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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3-27 16:11
ㆍIP: 223.xxx.238
붓으로 세상을 논하는 자
-붓으로 세상을 논하는 자-

          권영심

동호지필 [董狐之筆]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호의 붓이라는 뜻으로, 기록을 담당한 자가 주위 사람들이나 권력을 의식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바르게 써서 남기는 것을 말합니다
동호직필(董狐直筆), 춘추필법(春秋筆法)이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춘추 시대 진나라 임금 영공은 포악하고 무도하기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정경 조순은 임금의 그런 행태를 몹시 걱정 했습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간곡히 충언하고고 바른 정사를 펴도록 호소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왕의 미움을 사는 빌미가 되고 말았지요

그렇게 되니 영공은 조순이 미워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그를 벌주기엔 그는 너무나 인망이 높았습니다
영공은 기어이 남몰래 자객을 조순에게 보내고 맙니다
그러나 자객은 그를 맞이한 조순의 의연함과 따뜻한 인품에 감복되어 그를 죽이지 못하고 자결하고 맙니다
살아서 돌아가도 영공에게 죽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렇게 되자 영공은 이번에는 자객을 숨긴 술자리에 영공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있던 측근의  알림으로 조순은 말을 돌려 나라를 떠나 도망길에 오릅니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영공은 대노하여 추격대를  풀었으나
조순의 덕망이 워낙 높은 터여서 오히려
추격 군병들은 그를 놓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영공은 조천이라는 남자의 손에 시해되고 말았습니다
악행을 멈추지 않고 덕과 인품이 훌륭한 조순을 죽이려고 하는 왕을 용서할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국경을 막 넘으려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순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급히 도성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런데, 사관(史官)인 동호(董狐)가 공식 기록에
-조순, 임금을 죽게 하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조순으로서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수밖에 없었지요
조순은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동호는 냉정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공께서는 임금을 직접 시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국내에 있었음이 분명했고
조정에 돌아와서는 상공의 지위로 범인을 처벌하지도 않았습니다
국가의 가장 요직에 있는 사람이 그 대임을 수행하지도 않고 직무를 유기했으니
그것이 직접 시해와 무엇이 다릅니까?
폭군이었던 것은 후세가 규정할 일이고 상공의 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상공은 임금을 시해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 냉엄한 지적에 조순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후일 공자는 이 사건에 대해 말하기를
-법대로 올바르게 기록한 동호는 훌륭하다
또 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권력으로 사관을 벌하지 않은 조순 역시 훌륭하다
오명을 뒤집어 쓰더라도 그것을 법도대로 감내했기 때문이다
만약 조순이 국경을 넘은 뒤였더라면 조순은 오명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국내에 있은 것이 분명하므로 그는 동호의 기록대로 임금을 시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순이 임금을 죽였다고 기록한 동호는 지나친 짓을 한 것일까요?

조선 왕조실록은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왕실전반의 일을 낱낱이 기록한 우리의 문화 유산입니다
그 기록은 임금은 결코 볼수 없었고 사관은 그야말로 -동호직필-을 어기지 않음을 목숨을 지키듯이 이행 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들은 27분의 임금의 삶과 조선의 정신을 손살피같이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일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의 기록들을 과연 믿을수 있을까요?
거짓과 오류와 자가당착으로 얼룩진 뉴스들을 보며 동호직필을 떠올립니다
붓을 놀려 세상을 마음껏 요리할수 있다는 어리석은 자만에 가득한 일부 기자들을의 글을 읽으며 그들을 향해
준엄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붓을 꺽게할 것은 결국 바로 자신!
본인들의 좌절감이 될 것이라고.
이름아이콘 김상화
2020-03-28 08:13
회원사진 		반갑습니다. 권영심 작가님
코로나 19 로 인해 활동하시기 힘드시지요
올려주신 붓으로 세상을 논하는 자, 라는 제목의
동호지필 [董狐之筆] 이라는 말이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작가님 시국을 빗대어 풍자한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권영심 작가님
코로나로 인해 나라가 서서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국정은 마비 상태고 퍼주기로 민심을 사려 하니
이 나라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작가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김종덕
2020-03-28 19:11
회원사진 		권영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동호직필, 이는 우리나라를 있게한 부분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제하에서 우리들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바르게 썼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에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윤동주가 그랬고, 만해, 이육사 등 많은 문인들이 나라를 지켜 나갔습니다. 기레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름아이콘 권영심
2020-03-28 20:45
회원사진 		너무나 많은 거짓 보도들로 인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신 김상화  김종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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