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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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남한강 물길 따라 천년 고찰을 가다.

“여주 신륵사”
남한강 물길 따라 천년 고찰을 가다.

신 륵 사

남한강 줄기에 몸을 실어 길게 누워 아름다운 천년 사찰 신륵사를 바라보며 오늘은 또 다른 감회에 젖는다. 두 해전 비가 오는 어느 날 여주 봉미산 기슭의 신륵사를 찾았을 때 고즈넉한 전각의 아름다움에 취해 마냥 걷던 기억을 더듬으며 그날처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 나서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맑고 화창한 하늘에 꽃구름이 일렁이며 남한강 물결 위로 낙엽이 우수수 날린다.
낙엽은 어디로 가야 하나 긴 강물 줄기 하염없는 청풍명월 단양 팔경에 이르러 단풍은 다시 피우려는 지 말없이 긴 여행을 시작하고 강물 위에 둥실 떠 있는 황포 돛배를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며 오롯이 옛 추억을 더듬어 지난 글을 더듬어 본다.

하늘에 비 내리고
물안개 피어나는 강가 사찰은
천년의 세월 앞에 말이 없다.
강가 옆 누각에 외로운 나그네
홀로 서 있네

발아래 강물은 말없이 흐르고
천년고찰 신륵사 돌담
파랗게 패인 세월 무상 잠들어
나그네 가슴에
실음만 깊어 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비가와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여주 신륵사 가는 길 가보고 싶었던 그곳, 길 따라 강 따라가는 길
비 내리는 고속도로 따라 들어 불원천리 달려간 곳
조용한 소도시 비 내리는 여주의 들판은 고요 속에 잠들어 청량하고 깔끔하다.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시계는 한시를 넘긴다.
언제나 금강산도 식후경!
이곳에 맛집 찾아간 곳 삼대를 이어온 막국수 집 앞에는
넘치는 사람들로 번호표를 받아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서른 번째 식객이다.
비빔 막국수에 수육 추가해 방랑 식객 입맛 돋우는 동동주 한 사발은 언제나 행복 충전 나그네의 배가 든든하다.

신륵사 가는 길
길게 드리워진 남한강 강변 돌아 물안개 자욱한 아름다운 강변사찰 그 자태 실로 아름답다.
비 내리는 일주문 따라 드리운 천년 노송은 언제나 독야청청 푸르고 빛바랜 단청은 세월의 수고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구 첫 들머리에 단청이 전혀 없는 누런빛 누각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각 위에 올라서니 남한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비 내리고 강은 그저 비처럼 강물처럼 천년의 세월 거슬러 흐르고 있다.
강 건너 나루에는 황포 돛배 외로이 서서 오가는 길손 없는 옛 여주 나루 그 자리에서 나그네를 맞이한다.

고려말의 고승인 나옹선사의 부도와 속세와 번뇌 앞에 몸부림치며 자신을 기꺼이 내던져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이름 없는 승려의 사리탑이 외로이 천년의 번뇌를 이야기하며 파란 이끼를 머리에 이고 서 있다.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 보물 제225호는 특이하게 화강암이 아닌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용과 구름 문양이 조각되어 섬세한 아름다움은 옛날 석공의 굵은 땀방울과 함께 침묵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극락보전 뒤뜰 따라 오르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전각의 기와 선과 선이 만나는 조형미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넘치지 않으면서도 도도히 흐르는 처마 선은 다시 보아도 일품이다.

육백 년 향나무는 이리저리 자신의 몸을 휘감으며 바람이런가 구름이려나 세월이 흐르는 대로 가지를 뻗어 구불구불 엉켜 있다.
이민족 천년의 아픔을 함께한 역사를 보는 듯하다.
나무의 균형미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중심을 잃지 말라는 교훈인가 보다.
하늘 향해 만세를 하듯 힘차게 뻗어 있는 은행나무 사이로 빼꼼하게 보이는 나뭇가지의 형태가 특이하다.
관음의 현신인 양 신비로운 자태가 영락없는 관음보살의 모습이다. 저 홀로 자라고 제 마음대로 이파리를 피우며 억겁의 시간을 지나 자라났건만, 그 누가 알았을까? 어느 나뭇가지 한 곳에서 관음의 현신을 키워내 불자의 마음에 불심을 지피어 고개를 숙이게 할 줄을 신륵사에 자라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강 길 따라 걷다 보면 빼어난 풍광과 마주한다.
바로 강월헌(江月軒)이다.
신륵사에서 입적한 고려말의 고승 나옹선사 혜근(惠勤1320 ~ 1376)의 다비 장소였다.
강가의 가파른 절벽 언덕 암반 위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모습의 수묵화를 옮겨 놓은 정자는 자연과 어우러져 그 자체가 예술이요 자연미가 넘친다.
강월헌(江月軒) 위에 올라 남한강 황포 돛배 바라보며 시원한 강바람에 시 한 수가 절로 나온다.
비 내리는 강가 옆 누각에는
외로운 나그네 홀로 서 있네!

천년 고찰의 아름다운 문화재와 보물, 자연을 품은 깊고 편안함으로 일상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해송 우거진 숲길을 산책한다.
차 한 잔의 여유와 시공을 초월한 자아를 찾아 비 내리는 천 년의 역사를 넘어 사색에 잠겨 걷고 또 걷는다.
길 위에서 행복하고 길을 걸으며 살아있을 느끼며 명상과 사색의 공간에서 네 삶의 지평이 넓어지고 알면 알수록 무지를 깨우는 순간순간이 감사하고 아름답다.

신륵사를 뒤로하고 차로 십여 분을 달리자 명성황후의 생가가 단아한 모습으로 물빛에 잠겨 있다. 비운의 황후의 슬픔은 빗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명성황후 기념관 옆 정원이 마침 내리는 비와 어우러져 외로움이 고즈넉하게 묻어난다.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한말 조선의 쓰러져 가는 비운의 나라와 운명을 함께한 명성황후의 눈물인 듯 애처롭다.
정갈하고 깔끔한 명성황후의 생가는 황후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썩여 들려오는 듯하고 역사의 울분 앞에 울컥하는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을미사변(乙未事變) 그날 왜놈들의 칼날 앞에서도 황후의 기품을 잃지 않고 의연하고 당당한 기품으로 "나는 이 나라 조선의 국모이니라!” 그 외침이 메아리 되어 귓전을 맴돈다.

비 오는 날의 행보 인지라 더욱 한적하고 조금은 을씨년스럽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게 아름다웠던 여행 남한강 물길 따라 떠나는 천년 고찰 신륵사 가는 길은 참으로 행복하고 즐겁다. 세월의 기나긴 발자취가 역사의 장면처럼 흘러가고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길을 떠난다.

지난 시간은 과거가 되었고 현실에 나는 그날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며 강월헌(江月軒)에 올라서서 강은 똑같은 강이지만, 비가 추적이며 내리던 몇 해 전 그날에 내가 보고 흘려 버렸을 또 다른 남한강의 물길을 바라보며 언제 이 자리에 다시 또 서는 날이 있을까 하는 회상에 잠기며 그날을 추억하며 이글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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