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2-12 07:33

ㆍIP: 124.xxx.224

나의 좌우명

나의 좌우명 / 무관사 (無關事)에 動하지 말자.

무관사란 자기와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서 어떠한 관심을 갖거나 상관해서는 안 될 일. 세상 사람은 저마다 맡은 책임이 있고 진리가 맡겨 준 일이 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아닌 상관없는 일에 간섭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충돌과 분쟁을 가져오게 된다.

우선 간단명료하게 풀이를 하자면 나와 상관없는 일을 말합니다. 위와 같은 풀이를 찾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여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원불교 용어사전에서 모셔 왔습니다.
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와 상관없는 일에 간섭을 하게 되면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만나는 가까운 이에게 거의 농담 수준으로 이야기하면서 차곡차곡 나이를 더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나 스스로 실천하는 일은 농담 수준은 고사하고 진담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녹록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좌우명으로라도 지정하여 실천을 하여야 하겠다고 결심을 하였고 우선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러면서 좌우명은 어떻게 하여 우리 곁으로 찾아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자신을 일깨우는 격언(格言)을 ‘좌우명(座右銘)’이라 합니다.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이지요. 우리는 흔히 인생의 좌우명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좌우명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리 오른쪽에 둔 명심 할 내용’이란 뜻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좌우명을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글이나 문구’라고 정의 합니다. 선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좌우명을 방이나 벽에 붙여 놓거나 책상 옆에 놓고, 일을 처리하거나 사람을 대함에 있어 늘 경계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좌우명을 늘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어 시시각각 자신을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자신을 경계하는 격언을 적어 좌우명으로 삼는 것은 어디에서 유래 했을까요?

좌우명이란 말은 후한(後漢)의 유명한 학자 최원(崔瑗 : 78~143)의 ‘문선(文選)’에 실린 ‘좌우명(座右銘)’이란 글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좌우명은 대개 스스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자신의 언행을 단속하는 준칙(準則)이 흔히 좌우명의 내용이지요. 그리고 스스로 제목을 붙이거나, 경전이나 유명인사의 명언을 인용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청해 짓는 것 등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 한 분이 자녀 결혼식에서 읽어준 편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결혼을 축하한다. 30년 가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양보하면서 맞춰가면서 살려무나! 이제 진정 성인이 된 너희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을 질 때가 되었다. 아무리 어려운 경계에서 만나더라도 엄마 아빠를 이제 찾지 말아라!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이겨 내거라! 그리고 이제 나와 네 엄마를 그만 놔 주거라! 네 엄마와 난 우리 두 사람의 인생을 걸어가겠다.”
자식들 결혼 시키고 이런 마음으로 사시는 분들 계시나요? 이걸 내려놔야 합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무관사에 동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자식들 간섭하는 것입니다. 무관사에 動하지 않는다는 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갈 때 편안한 마음이 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무관사에 동하게 되면 손해 보기가 십상이라는 죄우명을 표준하여 살아온 나이지만 눈 깜짝하는 순간에 망각하고 실수를 저지른 사건을 반성해 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여성이 내 이름과 다른 남자 이름을 바꾸어 부릅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일을 한 지가 1년이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드디어 일장연설을 시작하였습니다. “두 분의 이름이 비슷하니까 그렇지요.” 중간에 변명을 합니다. “나는 이석희이고 하나는 이규석인데 뭣이 비슷합니까?” “이름을 바르게 불러 주지를 않으면 굉장히 마음이 상합니다.” 분위기가 시무룩해 졌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합니다. 나는 그 순간에야 내 마음을 바라보았습니다. “앗차, 실수다 이 놈아!” 그렇습니다. 오늘도 무관사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가 간섭을 하였고 거기에 충고까지 더했습니다. 설사 들었다 할지라도 안 들은 척 하라는 게 좌우명의 진정한 뜻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 주말마다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점점 일이 커져서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탄핵까지 통과되어 정국은 물론이요 전국이 혼란스럽습니다. 매일 만나는 휴식시간이 되었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노인이 점잖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동은 잠자코 듣고 있습니다. “에, 나라가 참 걱정이야.” 그 분은 점시 멈추어 분위기를 살피는 듯 하고나서는 이내 말씀을 이어 갑니다. “어째서 박근혜를 미워하냐고? 주말이면 전국에서 몇 백만 명이 모인다고 하는데 이게 다 군중심리에서 오는 기현상이란 말이야. 이게 젊은 사람들이 무슨 축제인양 아이들까지 데리고 다른 사람이 나온다니까 덩달아서 나오니 참말로 걱정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없다고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은 방송도 안 보세요? 누가 박근혜를 미워합니까?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으라는 것이지 미워서 거리로 나온 것 아니지 않아요?” 내가 즉시 반박을 하자 그 분은 광우병 촛불 이야기를 꺼내 듭니다. 근거 없는 괴담으로 전국이 들끓어 손해를 많이 보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더 이상의 간섭은 않기로 가로 늦게 마음을 멈추었습니다. “연세가 높으실수록 깊은 통찰력과 쌓인 경험에 바탕하여 사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젊은이를 앞서가는 지혜로운 생각을 가지셔야 젊은이들이 존경을 하지 않을까요?” 그 분도 더 이상 말씀이 없으십니다.

