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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5-09 17:29
ㆍIP: 223.xxx.116
엄마와 소주
#권영심의글
엄마와 소주 ( 2020 ,5 ,8 )

       권영심

지금은 여러 주류 회사에서 약한 도수의 소주들이 많이 나오지만 예전에 소주의 도수는 25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소주들이 도수를 낮추었어도 진로 두꺼비의 그 로고와 도수는 변하지 않고 있다
엄마는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갈 때 까지 두꺼비 25짜리만 마셨다
아무리 좋은 양주나 맥주도 한 잔 이상을 넘기지 못했는데 두꺼비는 하루에 두 세마리 씩 잡아 먹었다
여름엔 두 병, 겨울엔 세 병이었는데 새벽에 누구보다 일찍 가게 문을 열면서 한 병을 약 먹듯이 조금씩 마신다
옷가게여서 밖의 매대에 진열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한 병을 다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얼굴은 너무나 말짱하다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일이 없을 때는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데 밤에 가게문을 닫으면서 또 한 병을 마시는 것이다

새벽과는 반대의 순서로 ,진열되고 정리된 상품들을 가게 안으로 집어 넣고 문을 닫을 동안 한 모금씩 마신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엄마의 음주 습관이다
겨울엔 날씨가 추워서 장사하는 사이 사이 한 모금씩 하기에 하루종일 마시는 술이 세 병이다
여자의 음주로는 대단히 많으나 시장의 그 누구도 엄마가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엄마는 원래부터 그렇게 술이 세었던 것일까?
엄마가 소주를 마시고 그 힘으로 하루를 버티게 만든 원인은 남동생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군대에 입대한 후 첫 휴가를 나온 동생이 저녁을 먹고 친구들의 강제에 가까운 권유에 이끌려 나간 후,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을 때 엄마는 삶을 완전히 거부했다

어떤 수면 주사도 수면제도 엄마에게 듣지 않았고 지키는 사람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어느새 집을 빠져 나가 바다 쪽으로 뛰었다
시장 사람들이 달려가는 엄마를 보고
-마리야 엄마 잡으래이 ! -
봉화를 전하듯이 고함의 릴레이가 이어지고 엄마는 얼마 못 가서 사람들의 그물에 갇혔다
동생이 부른다고 , 가야 한다고 울부짖는 엄마는 그 누구라도 물어뜯을 수 있는 ,새끼를 빼앗긴 한 마리 가여운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원래 지병이 있은데다 독자의 죽음 이후 급격히 몸이 나빠진 아버지는 엄마를 그저 달래고 또 달랬다
울다가 쓰러져 숨을 쉴 수 없다고 몸부림치는 엄마에게 아버지가 소주 한 잔을 마시게 했다
그것이 엄마가 소주를 마신 첫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엄마가 입에 댄 술은 막걸리에 흑설탕을 넣어 끓인 모주였다
밥사발에 모주 한 잔이면 얼굴이 발그레지던 엄마는 그 일을 계기로 소주와 평생 지기가 되었다
숨이 막힐 때 마다 소주를 마시면 숨이 쉬어진다고 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소주를 한 잔 씩 나누어 마시며 일상을 되찾았고 우리들에게도 평화가 왔다
너무나 슬픈 평화였으나 소주 두어병으로 자기 통제가 된 엄마를 보며 두꺼비 상표만 보아도 감사했다
엄마는 분명 알콜 의존증 상태였으나 행동과 생각하는 것에 이상이 없었다
겉보기에 엄마가 안정을 찾았다고 느껴질 때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찾아 왔다
울 엄마는 수산나라는 영세명까지 있는 사람이고 견진을 받기 위해 새하얗게 치장하고 면사포를 쓴 처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5-10 08:02
회원사진 		권영심 작가님 안녕하세요
대부분의 사람 들이 술과 인연을 맺기에는 변명아닌 이유가
있겠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의 한을 결국 오지 않은 잠을 달래기
위해 한모금씩 마신 술이 결국 알콜 의존증을 유발하시게 되셨군요

허나 옛날의 술이 25도가 아닌 30도였습니다만 도수가 문제가 아니라
술을 하루에 식사후 두컵씩만 마신다면 약이 된다고들은바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신것은 단숨에 많은 술을 드시지 않은 것은 알콜
의존증 중에도 아주 좋은 결단과 습관이셨네요

대부분 주량이 배가 되어 술기운에 술을 더하게되어 결국
몸을 망치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일반적인 통념인데 말입니다.
곁에서 지켜보시는 작가님 또한 마음 고생이 크셨겠습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오월의 짙은 향을 몰고오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권영심
2020-05-10 19:00
회원사진 		감사합니다
옛날 소주가 30도 였었군요
엄마의 평생의 동무 , 마지막의 길잡이가 소주가 된 것이 너무 마음아파 이젠 제 가슴에 구멍이 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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