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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3-23 07:52
ㆍIP: 223.xxx.159
우리는 열 두 척의 배로 항전한다
우리는 열 두 척의 배로 항전한다

       권영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5600명이 넘었다
꿈인가... 이 숫자 자체가 믿을수 없을 정도이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치 도깨비 장난같기도 하다
한 잔 마시고 밤길을 가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도깨비가 씨름을 하잔다
밤새 죽을 고생을 하고 씨름을 했더니 품에 있는 것은 몽당 빗자루 하나라는 옛날이야기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만큼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 현실같지가 않다
전 세계에 코리안 포비아는 점점 번지고 국격은 멸시당하고 조롱꺼리가 되었다
이런 나라가 나라냐고 난리들이다
내가 나라의 주인도 아니고 이 나라를 책임진 사람도 아니건만 마치 집중 포화를 당한듯 심장이 쪼개지는 아픔으로 어젯밤 밤새 울며 기도했다

이와 같이 기도하는 사람들이 방방곡곡 넘칠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길에서 만난 자매님은 내 손을 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매들 몇 명이 모여 칠 일 금식 기도를 하노라고 말했다
이토록 간절한 기도를 바친 적은 생애 처음이라면서 오직 용서해주실 것을 바라노라고 했다
용서... 신이 용서해야 이 기막힌 역병이 물러날 것인가?
자매들과 달리 나는 용서의 기도를 하지 않았다
지금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 인간을 돕기 위해 나선 의료진과 모든 공공 요원들을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기도했다
만성질환자인 내가 혹시라도 감염자가 되어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끔찍한 일만은 막아 달라고 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리듯 떼쓰면서 그렇게 울면서 기도했다
내가 사는 서구 석남동 바로 옆 동네에 확진자가 생긴 후로 불안과 두려움은 말할수 없다
내 가게에 오는 손님 누구라도 믿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안에 숨어 숨 죽이고 살아야 하나?
그럴수는 없어 철저한 개인 위생은 물론이요 사회적 격리를 실천하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해 방역에 힘쓰고 가게의 청결과 위생에도 최선을 다한다
내가 할수있는 것은 그 정도이다
그런데 이 무서운 시기에도 마치 따뜻한 봄비가 얼어붙은 대지를 녹여 꽃을 피울 준비를 하듯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들이 기적의 꽃을 피우고 있다
연예인들의 통 큰 기부 행렬도 아름답지만 자신의 안위를 뒤로 하고 대구로 달려 가는 수많은 의료진들과 구급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기초수급자에서 어린아이까지 자신을 밝히지 않고 그저 힘든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만 하고 돈을 내놓고 가버리는 이 땅의 우리 사람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워낙 지진 재해가 많은 일본은 재난을 당하면 기계 처럼 관민이 손발을 맞추어 놀라운 면모를 늘 보여주지만 뭔가 감동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를 마구 비판하고 끊임없이 구시렁대고 별별 지청구를 다하면서도 이 땅의 사람들은 일이 벌어진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보지않는다
매일 매일 수많은 가짜 뉴스에 , 여야는 어린얘 모래 싸움같은 설전으로 날이 새는 이 대한민국.
곧 망한다고 끊임없이 저주의 주문을 걸어대는 사람들은 지칠 때도 되었을텐데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
그럼에도 이 나라는 항전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온 나라를 점령할듯이 진군해 오는데도 대한민국은 요지부동으로 항전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이순신의 배 열 두 척이 언제나 어느 때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이해타산과  당리당락이 얽켜 곧 무너질듯 하나 대한민국은 열 두 척의 배로 인해 결국 이겨내고야 만다
그 열 두 척의 배는 바로 우리의 백성들이다
이 땅의 의지로 태어난 우리의 백성들이 , 우리의 마음들이 언제나 기적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국민들을 다른 방면으로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온갖 매체의 뉴스들이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북 치고 장구치면서 날이면 날마다 떠들지 않아도 스스로 실감하면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더해주는 쓸데없는 뉴스, 뉴스 특보들...
이젠 방송 스스로 절제하면서 목소리의 톤을 낮추고 좀 더 냉철하게 대처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어쩌자고 그렇게 맨날 잔칫날 만난 남사당패 처럼 높은 목소리로 허구헌날 같은 말을 수 백 번씩 떠들어 대는지...
와글와글 누가 더 소리지르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은 지금의 방송은 결코 옳지 않다
간신히 지탱해 나가는 열 두 척의 배를 수장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좀 더 신중하고 사려깊은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우리 한반도는 지금 가장 악랄한 적군과 대치하며 결사 항전하고 있다
이 항전의 의지를 꺽는 그 어떤 행위도, 정치적인 야욕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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