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0-05 01:22

ㆍIP: 124.xxx.224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생명 경시 풍조라고나 할까요. 그 말이 요즘 세상을 미리 예견이라도 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면 좀 비약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좁아서 우리 민족끼리만 오순도순 살 때와 너무나도 다른 세상 풍경을 보면 이제 온 세상 온갖 색깔을 가진 다양한 민족들이 섞여서 더 유난스런 현상이 된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공연히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하나의 세상이 되면서부터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진 것은 맞지 싶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어찌 그 하나 뿐이겠습니까. 나빠진 습관을 계도하고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고상한 뜻을 함축한 교도소에 강제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서 사는 동안에 새로운 기법과 조직을 익히고 만들어서 제 2 제 3의 새 인생을 설계하는 기가 막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니 이게 더 큰 일입니다.

한 때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살인범이 잡혔습니다. 그것도 이곳 저 곳을 가리지 않고 간헐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날짜야 이 날 저 날 계속 이어졌지만 지역은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니 이 지역에 주소를 둔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를 하고 부녀자들은 특히 더 외출을 자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연쇄 살인범이 잡혔으니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국민의 눈과 귀가 활짝 열려 있는 세상이니 게으름을 부릴 수가 없습니다. 즉시 수많은 수사관이 투입되고 다양한 수사 기법을 총동원하여 수사를 합니다. 현장 검증을 하여야 한다, 여러 곳에 흩어진 범행 장소를 삽시간에 보안을 하여야 한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하면서 부산을 떱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방송 기관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낱낱이 보도가 됩니다.

뉴스를 보기가 끔찍합니다.
뉴스 채널마다 땡 하면 그 뉴스가 단골 메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뉴스 화면에 그의 얼굴 사진이 등장하였습니다. 동영상에는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용케도 감추어 내 보내지만 얼굴 사진을 보일 때에는 누군가가 미리 찍어둔 듯 멋진(?) 사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범인이 잘 생기기도 했어요. 간혹 주민 인터뷰도 나옵니다. “어쩌면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어찌 하다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쯪쯪쯪...”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정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게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얼굴을 공개 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 그렇지 않은 일이냐 하는 것입니다. 현장 인터뷰를 합니다.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점잖고 조용하고 낮은 톤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친구를 잘못 사귀었거나 가정 환경이 그를 그렇게 몰아갔을 거야.” 그와 반면에 그리 하여야 된다고 하는 사람은 큰 소리로 말합니다. “아주 나쁜 놈입니다. 저런 인간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마땅합니다. 생각들 해 보세요. 이 동네에서 무서워 어디 살겠어요?” 아니 큰 소리 정도가 아니고 침이 튀길 정도로 흥분하면서 눈을 부라리기도 합니다. 아주 게거품을 문다는 말이 이런 때를 상정해서 만들어진 느낌이 듭니다. '나쁜 놈' 할 때에는 '놈'자에 힘을 발끈 씁니다.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숨어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치 떳떳하고 당연하고 정당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얼굴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공손하게 보이는데 공개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죄인에게 비수라도 꽂는 사람처럼 말 합니다. 자기가 형 집행관이라도 지명 받은 듯 당당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듯 예비 범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장담은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법적인 면에서만 말합니다. 공개해야 맞다는 사람은 말하기를 저런 흉악범에게는 인권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이러다가 혹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어납니다.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로 이미 오래 전부터 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참으로 헷갈린다고....

그렇지만 헷갈릴 일이 무에 있답니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법 그것 말고요.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고요. 그의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한답니까? 아빠 없는 아이로? 살인자의 아들로? 아무 죄도 없는 그 아이까지 그토록 모진 나날을 살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 죄를 미워할지언정 그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그가 설혹 최종 심판에서 죄인으로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아니 판결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이들까지 단죄를 받아야 할까요? 그의 아이들은 범인의 자식일 뿐입니다. 범인은 아니거든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생길 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바른 선택이 될까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해답은 나오지를 않고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도 자식이 있으니까요.

주응규 2016-10-05 14:43	이석희 작가님 공감가는 좋은 글 배독합니다 참 이 사회의 관용이 어디까지인지도 가끔은 의아합니다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0-05 15:26	《Re》주응규 작가님 , 반갑습니다. 알뜰한 댓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점점 시원해 집니다. 가을 감기에 건강 잃지 않기를 심축합니다.

김종근 2016-10-05 15:34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공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요즘은 선별적으로 공개하더군요.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살인자는 뿔이 달려있는지 말입니다. 똑같이 선한 얼굴을 하고서, 물론 제이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되겠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하세요.

이석희 2016-10-05 16:30	《Re》김종근 작가님 , 가을비와 함께 찾아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정성 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가을걷이로 참 바쁘시겠어요. 재미도 쏠쏠하시고요. 건강한 나날이 되기를 심축합니다.

정찬열 2016-10-06 20:27	이석희 작가님!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좋은글에 잘배독하며 공감하고 감사 합니다. 조석으로 고르지 못한 날씨에 건안 을 기원 합니다.

이석희 2016-10-06 20:44	《Re》정찬열 작가님 , 참 반갑습니다.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심축합니다.

백낙은 2016-10-07 16:47	이석희 작가님. 제가 목사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적인 갈등이 오곤한답니다. 제 생각에는 살인자나 다른 중범죄 자도 인권이나 신상권이 있기 때문에 꼭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중 하나로는 오래도록 형을 받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린이 성추행범이나 성 범죄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알아보고 다음에라도 그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상을 공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런 성 범죄자들은 1~2년 살고 곧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하여 한 번더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0-07 17:53	《Re》백낙은 목사님 , 목사님의 적절하신 판단의 말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께서도 그러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좋은 글로 이끌어 주심에 감사의 뜻을 올립니다. 항상 좋은 날 되소서.

활보합시다.

자유, 그 처절한 날갯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