분하니 집에서 조용히 있기를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나는 공명심이 강하여 조금이라도 도리에 어긋나거나 체면에 흠이 갈 것 같으면 절대 하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고 집사람은 체면보다는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보니 서로 다툼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두 사람이 같이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30분이 채 가기 전에 다툼이 나타나니 그것도 하나의 팔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40년이 넘게 한솥밥을 먹었건만 지금도 먹는 음식의 습성까지도 다르다. 찌개를 끓여도 나는 국물이 훙덩(전라도사투리)하니 짜고 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고 찌개에 말아 먹기를 좋아하고 식구는 뒤적뒤적 국물이 없는 짭짭하고 매콤한 찌개를 좋아하니 매 끈이 마다 다툼이 나타난다. 하긴 성장한 양가의 어머님들이 해 주신 음식이 그런 형태였으니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입맛과 습성은 죽을 때까지 가는 모양이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할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부부뿐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깊게 들어와 가능하면 집사람의 비위를 맞추어 보려고 나름대로는 노력해보고 있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 같다. 어쩌다 한마디만 하면 늙으면서 잔소리만 늘어 간다고 핀 찬을 주니 누가 누구한테 잔소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는데 막상 퇴직하고 집에 들어 않자 보니 남자라는 존재가 무력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참고 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요즘은 양보하고 또 하다 이게 안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쫓겨날 신세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깐에는 내가 평생 벌어서 먹여주고 입혀 준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 보다.

젊어서 직장에 다닐 때는 직장 일에 치중하느라 아무것도 모르고 가정의 모든 경제권을 집사람에게 넘겨줬더니 자기 혼자 벌어서 가정을 일구어 나간 것처럼 착각하고 구박을 하니 그 버릇을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하긴 열심히 살아 줘서 세월이 흐르면서 제법 살림살이도 부풀려 쾌 야무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너무 안일한 생각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더 늦기 전에 무조건 양보보다 간간 제동을 걸어 남편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인식 시켜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기 시작한 지가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는데도 그리 쉽게 변화가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끌어가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좀 더 강하게 어필을 해야 할 모양이다. 그렇다고 너무나 강하여 가정파탄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부부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 다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미운 정 보다는 고운 정이 더 많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세상에 내가 없으면 못 살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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