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2-23 21:01

ㆍIP: 110.xxx.89

길 위의 인생 1

길 위의 인생 1 (당진으로 간 TAXI)

평일보다 주말에 일하기가 훨씬 낫다. 전 주말엔 휴가를 떠난 사람이 많았는지 무더운 날씨처럼 답답하고 한산한 거리다. 휴가철에 같이 휴가나 갈 것이지 하겠지만,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쉬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휴일도 그렇고 밤과 낮을 바꿔서도 열심히 해야 먹고 산다. 좋은 직장에 월급쟁이가 아니라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8월 들어서자 폭염경보가 울리고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날이 계속되자 걸어 다니기는 자체가 싫은지 짧은 거리라도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거 같다. 늘 그렇지만 오전에는 잠시, 다시 오후에 나가면 밤 10시까지 한다. 무슨 일이든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냐마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많다. 더구나 직장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에 정해진 날 외에 언제든 마음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가? 말 그대로 택시는 운수업이라 일이 잘될 때는 장거리에 줄줄이 손님인데, 안 될 때는 가물에 콩 나듯 짧은 거리만 왔다 갔다 할 때도 있다.

오늘은 칠월칠석 내일은 입추, 열대야가 지속하는 날엔 밤에 잠이라도 편하게 잤으면 좋겠다며 빨리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반복되는 하루 요즘은 여름철이라 스파밸리에는 물놀이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주말엔 마사회에 경마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오후엔 주로 이곳에서 손님을 태운다.

저녁 무렵 밥 먹으러 식당으로 향하는데, 얼마 남지 않는 거리에서 콜이 떴다. 충남 당진? 급히 수락하고 다시 보니 ‘충남 당진시 송악읍 복운리 1652-17’ 이다. 정말일까? 하고 전화를 걸어 보는데, 젊은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차 번호 사진을 찍어 보내라 한다. 차 탈 때 하면 되는데 왜 이러지?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자 ‘태국 아가씨인데 목적지 주소대로 데려다주세요’ 한다. ‘차비는 어떡하죠?’ ‘25만 원 주면 되지요?’ 한다. 얼른 요금표를 보았지만, 확인이 안 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280km 거리가 된다. 1km에 천원으로 계산하면 톨게이트비 ￦10,700이니 3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알겠다며 도착 즉시 다시 연락하라고 한다.

충전소에 들러 가스를 가득 채우고 북대구IC에서 대전 방향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당진을 향해 신나게 달린다. 김천JC에서 상주 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 갈아타고 상주·낙동JC에서 다시 영덕·청주 방면 진입 청주 방향으로 청주·상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전방 2km 지점에 속리산 휴게소 표지판이 보인다. 잠시 들러 화장실도 가고 좀 쉬었다 갔으면 좋을 거 같아 그러자고 말했지만, 그냥 바로 가자고 하여 쉼 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야만 했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자락엔 어둠만 깔려있고,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만 간간이 비칠 뿐,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양 08.07, 음 07.07)이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디로 무엇 때문에 밤길을 달려가고 있을까? 태국 아가씨 당진까지 급히 배달한다? 깊어 가는 밤, 저녁밥도 못 먹고 운전대 잡고 혼자 말없이 고독을 씹으며 먼 길 달려가야 하는 신세다. 기사는 그렇다 치고, 아가씨는 왜? 돈 때문일까? 사랑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겁나게 스치는 불빛을 뒤로하며 정신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임아! 돈이든, 사랑이든, 다 가져라~~~ 어쩌든지 행복해져야한다~~~ 운전기사도 아가씨도 ㅋㅋㅋ

계속해서 속리산, 문의를 거쳐 청주 IC(무 요금)을 통과 서울·남이 IC 방면에서 옥산 방향으로 논산 IC(무 요금)에서 광주·남 천안 방면 천안 방향으로 달려가 50km 더 가니 아산시다. 아산시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차창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에 비치는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아산IC에서 내려 국도를 타고 온양온천 방면으로 40분 가자 당진 시내에서 33km 정도 떨어진 작은 송학읍 복운리에 당도했다. 밤 11시에 도착, 전화하자 잠시 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와 택시비를 주고는 아가씨를 데려간다.

