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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6-08 21:07
ㆍIP: 223.xxx.244
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수필(산문) 권영심의글
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2   커피, 너무나 성스러운 맛

커피의 보급내지 확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커피 종류 만큼이나 많습 니다.   그러나 대체로 정설로 여겨지는 것은,이슬람 제국의 유럽 침공 이후라는 설입니다.   유럽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 에서의 커피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 로 중요한 음료였지요.   예멘을 통해 이슬람의 성지 메카로 전해진 커피는, 예배 시간의 졸음을 깨워주는 각성 작용 으로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그러니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 게 되고 자연스럽게 커피하우스가 생기 게 됩니다.   사람들,그것도 남자들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쌈박질 아니면 힘자랑내지는 시국이며, 정치 이야기를 하겠지요.

여러가지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어느새 함께 뭉치게 되고,그것을 바라보는 통치 자의 세력은 불안감을 느끼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배자들은 필요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다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힘이 생기 기 마련이니까요.   급기야 관청은 커피 하우스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하고 커피금 지령을 내립니다.   이 사달이 오스만의 황제 술탄에게 알려졌으나, 술탄은 과감 하게 커피의 금지령을 해제할 것을 명령 하고 어디서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허락했습니다.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의 세계에서,커피가 훌륭한 대체 음료가 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술탄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모이면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슬람의  토론 실력은  그렇게 만들어 졌습니다.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우리의 커피와는 많이 다른데,정말 죽음처럼 검고 진하며 사랑처럼 달콤합니다.   그런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며 릴레이 토론을 이어가는 아랍권 남자들의 수다와 논리 정연한 말솜씨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커피는 유럽에서 처음 엔 어마어마한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을 침공한 이교도들이 애용하는 음료를 좋아할 리가 없었습니다.
오스만의 사람들도 그들에게 커피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는 이슬람의 귀중한 보물이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이교도의 와인, 악마의 추잡한 유혹,
사악하고 썩은 검은 물, 음탕한 마녀의 젖... 이 요상한 수식어들은 유럽의 성직 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커피를 표현했던 말들입니다.   황당하지요?
그러나 마시기만 하면 누구든지 빠져들 고, 포로가 되어버리는 이 검은 음료를 성직자들은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위 성직자들은,커피를 마시지 못하도 록 교황령을 내려줄 것을 클레맨스 교황 에게 탄원했습니다.   클레맨스 교황은 그토록 두려운 음료인 커피를 가져올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커피의 맛을 본 뒤,

"아! 이 음료는 타락한 이교도들이 마시 기엔 너무나 성스러운 맛이다."

어쩝니까? 왕보다 위에 있는 교황의 말 은 그대로 법이었던 시대였습니다.
교황이 허락하면 하늘도 허락하고, 교황 이 거부하면 하늘도 거부한다는 것이 카톨릭의 주된 교리이니,클레맨스 교황 이 축복하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봉인은 해제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커피는 유 럽 전역에 퍼지고,거부할 수 없는 향기 와 맛은 신분을 불문하고 사람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일설에는 술에 쩔어 있던 유럽을 깨우고,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 은 커피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술을 대체하는 커피로 인해,  유럽의 정신이 맑아져서 르네상스를 이끌어 내었다는 것입니다.

대략 1600년 경에 유럽에 퍼진 커피는 19세기까지 이슬람권의 커피가 장악하 고 있었습니다.   -카흐베시 하네 - (커피하우스)도 이슬람이 시작이었고
그런 형식의 하네는 곳곳으로 퍼졌습니 다.   요즘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것 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슬람권 에서 커피 나무를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요.   그러니 얼마나 비쌌겠습니까?
그 비싼 몸값으로 인해 역사적인 사건 에도 커피는 등장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먹고 마시는 것이 인류사에서 중요
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커피처럼 다이나
믹한 존재도 드물었습니다.  모든 순간
들에, 커피는 그 짙은 향기처럼 사람들
과 함께 하고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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