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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3-24 17:01
ㆍIP: 223.xxx.142
어린 소녀가 꼬까옷을 기다리듯
어린 소녀가 꼬까옷을 기다리듯...

           권영심

어릴 때 부터 유달리 옷을 좋아했고 언제 어느 때나 차려 입고 다니는 것이 습관 처럼 되었다
그런 덕분에 멋쟁이라는 말과 함께 살았다
가장 좋아하는 차림은 한복 치레인데 인천에 이사와서 성당을 다니면서 항상 한복을 입고 다녔다
십 년 동안 각종 직책을 맡아 봉사하면서 내가 한복을 입기 위한 노력은 비장한 데가 있다고 할수있다
나는 한복을 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제대로 입기 때문이었다
고전 한복이거나 개량 한복이거나 가릴 것 없이 한복은 속옷에서 그 모양새가 크게 차이가 난다
성당에서 행사가 있으면 자매님들이 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심하게는 청바지 위에 한복만 두르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민망한 한복 차림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나는 겨울에 입었던 것들을 벗어 놓으면 침대 위가 가득할 정도로 속옷을 챙기기 때문에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언급할 정도였다
본당의 높은 계단을 걸어 올라 갈 때 다리가 안 보이는 사람은 성모회장 밖에 없다고 여름에 신자들의 옷매무새를 질책했는데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다
땀이 많은 체질인 내가 여름에 한복을 입는 수고는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준이 아니었다
에어콘을 틀어 놓고도 선풍기를 켜고 속옷에서 겉옷까지 다림질을 하는데 대부분 모시류여서 그 다림질의 수고는 말도 못한다

찹쌀 가루를 묽게 쑤어서 주름 하나 없이 다려서 입어야 움직일 때 생기는 주름이 덜하면서도 정갈해 보였다
다린 옷들을 챙겨서 옷장 문에 걸어 놓고 씻은 뒤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는데 이 과정이 또 심각하게 복잡하다
얼굴이 작고 뒤통수가 예쁘면 그냥 빗어 올리면 되지만 나는 큰 얼굴에 안경을 쓰고 머리는 납작한데다가 숱 까지 적다
총체적 난국 상태에서 그래도 차려 입고 나서면 많은 찬사를 들었으니 내 손기술은 인정할만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두 시간은 걸렸으니 아침 미사 삼 십 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려면 새벽 여섯 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
이런 수고를 즐겨할 만큼 나는 한복을 사랑하는데 요 몇 년 사이엔 거의 입지 못했다

그 사이에 한복을 많이 기증했고 이제 팔십여벌이 남아 있는데 죽을 때 까지 입을 것들이다
이젠 환갑도 지났으니 그동안 마음으로 소망하던 남바위나 조바위 등 한복 모자를 착용하면서 입어도 괜찮을 것 같아 여러 방면으로 알아 보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조바위나 남바위는 정말 제대로 만든 것을 쓰지 않으면 사람의 품격이 망가진다
기성품은 쓸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해서 우리의 전통을 누가 지키는가 비감할 정도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티비를 보았는데 모 방송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놀라고 기뻤다
그녀의 이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참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넘치지 않는 격이 서 있는 한복을 만들어 내는 장인으로 존경하고 있었는데 프로에 나올 때 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바위등의 한복 모자 패션을 선보였다

멋있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은 한복이 원하는 선이 아니었으나 우리의 옷과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저렇게 일상에서 어울릴 수 있는 우리의 옷을 왜 우리는 입지 않을까?
나는 그녀의 전번을 찾아 전화를 걸었고 너무나 반색을 하며 맞아 주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조바위를 주문했더니 일단 와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드시 사월의 어느 날에 갈 것을 약속하고 그 후 부터 생각만 하면 마음이 설레인다
꼬까옷을 기다리는 작은 소녀 처럼 그렇게 마음 가득 행복이 차오른다
코로나19도 물러난 4월의 햇빛 맑은 날
나는 한양으로 긴 외출을 할 예정이다.
이름아이콘 한영택
2020-03-25 00:18
회원사진 		따스한 봄날에 꽃들은 앞 다투어 피어납니다
자연의 숨결을 감응할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지금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입니다
피는 꽃처럼 희망의 꽃이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한복을 입은 그녀 ‘코로나19’가 물러난 4월의 햇빛 맑은 날
한양으로 화려한 외출로 행복한 봄 보내시길 바랍니다  
집필하신 작가님의 글에 다녀갑니다
건강하시고 향필하십시오.
   
이름아이콘 권영심
2020-03-25 11:16
회원사진 		오늘 무척 온화한 날씨입니다
이 기운으로 바이러스가 사라지길 기도합니다
한영택 작가님의 건강을 소망하면서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0-03-25 12:42
회원사진 		권영심 작가님 한복 입으시는 정성에 찬사를 드립니다
찹쌀풀을 쑤어서 다림질 까지 하시는 정성
저는 그렇게 입어본 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팔십여벌이나 된다니 굉장히 놀랍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입으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보며
수필 잘 감상해봅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에 힘들어도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김재덕
2020-03-25 20:25
회원사진 		권영심 작가님
안녕하세요
대체나 작가님은 한복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주옥 같은 글 귀감이 되는 글 많이 집필하셔서
문운 창대하십시오
늘 강건하시기를 바라면서
슝~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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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7 권영심 2020-04-02
556 환영합니다 7 poemmusic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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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 구시화문을 잊지 말라 4 권영심 2020-03-28
553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이야기 4 권영심 2020-03-26
552 어린 소녀가 꼬까옷을 기다리듯 4 권영심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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