아가씨를 보낸 후 가까운 식당을 찾았으나 시내에서 떨어진 작은 읍내마을이라 마땅한 편의시설조차 없었다. 저녁밥도 못 먹고 3시간 동안을 쉬지 않고 달렸기에 배도 고프고 곧바로 돌아가기가 부담스러웠다. 가까운 마트에 가서 빵과 우유를 사서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는 쩝쩝거리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시내까지 나가서 자고 아침 일찍 내려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이동해 잠잘 곳을 찾았다. 모텔은 부담스럽고 찜질방이 좋을 거 같아 검색해 간 곳이 당진워터파크였다. 자정 무렵 찜질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잠을 청했지만 좋은 시설에도 불구 밤새 돌아가는 냉방기 소리에 깊은 잠은 들 수가 없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 5시에 길을 나섰다. 23km 떨어진 곳 왜목마을(교로리) 일출이 아름답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는데, 배도 고프고 아침 일찍 식사할 곳을 찾던 중 마침 왜목마을 가는 길옆에 ‘아침 식사 됩니다’는 식당에 들렀다. 함바식당인지 작업복 차림의 50대 중반 일곱 명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보는 순간 왠지 마음 한편에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한 집안의 가장인데 객지에서 아침 일찍이 변변찮은 식당 밥을 먹고, 더운 날씨에도 땡볕 내리쬐는 현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위해 불편함을 무릅쓰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가는 모습에서 또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왜목마을에 들어서면 표지판 직진 100m 지점엔 당진화력발전소가 있고 동인모텔 우측 길로 가면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답다는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입구엔 오작교가 놓여 있었고 바다 안쪽엔 ‘왜가리 목’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아침 해를 맞이하고 있다. 구름이 끼어 선명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구름 틈 사이로 떠오르며 붉은 얼굴을 내미는 해를 잠깐 볼 수 있었다. 인적이 뜸한 이른 아침 혼자서 희뿌연 바다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다보며 모래톱에 사랑 마크 하나 그려놓고 그만 발길을 돌린다.

삽교천방조제까지 46km 대구로 가는 방향에 있다. 방조제는 1976년 12월에 착공 1979년 10월에 완공 제방 안쪽엔 충남 당진시 신평면 윤정리와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에 걸친 저수량 8.400만 톤의 다목적(당진, 아산, 예산, 홍성지역 주변의 농업, 공업, 생활용수를 조달) 인공호수이고 제방 바깥쪽엔 더 넓은 서해다. 삽교호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일품이라고 하였지만 아쉽게도 아침이라 넓고 푸른 삽교호와 때마침 빠져나간 바닷물이 썰물로 조금씩 채워져 가는 서해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인근 아산 인주 일반산업단지엔 현대제철 당진공장(옛 한보철강)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당진의 현대제철과 아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어 이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거 같다. 인주면 문방리 방조제 끝 지점 인주 일반산업단지 뒷길을 돌아 서해의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아침 8시 곧바로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시간이다.

아침 햇살이 눈이 부시다 오늘도 한낮엔 몹시 덥겠다. 인주리에서 곧바로 천안·아산 방면 국도를 타고 천안으로 향한다. 천안·아산역을 지나 천안IC 방향으로 가다가 남천안IC에서 바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서울·대전 방면에서 대전 방향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줄 곳 달려가는데 청주분기점이 보인다. 여기서 청주·상주 고속도로를 타면 보은, 상주·낙동JC, 김천JC에서 구미, 대구로 가는 길이 되고, 그냥 직진하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 영동, 옥천, 김천, 구미, 대구로 가게 된다. 둘 다 비슷한 거리지만 갈 때는 경부고속도로가 나은 거 같다. 금강휴게소에 들러 닭고기 꼬치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더워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피곤한 상태지만 집에 당도하기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집까지 남은 거리 약 100km 곧바로 출발 김천, 구미, 북대구IC를 거쳐 집에 당도하니 오전 11시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일단 한숨 자고 볼 일이다. 푹 쓰러져 누운 몸은 자꾸만 무겁게 빠져들고 있다. 나만 이럴까? 아닐 것이다. 3D 업종에 속한다지만 긴급을 요구하는 모든 사람의 발이 되어 밤이고 낮이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함도 있겠지만, 시민의 발이 된 그들은 그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진 왜목마을 및 삽교호 (19.08.08)

