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2-25 19:08

ㆍIP: 110.xxx.89

첫 풀코스 도전

첫 풀코스 도전

한영택

5개월 전부터 풀코스 도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클럽 회원들과 두류공원 또는 신천변에서 시간 날 때마다 뛰었고, 첫 하프 영남일보 하프마라톤대회(15.05.10) 후 달서마라톤대회 (15.09.20),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15.10.11) 에서 세 번의 하프를 뛰고, 앞산 자락 길 22km(15.09.29) 산악훈련까지 마쳤다.

대회장 가는 날, 한밤중인 3시에 기상, 대충 눈을 비비고 전날 미리 챙겨 둔 가방을 들고 출발점인 대구시 서구 중리시장 앞으로 갔다. 먼저 온 감독과 회원끼리 인사를 나누고 3시 30분 경 곧바로 차에 올라 시내를 빠져나가 중앙고속도로를 질주해 갔다.

탑승 인원은 모두 9명, 전날 미리 출발한 3명의 회원은 대회장에서 합류키로 했다. 12인승 승합차라 자리가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앉아서 설 잠을 자는 듯 그냥 그렇게 가야만 했고, 혹 경기에는 지장이 없을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지만, 조용히 어두운 밤길을 계속 달려만 갔다. 새벽 6시 치악산 휴게소 들러 아침 식사를 하고, 가벼운 러닝을 위해 화장실에 볼일 보려는데 대회장으로 가는 차량으로 꽉 찼다. 사람이 많다 보니 화장실 출입도 줄을 서야만 했는데, 얼핏 보니 여자 화장실에는 아무도 출입이 없는 듯하였다. 이때를 놓칠세라 얼른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그 뒤론 남자들이 줄줄이 들락날락하는 걸 보고 모두 급하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데,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물기 품은 홍천강의 희뿌연 안개가 사방을 뒤덮고 있다. 이윽고 해가 뜨자 청명한 가을날의 신선함이 코끝으로 다가왔다. 아침 8시 무렵에서야 춘천 시내로 접어들었다. 공지천 조각공원 내 축구장 한쪽에 주차하고 자리를 잡았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기념촬영을 하고는 운동장에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곧바로 대회장으로 갔다. 경기 참가자 2만 7천 명, 자원봉사자 1,500여 명 워낙 큰 대회라 대회장엔 사람들로 꽉 찼고, 출발도 A조에서 H조까지 나뉘어 5분 간격으로 출발하게 되어있었다.

달리자, 견디자, 이기자, 이루자. 마음속 다짐을 한다. 첫 출전이라 맨 끝 조인 H조에서 9시 33분 33초에 출발 신호와 함께 드디어 가을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 일대가 붉게 물들여진 아름다운 가을 단풍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하며 가슴속 깊이 남을 추억을 위해 형형색색 줄지어 달려가는 무리 사이로 달려간다. 아~~~ 모두는 그 누구를 위한 달림 이려는가?

천천히 페이스 조절을 하며 조금은 느리게 달려갔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다 부상으로 애먹은 전례가 있었기에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공지천교에서 출발하자 곧바로 오르막과 내리막 삼천네거리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네거리에서 송암스포츠타운 앞까지 내리막이 이어졌다. 한림원연수원 입구를 지나면서 완만한 평지 코스 의암호와 삼악산의 단풍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한다. 터널을 지날 때면 시원한 바람과 맞물려 너나 할 것 없이 함성을 쏟아낸다.

혹시나 당할지 모를 근육부상을 막기 위해 동료에게 얻은 포도당 알약을 한 알씩 한 알씩 빨아먹으며 중간중간 기다리고 있는 의료진의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가며 무리하지 않고 달려갔다. 8km 지점 의암댐 앞 다리를 건널 때 첫 카메라맨이 있었지만,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출발 전에 파워 젤 하나를 먹고는 25km 지점에서 나누어 준다기에 12km 지점에서 가지고 있던 파워 젤 하나를 더 먹었다. 18km 지점에서 먼저 출발한 동료를 만나고 곧바로 추월 신매대교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데 뒤따라오는 동료를 보고 다시 반갑다는 신호를 보내며 지나쳤다.

날씨는 더워지고 22km 지점에서 물 스펀지로 몸을 적셨지만, 오르막을 오르자 이젠 점점 힘이 빠지는 듯하다. 일단 25km 지점까지 가야 하는데, 배도 고프고 지쳐가는 것 같다. 이윽고 25km 지점에 다가가기 무섭게 자원봉사요원이 나눠주는 파워 젤 두 개를 재빨리 받아들고 먹어버렸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진통제 ‘탁센’ 두 알도 그냥 먹어버렸다. 앞으로는 몸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기에 사전에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보는 것이다.

