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0-08 21:58

ㆍIP: 124.xxx.224

활보합시다.

활보합시다.

탈무드에 나오는 속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요리를 먹고 피해 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배춧국을 먹고 활보하는 게 낫다.’ 자유스럽게 산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합니다. 불안해서 어디 살 수가 있겠어요? 언제 잡아갈지를 모르니 한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겁이 날까요. 국어사전에서 활보라는 낱말에 대하여 찾아보았습니다. ‘발자국을 크게 떼며 거침없이 힘차고 당당하게 걸음’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기세가 등등하게 걷는 모습을 연상하여 보면 그 뜻이 더 확연하리라 짐작됩니다.

나는 병원과 경찰서는 꼭 갈 일이 있으면 가기는 할망정 그리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나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병원이라고 하면 그리 호감이 가는 곳이 아닌 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한 게 아니라 그냥 미룰 수만 있다면 미루다가 어찌할 방략이 없을 때에 가기 시작한 지 벌써 오래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사실 병원이라 하는 곳은 가지 않고도 아무 일 없이 살 수만 있다면 가지 않는 게 최상책이 아닐까요. 내가 본래 건강 하나는 타고 나서 그런지 아직까지 큰 병원 신세 한 번 지지 않고 살고 있으니 건강한 편이라 할 만 합니다. 물론 병원은 가지 않는 게 아니라 고혈압에 당뇨를 겸하고 있어서 매월 한 번씩 정기 검진을 갑니다. 그곳이 동네 병원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약봉지가 한 개나 두 개 남았을 때에야 부스스 일어나서 갑니다. 아내가 성화를 냅니다. 하지만 가기 싫은 것을 어찌하란 말입니까?

경찰서야 평생 운전 면허증 교부 받을 때나 출입을 하지 그곳에 갈 일이 없는 것은 참 잘하는 일이라는 자부심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경찰서라는 그 이름이 썩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렇습니다. 내가 조심하면 만사가 형통이기는 합니다.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믿고 싶지만 경찰서가 들어오면 주변 땅값이 내려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병원과 경찰서는 멀면 멀수록 좋고 가까이 하면 가까이 할수록 골치가 아픈 존재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병원을 가까이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 못 보았고, 경찰서 출입이 잦아서 상장 받는 사람이 없기 마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는 장면입니다만 수사 경찰이 불심 검문이라는 것을 하는데 보니까 의심이 갈 만한 수상한 사람을 불러서 묻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요. 명백한 혐의가 있어서 불러다가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알고도 짓는 죄업이 있고 나도 모르는 가운데 짓는 죄업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고는 죄를 지을 수가 없다고 말들을 합니다. 살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죄악을 범하고 나서야 후회를 하고 그러고 나서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되풀이를 하고 그러면서 사는 사람도 제법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죄를 짓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회개 또는 참회 그리고 고해성사 등등 서로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모두가 하나인 수행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각 종교마다 비슷비슷한 계문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계문들은 모두가 잘 지키자고 가르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이렇듯 계문을 어기고 사는 행위를 말할 때 잘못을 저질렀다는 뜻의 범과 또는 계문을 어겼다는 뜻의 범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행위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같은 잘못을 거듭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회개 행위를 하고 난 다음에 같은 잘못을 또 다시 반복한다면 그 뉘우침의 행위가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뉘우침을 어느 절대자가 받아 주시겠습니까? 그것은 우리 양심으로 비추어 보아도 금방 알 수가 있는 일입니다.

사람의 양심은 어느 정도는 그 수준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디 쫓아가서 물어 볼 필요도 없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 양심의 판정을 믿는 것입니다. 양심이니까 믿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선현께서는 “세간의 재판에도 삼심이 있듯이 법계의 재판에도 삼심이 있나니 초심은 양심의 판정이요, 이심은 대중의 판정이요, 삼심은 진리의 판정이라, 이 세 가지 판정을 통하여 저 지은 대로 호리도 틀림없이 받게 되나니,...” 하셨습니다. 내가 지었으니 나 스스로 결과를 달게 받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경찰서 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초심의 판정만으로도 활보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들은 경찰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민중의 지팡이니 뭐니 하여도 다른 공공 기관에 비해서는 선입견이 그리 따뜻한 감이 드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이야 물론 칭찬보다는 벌을 주는 일을 하는 곳이니까 우선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도 또한 원인 제공을 제가 해놓고 공연히 경찰서 탓을 하지는 않는지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이건 순전히 내 경험이지만 경찰서 앞을 지나려면 공연히 위축되는 감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법을 다루는 기관이기에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러한 풍조는 있는 것이 없는 것만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성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법문을 통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성자들께서는 “죄를 전혀 짓지 않은 사람은 경찰서 앞을 떳떳이 활보할 수 있고, 죄를 조금 지은 사람은 경찰서에서 오라고 호출을 하고,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경찰서에서 잡으러 온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떠신가요.
댁은 배춧국 잡수시고 경찰서 앞을 활보할 수 있으신가요?

백낙은 2016-10-09 08:52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배춧국 먹고 활보합시다. 잘 보았습니다. 누가 죄에서 자유롭겠습니까? 저도 어릴 때 남의 복숭아 서리했던 것 그 때 주인을 몰라 갚지 못했습니다. 차비가 없어 몰래 기차타고 다녔던 학생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장난이나 관습으로 용납 되었던 것도 지금은 중대 범죄가 되지요. 그래서 예수 믿고 용서 받은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활보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이석희 2016-10-09 09:54	《Re》백낙은 작가님 , 항상 득달같이 찾아오셔서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

주응규 2016-10-10 16:18	이석희 작가님 좋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굴리지 않는 삶이 쉬운 듯 어려운데 말입니다 공감하면서 머물러갑니다 ^^

이석희 2016-10-10 16:38	《Re》주응규 작가님 , 쉽다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니 편안하지 만일 인생이 그토록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아주 편리하기도 한 것 같아요.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장춘희 2016-10-11 19:47	가을입니다. 배춧국이 맛을 나게 하는 계절입니다. 공연히 요리먹고 위축되는 것 보담은 배춧국 먹고 당당한 삶을 살아야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인생의 교훈이 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석희 2016-10-11 21:31	《Re》장춘희 작가님 , 반갑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격려의 말씀 주시니 감사합니다. 날씨가 점점 차차 싸늘해 집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장계숙 2016-10-12 17:25	멋진 글이네요. 맘이 깨끗하면 지옥인들 두렵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욕심을 부리다 당당하지 못하게 자신을 숨겨야 하는 비굴함은 없어야겠습니다. 배춧국을 먹고 당당히 활보하는 삶이 훨씬더 행복하니까요. 멋진 글 가슴으로 느끼고 갑니다. 고운 시간 되셔요.

이석희 2016-10-12 18:55	《Re》장계숙 시인님 , 반갑습니다. 낯선 곳까지 오셔서 이토록 멋진 표현으로 격려를 해 주시니 더욱 더 감사합니다. 아직 새내기입니다. 앞으로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밀어 주세요. 조석으로 차가와지는 날씨에도 건강하시기를 심축합니다.

하얀 눈을 맞으며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