김상화

2020-02-23 22:57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 많은 지명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했다가 글로 옮기셨는지요
더구나 운전은 피로하면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글을 읽다 보니 자세하게도 장면을 잘 묘사해서
마치 내가 운전을 하며 요리조리 달려가는 느낌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운전을 절대 무리하게 하지 마세요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언제나 안전 운전하셔야 합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매일같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확진 환자를
매스컴을 통해 듣다 보면 이젠 겁이 납니다
하루빨리 신약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네요
늘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한영택	네~ 작가님 안전 또 안전입니다 운전은 頭치, 몸치, 길치면 적합하지 않습니다. 단거리든 장거리든 운전은 신경이 많이 쓰이지요? 어디든지 익숙지 않는 낮선 길 갈 때는 감지능력 빨라야합니다 차량 내비게이션, 폰 카카오 콜, T맵 콜 등이 길을 잘 찾아주지만, 장거리 갈 때면 그때마다 이동 경로를 기억해둔답니다 庚子年 2월은 온통 ‘코로나19’로 갑니다 빨리 일상에 안정을 찾도록 바라네요 건강한 생활되시고 평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5 06:53

정찬열

2020-02-23 23:4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한편의 글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작가님의 직업이
어쩌면 이곳저곳 뜻하지 않은 사람들과 뜻하지 않은
멋진 구경도 때로는 피로에지쳐 고생도 많겠네요

요즘같으면 신종바이러스 코로나 때문에 어느손님
이라고 써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척 고민이 크시겠네요
더구나 "56%가 대구신천지 교회"로부터 라고 하니 돈보다는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고 평안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이 일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했지요 화이트칼라에 좋은 직장 다닐 때는 편하고 좋은 것만 알았습니다 퇴직 후 마땅한 일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하게 된 것이 그리되었습니다 일과 관련해서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지요 뜻하지 않는 복병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네요 신경도 쓰이지만 요즘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ㅎㅎㅎ 개인위생 철저히 하시고 무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5 07:04

신영애

2020-02-24 13:01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작가님..
먼거리를 손님을 태우고
말한마디없이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밤시간이라 졸음이 올수도 있고
시장하시기도 할텐데
무사히 운전을 하셔서
읽는내내 조바심내다가
다행이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번 조심해서 전혀
이상할게 없는게
운전이라고 합니다.

항상 안전운전하시구요.
건강하세요~


한영택	장거리는 되돌아오는 시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이 급한 일로 빨리 가야 해서 속도를 좀 내는 편입니다. ㅎㅎㅎ 암튼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코로나19’ 로 확진자가 급증, 이곳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일부 시설물 폐쇄 등 대중교통 이용객도 급감했네요 사람들 움직임이 없으니 도심이 설렁합니다 조심 또 조심, 작가님도 무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5 07:12

전병일

2020-02-24 14:04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당진으로간 택시 잘 배람하였습니다
장거리 우수고객을 만나셨네요
힘든 여정의 길 수고하셨습니다

장거리 운전 조름이 문제입니다
2시간에 한번씩은 맑은공기로 심호흡하고 가시는게 안전합니다
벌써 2월도 마지막 주에 와있네요
이번 한주도 마무리 잘하시고
코로나 전국 건강관리 잘하세요~~^^


한영택	전병일 작가님 자주 뵙지요 장거리 손님 어쩌다 걸리는데, 주로 낮이 아닌 밤에요 밤길 운전이 신경은 쓰이지만, 짧은 시간에 해결하니 좋아한답니다 어떤 손님은 휴게소에서 음식 대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한 경자년을 맞아 ‘코로나19’ 로 2월이 다 가네요 암튼 무탈하게 살아남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25 07:18

김종덕

2020-02-24 15:43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낭만과 함께 할 수 잇는 일이라 좋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일도 많으시겠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도 사람맛이 날 것 같습니다. 요즈음 더욱 힘들거라는 생각입니다. 더욱 수고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한영택	네~ 작가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 좋으십니다 개인 면허 받으려고 3년 동안을 힘들게 일한 적 있었지요 지금도 편한 일은 아니지만, 항시 유연하게 일할 수 있으니 할 만합니다 어쩌다 장거리 손님을 태우면 현지 여행을 즐기기도 하고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접하기에 인생 공부도 많이 된답니다 요즘 ‘코로나19’ 로 활동 인구가 많이 줄었습니다 힘든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5 07:25

김상훈

2020-02-25 02:27

인사만 드리고 갑니다.
눈 좀 나으면 다시 찾아올께요.


한영택	네~ 작가님 눈이 많이 불편하신지요? 잘 치료하셔서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요즘 상황이 그러니 ‘코로나19’로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혹시나 하고 걱정하니 말입니다 면역력 강화, 개인위생 철저, 예방법 준수 등으로 건강 잘 챙겨서 고비를 넘겨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2/25 07:36

첫 풀코스 도전

봉정암 성지순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