이어 3km 정도의 은은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서강대교를 달리는 데 무척 힘이 들었다. 끝 지점에서 물 스펀지로 더운 몸을 적시고 우로 돌아 춘천댐 다리 위를 지나자 기력이 조금 회복이 되는 느낌이다. 30km 지점에 도착하자 웬걸 이젠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다. 32km 지점에서 약간의 오르막을 통과한 후 35km 지점에 다다르니 또 갈증이 심하다. 물을 두 컵이나 마시고 지체할 시간 없이 곧바로 달려 나갔다. 시내로 접어드니 한낮의 햇살과 맞물려 답답한 도심의 공기에 숨이 콱콱 막히는 것 같다. 남은 거리는 5km인데 37km 지점부터 0.5km마다 알림표지가 있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며 도착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젠 발바닥도 아파진다. 더워지니 기운은 더 떨어지고 다리는 무거워져 아무런 생각이 없다. 40km 지점에서 응원 나온 동료가 ‘다 왔으니 힘내세요.’ 소리 지르지만, 그냥 눈길 만 주고는 달려갔다. 500m 남겨 둔 지점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려 했지만, 더는 힘이 없어 그대로 달려간다.

골인 지점에 다다르자 기다리고 있던 카메라맨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순간 갑자기 힘이 나고 피곤함도 잊은 채 웃으며 폼을 잡아본다. 어쩌면 두고두고 기억될 멋진 순간의 추억거리를 간직하기 위해서였을까? 드디어 골인 지점을 통과하니 먼저 들어온 동료가 반갑게 맞아주며 축하해주었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니 찰나의 순간에 머리 위에선 별이 반짝반짝하고 헛구역질에 잠시 눈알이 뱅뱅 도는 것 같았다. 뱃가죽은 찰싹 달라붙었고 두 다리에 힘은 쭉 빠져 천근만근이었는데, 잠시 후 안정을 찾고 나니 어떻게 이 먼 거리를 달려왔을까? 그저 대견할 따름이었다. 생애 최고의 경험을 한 날이다.

결과를 분석하면 1km에 6분 페이스 25km까지 2시간 32분이 걸렸다. 25km 이후 3km 정도의 은은한 오르막과 시내로 진입하는 과정에는 조금 늦은 1km에 6분 40초(총 평균 1km에 6분 24초) 페이스로 4시간 23분 48초 만에 골인하게 되었다.

마라톤 초입엔 숨도 가쁘고, 다리도 아프고, 몸이 허술한 곳곳에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등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차츰차츰 단련되었고, 땀을 흘리며 질주하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끼며, 달리는 것만큼 달릴 수 있다. 라는 경험자의 말을 되새기며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며 체력을 다진 결과 짧은 기간에 풀코스 완주라는 기쁨을 맛보았다. 경험치 못한 첫 풀코스 도전이라 알 수 없는 두려움, 혹시나 발생할 부상이나 사고에도 신경이 쓰였지만, 격려와 용기를 준 감독과 회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완주하였음에 감사를 드린다.

첫 풀 완주 후 마니아들 하는 말 ‘풀코스 완주하면 다냐? 서브-4는 해야지’라고 말하는데, 어쩔거나? 도전의 유혹은 끝이 없다. 아마도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모든 건 그만한 수고와 노력이 뒤따라야 얻을 수 있을 텐데... 하며 혼자 입맛을 쩝쩝 다신다.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 1 (15.10.25)

김상화

2020-02-25 22:41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대단하시다는 말밖엔 할 수 없네요
풀코스를 도전하여 무사히 성공하셨다니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
운동은 어떠한 것이든 자기와의 싸움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마라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자기와의 투쟁인 것 같습니다
한영택 작가님
마라톤 풀코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무난히 해내리라 봅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작가님
코로나 19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네요
거리를 나가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있는지 한숨부터 나옵니다
아무쪼록 몸 건강하시고 코로나 대처 잘하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김상화 작가님 늘 감사드립니다 2015년 이전에는 주로 산행을 했습니다 이후 지인의 권유로 동호인클럽에 가입해 같이 연습하면서 처음엔 이렇게 힘든 운동을 왜 하나 했지만, 몸도 점점 단련되고 연습한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력이 늘어 잘 뛰게 되더군요. 첫 도전이었지만 연습도 많이 했기에 성공한 거 같습니다 강한 체력 정신력으로 활기찬 생활이 되어야겠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 하겠습니다 건필하시고 무탈하십시오.	2/26 20:31

