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13 19:48

ㆍIP: 223.xxx.171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권영심의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

권영심 ( 2020 , 10 , 13 )

나는 어쩌면 앞으로 우리 동네와 가게가
있는 동네를 다니는 특정 번호의 버스를
못 타게 될지도 모르겠다
버스만 타면 마스크나 어르신 때문에
기사님과 좋지 않은 실랑이를 몇 번
했는데 오늘 또 다투고 말았다
내가 사건을 몰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로
기사님과 언쟁을 했다
앞에서 두 번 째 좌석에 앉아 갔는데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구부정한 어르신
이 힘겹게 올라 왔다
매우 마른 몸피에 옷차림이 허술했다
다행히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었는데
차비를 천 원만 내고 맨 앞 자리에
앉았다
- 차비 더 내세요, 1300원 입니다 -
약간의 신경질이 실린 기사의 말에 고개
를 숙이고 앉은 어르신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이 때 이미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투덜거리더라도 차를 그대로 운행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기사는 차를 정차하고 다시 앞 문을 열었다
- 차비 없으면 내려요! -
참으로 냉정한 목소리에 어이상실인데
어르신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 다음에 줄께요 지금 없어요-
이 정도 되면 기사는 차문을 닫고 출발
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는 얼음보다 더 쨍한 목소리
로 다시 내릴 것을 요구했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300원을 요금 투입
구에 넣고 말했다
- 제가 빌려 드렸어요 이젠 된 거죠? -
기사는 나를 노려 보더니 차를 출발했다
자리로 가서 앉는데 어르신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 고맙소 - 그렇게 말하는 듯이
들렸다
지금까지 정말 수없이 버스를 탔지만 나
조차도 잔돈이 모자라고 카드도 없을
때가 있어 승차를 하면서 얼마가 모자랍 니다, 죄송해요라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의 기사님의 흔쾌한 한 마디,
-괜찮아요 - 씩 웃어주는 기사님도 보았다
카드 태그가 상식이 된 요즘이어서 아기
들도 카드를 대는 시늉을 해서 웃음을 줄 때가 있는 요즘이지만 의외로 현금으
로 요금을 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는 동전이 많아 지갑이 무거울 때 일부러 내기도 하는데 환승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어르신들이 현금을 많이 내는데
만 원 짜리 뿐이어서 어쩔줄 몰라 하는
사람에게 돈을 바꾸어 주기도 한다
한 마디로 오지랖이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나만이 동전을 찾은 것이
아니라 내 옆의 아가씨도 지갑을 뒤적이
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가서 내었을 뿐, 냉정한 기사 에게 어떤 감정도 없었다
원리원칙대로 하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르신은 몇 정류장을 가지 않아
내렸고 차가 출발하자 마자 기사의 퉁명
스런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저런 사람들은 습성이예요, 항상 차비
를 천 원 만 내고 타고, 봐 주면 끝도 한도 없어요 -
모두 들으라고, 아니 나를 들으라고 한
말인가?
그것으로 끝났으면 되었다
그런데 그 기사의 다음 말이 너무 놀라 워서 나는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저번에도 어떤 학생의 차비 를 대신 내주던데 그거 버릇 나빠지게
하는 일입니다, 돈이 그렇게 많으면 택시를 타고 다니지 왜 버스를 타세요?-

나는 기사의 옆으로 가서 봉을 붙잡고 섰다
-기사님, 말씀이 지나치네요
나나 아저씨나 그 사람들의 버릇을 가르칠 필요가 대체 뭐가 있어요?
작은 곤란에 처한 그 순간에 누군가가 도와 주었다는 마음으로 살면 힘든 삶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쉽지 않겠어요?
내가 부자면 택시를 타고 다니겠지만
가난한 사람이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요
하지만 누군가가 버스비를 못 내서 모욕
을 당하는 것을 보면 언제라도 내줄 작은 돈은 있어요
지난 번의 그 학생도 가난한 아이여서가
아니라 그 나이 또래가 할 법한 일인데
아저씨가 너무 심하게 나무래서 내가
내준 거예요
바로 아저씨였군요
별 것 아닌 일로 어른에게 혼나는데
아무도 거들어주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
지고 사는 것 보다 내가 한 일이 그 아이 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찰떡을 치대듯이 조근조근 말하는
내 말에 기사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
는 듯 했다
내가 그렇게 차분하게 조리정연한 말을
할수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진 못 했지
싶다
나는 곧 정류장에 내려야 했기에 한
마디 더 쐐기를 박았다
- 기사님도 승객의 버릇을 가르칠 생각
은 말고 나 처럼 오지랖 넓은 손님이 또
있거든 그냥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만 하셔요
나처럼 성격 좋은 사람 만나기 쉽지
않으니까요 -
바로 버스에서 내렸으나 치밀어 오르는
뭔가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버스를 자주 타는
데 여러번 버스비를 대신 내주었다
일반 버스비의 두 배지만 다투는 것을
못 보겠는 것을 어쩌랴?
그것으로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진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나는 그럴 경우 또 내줄 것 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기사님은 남다른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버스비 조금 대신 내준 승객에게 훈계할
필요는 없다
밥 값이라도 대신 내줄 수 있다
아이와 어르신에게 그 정도라도 못 한다
면 조금 부끄러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
고 그렇게 배웠다
그것으로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지 도 않거니와, 또 얼마나 나빠질까?
그 기사는 학생의 차비를 대납한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의 원칙을 자꾸
거스르는 내가 굉장히 싫었나 보다
당분간 그 번호의 버스는 못 타겠다
나보다도 그 기사가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운행에 지장이라도 있으면 큰일 이니 말이다
구더기가 생기더라도 장은 담그어야
하며 정성과 마음을 다 한 장에는 결코
가시가 생기지 않는다.

신영애 2020-10-14 11:28	권영심 작가님.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을 보는듯하여 글을 읽는동안 저도 안타까웠다가, 다행이다 싶었다가 기사님의 반응에 뭐지? 했더랬습니다. 역시나 지혜롭고 현명하신 작가님의 응수에 엄지척합니다. 멋지십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굴 가르치고 훈계하기가 뭐 그리 간단한 일인가요? 저라도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작가님처럼 하였을듯합니다. 저는 전철을 주로 이용하는 입장이지만 헹여나 버스를 타는 일이있다면 주위를 눈여겨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다고 훈훈한 글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람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정찬열 2020-10-15 14:29	존경하는 권영심 작가님 글을 올리실때마다 감동으로 배람하곤합니다만 오랜만에 댓글을 얼립니다. 너무 나장한 일을 당연하게 하신것이 마음이 끌려서 말입니다. 그리고 왜 그가번호의 버스를 못타겠다고 하신건가요 주제에 나왔듯이"구더기 무서원 장못담그랴" 를 생각하신다면 떳떳이 타시고 또 그런 분이 계신다면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할 장한일에 뛰어 들어야지요 항상 티없는 옥고에 잘배람하고 갑니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가을의 중심에서 가내 건안 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길 기원 합니다.^*^

염경희 2020-11-11 12:07	존경하는 권영심 작가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 웃으시면서 꺼리지 말고 버스 타세요 좋은 정 나누고 숨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큰 박수와 응원을 드립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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