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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3-22 18:30
ㆍIP: 223.xxx.159
그 많은 마스크는 다 어데로 갔노?
마스크는 어데로 다 갔노?

     권영심

나이를 먹어 가면서 벼라별 일을 다 보고 웃기는 일, 기막힌 일 등을 어지간히 겪어 왔다
그런데 마스크를 사러 길거리를 헤메고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라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없다
마스크를 쓸 일이 그렇게 없었고 지금까지 겪은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상상하지 않았던 일을 지금 겪으며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힌다
1월 초순부터 왠지 긴박한 느낌이 들어 집안에 있는 마스크를 점검해 보았더니 열 개 정도를 찾아 내었다
아들더러 인터넷에서 좀 사라고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티비 버튼을 돌리니까 모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60개 한 박스에 39000원.
가격을 따질 것 없이 한 박스를 구매했다

지금 얼마나 후회하는지 모른다
그 절호의 찬스에 한 박스만 구매했으니 그 때만 해도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뒤로 시간이 나는대로 홈쇼핑을 보았으나 아무데도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았다
지인이 일회용 마스크를 한 박스 줘서 그것까지 백여장으로 넘길수 있으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던 것은 벌써 그만 두고 처음 쓸 때 거즈를 깔고 쓰고 두 번 째는 그냥 쓰고 세 번째는 소주를 잔뜩 뿌려 말려서 쓰고 있다
지금 열 장 정도 남았는데 우째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 새벽에 공영홈쇼핑에 판매한다고 개시가 시작 되었는데 전화를 설흔 번 이상하다가 그만두었다
-서버에 이상이 생겼으니 잠시 후 다시 해주십시오 - 이것이 답이었다
나는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체력은 못되고 좀 전에 잘 아는 옷 수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언니  마스크 만들수 있어요? -
-ㅎㅎ 마리아씨도 필요해?
면으로 만들고 있어 .
안에는 가제를 대고 귀에 거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묶는 거야.
사람들이 만들라고 하도 그래서 지금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어.
빨아서 사용할수 있으니 살수있을 때 까지 이거라도 써야지
효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남들 보기에는 괜찮으니까.
안에 와이어도 넣어서 그럴듯 해요 -
나는 3개를 주문했다
어쩌겠는가?
마스크 수급이 웬만해질 때 까지 그런 마스크라도 쓸 수 밖에.

그래서 길을 오가며 보니까 특히 나이드신 할머니들이 사용하는 마스크들이 요상한 것들이 있었다
집에 재봉틀이 있는 할머니들은 만들어서 쓸 법도 했다
긴 머플러로 눈만 내놓고 얼굴을 둘둘 말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요리사들이 쓸 법한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살 방법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여러 방법이 나오는 모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대한민국의 각 가정들은 아마 마스크를 최소 몇 백 장 씩은 쟁겨 놓을 것을 나는 장담한다
내가 그럴 거니까.
거의 오 년 마다 감염병이 유행하고 또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은 결코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통화를 하면서
썩거나 상하는 물건이 아니니 구할수 있을 때 사 두어서 쓰리라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이어서 마스크 대용으로 무언가가 개발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른 것은 몰라도 마스크 사재기는 해야겠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고 나가면 심리적 안정감이 굉장히 큰데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정부의 노력으로 이 비정상적인 마스크 실종 사건이  차츰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몇 장 남지 않은 마스크를 쥐고 있는 심정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참 어이가 없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또 어떤 기막힌 물건의 실종을 보게 될까?
버라이어티한 삶의 나날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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