정찬열

2020-02-26 00:5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 스러운한영택 작가님~!
"첫 풀코스의 도전" 조선일보 주체 "춘천 국제 마라톤 대회"
재목만 보고서도 자랑스런 해병정신은 분명 살아 있을 것
라고 되내이며 올려주신 옥고 응원대로 잘 배람했습니다.
역시 라는 단어 와 함께 완주 하신 것을 祝賀 드립니다.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19 가 하필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작가님이 살고 계신곳에서 발발하니 심히
마음이 무 겁습니다.
아무쪼록 건강에 유념하시고 평안한 나날 되시길 손모읍니다


한영택	정찬열 작가님 늘 감사드립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신 작가님은 군 시절 무적해병이었습니다. ㅎㅎㅎ 지금도 타 군 장병보다 군기가 세겠지만, 예전보다 빠진 것도 사실입니다 장시간 뛰어야 하기에 부상이라도 생길까 봐 많이 조심했습니다 정신력도 있어야겠지만 체력이 따라줘야 완주할 수 있겠지요 ‘코로나19’ 힘든 시기 빨리 안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2/26 20:39

신영애

2020-02-26 09:5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작가님~
짝짝짝짝~!
풀코스 완주 축하드립니다.
저도 막 감동의 도가니가 몰려옵니다.
그리고 기쁩니다.
진정 멋지십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지만
막상 도전하려고 시작하기까지
많은 망설임과 고민,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뒤로 밀려나기도 하지요.

현실에 안주하지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정신
높이 본받을만합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모쪼록 건강관리에도 힘쓰기기를 바래봅니다.


한영택	신영애 작가님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축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할 수 있을까? 가보지 못한 그 길을 설렘, 두려움 반으로 뛰었지요 생동적이고 활기찬 젊음이 살아 숨 쉬는 운동 마라톤입니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어우러져 달리는 모습 정말 멋지지요 10km, 하프, 풀코스 뛰고 나니 또 다른 과제가 생겨요 작가님도 새로운 일거리가 자꾸 생겨야 좋으시죠? ‘코로나19’로 흉흉하니 몸조심하셔야겠습니다 향 필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오.	2/26 20:48

전병일

2020-02-26 13:07

작가님 안녕하세요
풀코스 도전 축하드립니다
멋진 완주 도전정신 존경합니다
서브-4는 무슨의미 인지요?

현실에 안주하지 안고 달리는모습 아름답습니다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한영택	전병일 작가님 감사합니다 마라톤이란 42.195km 풀코스를 마라톤이라 합니다. 하프는 21.0975km 풀코스의 절반이라 하프마라톤이라 합니다 5km, 10km, 20km까지는 마라톤이 아닌 레이스라 부름이 맞습니다 서브-4 는 4시간 이내 (1km에 5분 41초 페이스) 완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서브-3 는 3시간 이내 (1km에 4분 15초 페이스) 정말 어렵지요 ㅎㅎㅎ 풀코스 완주를 하고 나니 동료들이 서브-4해야 한다네요 또 다른 시작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코로나19’ 로 힘든 시기 좋은 날 되십시오 건 안 건필하십시오.	2/26 20:57

장선희

2020-02-26 18:25

달리자, 견디자, 이기자, 이루자. 마음속 다짐을 한다.

작가님 남자분들의 달리는 모습을 잠깐 혼자 떠올려 보았습니다
달렸던 그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얼마나 뿌듯하실까요?
요즘은 겨울이라 힘들지만
그래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도 하시고
너무 무리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셔서 달리기 도전하시는 작가님이
너무 멋지시네요 부럽습니다

저도 그전엔 마라톤과 달리기 좀 해봤기에
조금은 그 모습이 느껴집니다
지금은 그 추억을 벗삼아 감사하는 거지요
항상 그렇게 건강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한영택	장선희 작가님 건강히 잘 계시지요? 뭐든 초기에는 열정이 넘쳐 겁 없이 달려들기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 첫 풀을 뛰었지만, 이후에도 해마다 한 번씩은 뛰었습니다 매월 대회에 참가하고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하고 기록을 남겼지요 격한 운동이라 체력에 맞게 조절하며 건강을 지켜야겠습니다 ‘토로나19’로 헬스장, 목욕탕 문 닫아서 불편이 큽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선 꾸준히 운동해야겠지요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26 21:05

JTBC 서울국제마라톤대회(서브-4 도전2)

길 위의 인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