무릇 좌우명은 나 혼자서 나의 그름을 고쳐 보겠다고 하는 제법 거창한 각오의 일단이라 여겨집니다. 나도 이 뜻에 걸맞게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만 열중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러한 좌우명을 걸고 또 자부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유감스럽게도 간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가르치려 하는 데 있음을 간과한다는 사실입니다. “참 잘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이랬다면 무슨 손해 볼 일이 생길까 하고 보니 허탈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항상 내 생각이 맞는다는 오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에 이 좌우명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내 생각이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내 생각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드는 몰지각한 취사는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해 봅니다.

백낙은 2016-12-12 14:0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무관사 (無關事)에 動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에 감동입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좌우명이나 목표 없이 세상을 사는 듯합니다. 저는 "맑고" "밝고" "바르게"가 40여년 간직한 좌우명이었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았느냐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아직 인생을 다 산 것 아니니까 남은 세월 동안 그 좌우명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소서.

정찬열 2016-12-12 21:04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無關事)에 動하지 말자."라는 특별한 좌우명에 감동이더해 집니다. 저와 같은 경우도 일상적으로 흔한" 勤勉 과 誠實" 같은 구태의연한 좌우명으로 지금껏 살아오고있으니말입니다. 고귀한 좌우명의 말씀에 다시한번 제 자신도 되돌아 보아집니다. 귀감이된 작가님의 글 감동으로 배독하며 가슴에 담아 갑니다 늘 편안 하시고 강건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2016-12-14 03:13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도인이 연상되는 무관사! 멋진 좌우명 이십니다. 그 노력 덕분에 오늘의 작가님이 되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훌륭 하십니다. 어릴때 선비인 아버님께서 "배우고 실천하라" 하셨습니다. 혼인하고 시어른께서는" 인내와 성실" 을 말씀하셨지요. 저는 자식에게 이 두분의 말씀을 곰곰히 생각 하다가 "최선을 다하라" 라는 말을 압축했지요. 모든것은 최선을 다 했을때, 얻을수있고, 이룰수 있으며, 떳떳하니 부끄럽지 않다는 교훈이었지요. 저역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평생을 노력해왔답니다. 저를 돌아볼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저도 무관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것 같습니다. 노년 답게~~~

이석희 2016-12-12 19:09	《Re》백낙은 작가님! 득달같이 달려 오셔서 알뜰한 교훈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참 좋은 좌우명을 간직하고 사시는군요. 이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분명히 그 결과 다르리라 여겨집니다. 사실은 결과보다 노력하며 사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정성스런 글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2-12 22:07	《Re》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정성스런 말씀으로 격려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은요 저도 손해를 많이 보고 난 후에야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였답니다. 사람은 곤경을 경험하여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거든요. 소위 말하자면 곤이지지인 셈이지요. 추운 겨울 날씨지만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2-14 09:47	《Re》김경렬 작가님! 존경스럽습니다. 참 좋은 가문에서 성장을 하셨군요. 오늘날은 아마도 그날의 그 교훈이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작가님의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6-12-14 22:53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오니 반갑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오래도록 서재에 들리지 못해 뵙지를 못했습니다 나의 좌우명이란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문선(文選)에 실린 좌우명(座右銘)이란 글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인간이 삶에 반듯이 필요한 것이 좌우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님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대전 행사에 참여하려 하는데 그때 뵈을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이석희 2016-12-15 02:46	《Re》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이런 과찬을 받들게 되니 참 부끄럽습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추워집니다. 건강하시고요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김종근 2016-12-15 20:52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무관사 (無關事)에 動하지 말자. 잘 배독합니다.그렇습니다. 남의 일에 괜스레 끼어들어 못볼꼴 당할수도 있지요. 저도 조금은 다혈질이라 그런면이 없지않지만 요즘는 그냥 허허 웃어버리곤 만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십시요. 이번 행사때는 못뵐것 같습니다. 동생이 며느리 본다하니...,

이석희 2016-12-16 02:43	《Re》김종근 작가님! 잘해야 본전인 일은 차라리 눈 감는 게 상책일 거예요. 웃어 넘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너그러운 도량일까 생각해 봅니다. 잘하신 일입니다. 만나 뵈었으면 하였는데 아쉽군요. 날이 춥습니다. 건강하세요.

장계숙 2016-12-21 13:04	누구나 자신의 좌우명을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살겠죠? 참으로 멋진 좌우명을 지니셨습니다. 전 일찌기 제 좌우명이자 가훈을 직접 글로 써서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때로 기억합니다. '튼튼한 몸과 건강한 정신력을 기르자' 어린 나이에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거칠것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마음 속에 모토가 있으면 사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둥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의지하게 되고 마음으로 되뇌이는 동안 큰 힘과 위안을 줍니다. 남의 일에 간섭 않고 남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오히려 자신을 편하게 하고 마음에 내공을 쌓고 있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일이 결코 비굴함이 아닌 겸손이란 것도 깨닫게 되었구요. 자존심이 상한다는 건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때 자존심이 무너진다는 것도 일찌기 터득 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말하기 보다 듣고 생각함이 더 힘들고 어렵지만 배려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늘 실천에 옮기려 노력합니다. 작가님의 멋진 글~ 가슴 속에 새기며 즐거운 배독 하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셔요.

이석희 2016-12-21 13:15	《Re》장계숙 시인님 , 참 반갑습니다. 한 번 들러야지 하면서도 그게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찾는 건 어렵지 않으나 님께서 찾아오시기가 힘들까 저어되기 때문입니다. 알뜰한 말씀으로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착각

종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