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0-18 02:03

ㆍIP: 124.xxx.224

종이학

종이학

사람들은 누구나 내 뜻대로 되면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도 자기를 닮은 아들을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럼 엄마는 자기를 닮은 딸을 그렇지 않은 딸보다도 더 좋아할까.
상대가 누구라도 내 마음대로 되면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맘에 드는 사람만을 골라서 친구를 삼습니다.
좋은 친구는 나를 알뜰살뜰하게 보살펴 주고 내 뜻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친구는 먼 앞길을 밝게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비록 쓸지라도 내일 달콤한 날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입니다.

내 생각대로 하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자고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게 좋은 세상입니다.
아무리 지체가 높은 사람이라도 하라고 명령만 하면 안 합니다.
하자고 하는 말은 나도 할 터이니 너도 같이 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 잘 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 되자’ 하신 것입니다.
그리하여야 일이 되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세상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개는 사람의 뜻을 조금쯤은 아니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소나 돼지 그리고 닭 토끼처럼 사람과 가까운 짐승들도 그러지 싶습니다.
그러기에 그들과 어울려 살면서 희로애락을 공유 하는가 봅니다.
혼자서도 그들과 어울려 평생을 즐겁게 사는 이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훈련 방법에 따라 나와 그들이 하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애완동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반려동물이 되었습니다.
좋기 때문에 그저 주의 없이 내 뜻대로 하려고 합니다.
조심하지 않아 병이 되었습니다.
나만을 가운데에 놓고 살았으니 버려도 된다는 잔인함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1Kg 조금 넘는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제 뜻대로 해주면 좋아서 핥아주는데요 그게 아니면 물려고 덤벼요.
아니 물어요, 주인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도 물린 적이 있었습니다.
황소 뿔에 받혀서 평생 동안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짐승도 제 뜻대로 되어야 좋아하는군요.

남자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종이학을 접어 봅니다.
배운다고 배웠어도 종이학을 접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두 번 그리고 세 번 실패를 하다 보니 신경질이 납니다.
기분 나쁘다 이거지요.
“에잇!”
성질을 '팍' 부리면서 두 손으로 꼬깃꼬깃 구겨버립니다.
속이 다 시원하도록 구겨서 방바닥에 패대기쳐 버렸습니다.
마음이 개운할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잠시지만 오히려 아픈 내 마음이 보입니다.
‘그래, 나는 공간 개념이 약했어.’
‘종이가 어찌 내 마음대로 해 주겠어?’
기억을 되살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시작합니다.
종이를 미워하였더니 학이 만들어지기는 고사하고 내 마음까지 아픕니다.

집안 식구들이 짐 실어 나를 때 사용하는 카트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고장이 아니라 아예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세워 놓아도 서 있지를 않으니 주저앉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아, 또 3만원.’
돈 생각이 먼저 납니다.
‘그래, 고치자. 언제 고쳐 볼까?’
‘아내가 집에 없을 때 해야지.’
이젠 일이 잘 안 되었을 때 부끄럽고 계면쩍을 일이 비집고 올라옵니다.
드디어 황금 같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집안에 딱 맞는 기구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굵은 철사와 망치 등 있는 기구를 대충 준비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망치질을 하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내리쳐 새까맣게 먹피가 잡혔습니다.
“에잇! 빌어먹을...”
다친 손가락을 진정시킨 후 끝장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내가 들어오더니만 서 있는 카트기와 내 손에 시선이 갑니다.
기어이 들키고 말았습니다.
손가락이 다쳐 많이 아팠을 때
“에잇! 빌어먹을...”
하고 말아버렸더라면 결과는 보나마나 3만원이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김경렬 2016-10-18 04:13	한달음에 배독했습니다. 다친 손가락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망치들고 수리 하시는모습이 상상됩니다. 장하십니다.

이석희 2016-10-18 07:18	《Re》김경렬 작가님 ,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였습니다. 마음이 놓이는군요. 점점 싸늘해 집니다. 건안하세요.

백낙은 2016-10-18 20:48	이석희 작가님. 종이학을 읽고 보니 어릴적 생각이 났습니다. 시골에서 자랄 때 오후가 되면 소를 몰고 나가 풀을 뜯겼지요. 그런데 그 중에 한마리는 어른 한테는 고분고분 한데 어린 제게는 군림하려 했답니다. 그래서 저도 지지 않으려고 호기를 부리곤 했답니다. 역시 짐승은 짐승일 뿐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사람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배신을 밥 먹듯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님. 늘 향필하시기 바랍니다. 건안하소서.

이석희 2016-10-18 20:57	《Re》백낙은 위원장님 , 반갑습니다. 짐승은 가족들의 서열을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막내는 강아지 목욕을 못시키거든요. 몸을 내어 주지를 않으니까요. 제가 키웠던 강아지 이야기입니다. 격려하시고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김려숙 2016-10-19 02:01	친구가 많아서 외롭지 않고 즐겁게 지내는 친구들을 봅니다 그러다 가끔 의견 충돌도 하였다고 얘기를 합니자 내 맘대로 쉽게 되는 것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재미있는 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낙엽이 물들어 아름다운 가을 일기에 작가님의 편안함 가운데 건필하시기 기원합니딘

이석희 2016-10-19 02:59	《Re》김려숙 작가님 , 반갑습니다. 공유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격려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주응규 2016-10-19 17:14	이석희 작가님 종이학 시골출신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좋은 글 배독합니다 건안건필을 기도합니다

이석희 2016-10-19 17:41	《Re》주응규 작가님 , 반갑습니다. 댓글로 격려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6-10-20 15:34	이석희 작가님! "종이학" 세상은 마음과 뜻대로 되지않은 것이 정석이라고 해야할까요 내면깊게 올려주신글 잘 배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0-20 17:13	《Re》정찬열 작가님 , 반갑습니다. 참 어려운 게 세상살이지요. 그래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요. 공유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화 2016-10-22 18:13	이석희 작가님 종이학 재미있게 배독했습니다. 손을 닷 치셨을 때 얼마나 아프셨을까 하고 상상이 됩니다 삶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이런 고통도 하느님께서 주시나 봅니다 작가님의 좋은 글 밭에 잘 쉬어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6-10-22 19:18	《Re》김상화 작가님 , 찾아오셔서 박수로 응원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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