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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2-15 09:07
ㆍIP: 175.xxx.88
번뇌(煩惱)속에서 번뇌를 번뇌하다
번뇌(煩惱)속에서 번뇌를 번뇌하다

이 도 연

번뇌를 말하다 번뇌에 빠져 번뇌를 한다.
공허한 우주 가득 집착으로 뒤덮인 갈등이 번뇌로 다가와 구름처럼 일어나는 혼돈의 시간을 걷는다.
번뇌에서 벗어 나려고 온몸의 실핏줄을 끌어당겨 정기를 모은다.

번뇌에서 벗어 나는 방법은 현재의 감정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는 일이고 세상 밖에 있는 나를 참선에 이르게 하는 일이며 생각과 행위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멈춤을 아는 것이다.

갈망과 욕망의 끝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 나는 것이다.
무념무상으로 밀려오는 수 없는 사념의 끝자락을 붙잡고 무수히 돼 뇌여 보지만 번뇌는 떠날 줄 모르고 명상이 깊을수록 오히려 더욱 큰 몸집으로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서고 막아선다.

감정이 파도처럼 일어나고 밀려가는 것을 바라보며 물리적 현상과 생물학적 삶의 이치가 다르지 않아 끝없이 반복하는 파도의 물결처럼 스치고 지나가면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헛되고 헛된 감정을 추구하는 것의 덧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좋은 바람과 나쁜 바람이 어디에 있던가? 비바람 부드러운 바람 가려 맞을 도리 없으니 그저 불고 내리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순리이며 이치인 것을 알 때가 가장 평화로운 것이다.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 두려워 말고 탐욕과 욕망 심연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내 마음에 이는 바람을 두려워하라 파도가 밀려온다고 그것을 막으려 들지 마라 밀려오면 반드시 쓸려 나갈 것이고 막으려 들면 또 밀려올 것이니 이 얼마나 백해무익(百害無益)한 행위이란 말인가?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매일 같이 욕망의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고 있다.

집착은 괴로움을 낳고 괴로움은 자신을 병들게 함이니 이것의 모든 실체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있지 아니하고 오로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있음이라 번뇌는 어차피 내 생각이 바람 앞에 이루지 못할 허망한 무형의 바람일 뿐인 것이다.

마음속 진실과 머릿속 오만이 교차하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육체가 서로서로를 반목하고 불리하며 일어서고 잠들기를 끝없이 반복하며 들불처럼 타올라 온몸을 휘감아 태우고 또 태워 끝없이 괴롭힌다.

언제쯤 번뇌의 사슬을 끊고 마음의 평화와 평정을 찾을까 아마도 두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번뇌의 늪에서는 벋어 나지 못할 우매한 중생일 듯 뻔한 것이 실낱 같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이 마음을 어찌할까 근심 걱정이 또한 우주 같은 번뇌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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