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09-18 00:28

ㆍIP: 124.xxx.224

박서방과 백정놈

박서방과 백정놈

옛날에 박씨 성을 가진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서 푸줏간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백정이라면 천민 중에서도 최하층 계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첫 번째 양반이 거친 말투로
"야, 이 백정 놈아 ! 고기 한 근 대령해라!"
"예, 그렇습지요."
그 백정은 대답하고 정확히 한 근의 고기를 떼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잖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보시게,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나."
"예, 그러지요, 고맙습니다."
그 백정은 기분 좋게 대답하면서 고기를 듬뿍 잘라 주었습니다.

첫 번째 고기를 산 양반이 옆에서 보니 아무리 보아도 이상합니다.
보고 또 보아도 이상하기만 합니다.
같은 한 근인데도 자기한테 건네준 고기보다 아무래도 갑절은 더 많아 보이는 겁니다.

그는 그만 몹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따졌습니다.
"야,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왜 이 사람 것은 이렇게 많고 내 것은 이렇게 적으냐?"
그러자 백정이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그거야 손님 고기는「백정 놈」이 자른 것이고요, 이 어른 고기는「박 서방」이 자른 것이니까요." /전해져 오는 이야기

인터넷에서 잠시 빌려 왔습니다.
가슴이 찌 잉 합니다.

나도 어려서 자랄 때 목격한 일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는 추억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옛날 시골에는 속칭 ‘산직이’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유세한 가문에서 대여해 주는 땅에 농사를 짓게 해주고 봄이나 가을에 묘지에서 올리는 시향 음식을 준비하게 하는 제도였습니다.

하루는 이 관계를 가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산직이의 나이는 50대 중반이었고, 양반가 자제는 20세 전이었습니다.
“어이, 삼쇠!”
“예에”
“있다가 낮에 우리 논에 물꼬 좀 봐 주게.”
“아, 예에”
나는 내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이내 나의 눈을 확인하였지만 나의 눈은 정말로 멀쩡하였습니다.
오늘날은 이런 현상이 사라지고 없습니다만 그런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어려서는 [백정]을 [백정 놈]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백정 놈들]이라 하여 한 말로 여러 사람과 상극의 관계를 맺는 일도 종종 보았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상극의 관계를 지어 살아가는 사람도 더러는 있습니다.
어떠한 방법이든지 이러한 관계는 풀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런 상극의 관계를 맺을 말을 하게 될지라도 그 한 사람과만 그런 관계를 맺어야지 풀기가 쉽지 단체로 관계를 맺으면 풀어보려고 하여도 풀기가 더 어렵습니다.
숫자가 확정되어 있지를 않으니 풀어낼 재간이 없습니다.

[김가 놈들] [경상도 놈들] [서울 놈들] [전라도 놈들] [북한 놈들] [일본 놈들] [서양 놈들] [남편 놈들] [여편네들] [미국 놈들] 등등
듣기 싫은 말들이니 그만 두겠지만 예를 들자면 한이 없습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소름이 끼치도록 전율을 느낍니다.
‘아! 큰 일 났네. 어찌하려고 저토록 악한 관계를 지을 말을 그것도 한 사람도 아닌 단체와 계약을 하는 걸까?’
그러한 사람의 앞길을 대강 알 듯도 합니다.
백정과 백정 놈 이야기가 바로 산 증거입니다.

나도 저처럼 칼날처럼 험한 말로써 남의 가슴에 상처를 많이 입히면서 지난날을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지었던 것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일 터이고, 지금 짓는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또 받겠지 하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흔히 입으로 지은 죄를 말할 때면 첫째 악한 말이니 대체로 욕설이 여기에 해당 되겠지요.
둘째는 꾸미는 말이니 거짓말로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숨기는 말입니다.
셋째는 망녕된 말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허황한 말일 것입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말은 이치에 당치 않은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넷째는 양설이라 하여 여기서는 이 말을 하고 저기에서는 저 말로 자신의 처지를 교활하게 모면하려는 말입니다.
이렇듯 말로 죄악을 범하지 않으려면 진실한 말, 그리고 자기의 말은 어떤 경우라 하여도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경렬

2016-09-18 05:20

의미가 깊은 글 배독하며 자신의 뒤를 돌아 보게 하십니다.
혀는 세치밖에 않되지만 잘못 놀리면 비수가 되는점을 모두 느끼게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경렬 작가님! 새벽같이 찾아오셔서 격려의 글 남기셨군요. 힘을 얻어서 일요일을 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18 09:12

주응규

2016-09-18 09:02

이석희 작가님 박서방과 백정놈 고운글 정갈히 배독합니다
좋은 계절에 풍성한 글 많이 담아 내십시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석희	주응규 작가님! 격려의 말씀으로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9/18 09:13

정찬열

2016-09-18 12:50

이석희 작가님!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작가님께서 기고해주신"박서방과 백정놈"
의미깊은 글을 배독하며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평균정대해진다지만
아직도 상하관계에 보이지 않은 잘못을
범하는것같아 마음이숙연해집니다.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님들의 사랑 속에 즐거운 명절을 보냈습니다. 정다운 말씀으로 격려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응원에 힘입어서 더욱 더 부지런히 살겠습니다. 좋은 날 되소서.	9/18 14:34

백낙은

2016-09-18 21:28

이석희 작가님.
양반 상놈의 폐단을 잘 지적해 주셨군요.
그리고 말은 야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지요.
저는 제가 태어난 고향마을 교회에서 8년 정도 시무를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오래 있었던 것은 말조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저는 꼭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에서도 하대를 못하고 서로 존대말을 하더군요.
성경에서는 말의 실수가 없으면 온전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무시해서 하는 하대도 말고, 말 실수도 없도록 정말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오며 늘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석희	백낙은 작가님! 반갑습니다. 연휴를 보내고 나니 새벽바람이 차갑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성경 말씀 받들어서 항상 나를 살피고 챙기며 살도록 노력할랍니다. 항상 좋은 말씀으로 격려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건안하십시오.	9/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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