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는 강천산길

올봄 메르스 위험수위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을 때 이곳 호남에서도 전라북도 순창군에도 양성 환자의 소식으로 그 유명하던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 군립공원도 날벼락을 맞았다. 전국적으로 대부분 해지된 탓으로 여름에 찾기 좋은 그늘 숲. 화문산과 섬진강이 살아 숨 쉬고 다람쥐가 손짓한다. 산동네 강천산(583.7m) 옥천 골에는 장마전선의 끝 마중에 중국 쪽으로 지나가던 태풍 “찬홍”의 영향으로 오늘 오후부터 많은 비가 온다 하여 평소보다 서둘러 강천산을 찾았다. 광주에서 50여 분 걸려 제1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9시가 못된 이른 시각이다. 아직은 한산하여 당직하던 매표원뿐이다.

매표소를 지나 다람쥐가 다리를 건너오라고 유혹하는 “신선 교(神仙 橋)”를 지나니 우뚝 선 이정표는 예전의 입장표를 팔던 관광안내소다. 며칠 전 내린 비 탓으로 제법 많은 산골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물소리 장단이 요란하다. 올해 들어 처음 들어 보는 매미 소리가 우리를 어서 오라는 듯 반긴다. 50여m를 오르니 커다란 항아리 모형이 받치고선 다리 난간으로 만들어진 “도선교(道詵橋)” 우측으로 폭포수가 떨어진다. 40여m 높이에서 하얀 물줄기로 낙수 지는 병풍 같은 바위를 휘감는 폭이 15m 폭포 높이 40m 물의 폭이 5m로 떨어진다. 폭포수를 맞으면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의 병풍 폭포를 배경 삼아 처음 오는 사람들은 사진 촬영에 바쁜 곳이다.

도선 교를 지나면 이곳에서부터 발의 건강을 위해 땅을 다져 만든 맨발로 걷게 하여놓은 4km가 조금 넘는 길이다. 경사가 거의 없고 노면이 잘 닦아진 평균 4~5m 길 폭에는 흙과 모래로 잘 다져진 이곳에서부터 우리 부부도 맨발 채비를 한다. 가벼워진 발걸음 발바닥에 느껴오는 감촉은 잘 다듬어진 지표면 탓으로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건너는 다리를 제외하면 하늘 보기가 힘들 정도로 양측 숲이 잘 조성된 길이다. 조금 더 걸어나가니 ‘메타세퀘이아’ 나무가 아름드리 하늘을 찌르는 숲길을 지나 송음교(松陰橋)를 건너갔다. 1개월 전에 왔을 때도 피어있던 단풍나무 꽃이 지금껏 피어있다. 계속 이어진 다져진 길 평소보다 빠른 시간이다 보니 여행객들은 한산하고 매미 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온다. 계속 이어지는 걷는 길은 강천사(剛泉寺) 가 그리 멀지 않은가보다. 극락 교(極樂 橋)를 건너 조금 오르니 웅장한 나무기둥이 받치고선 강천 문(剛泉門) 일주문이 버티고 섰다.

강천 문을 지나니 고요하게 들려오는 불사(佛寺)에서 울려오는 번뇌 소리가 산사를 묶어둔다. 오랜 세월을 풍기는 고목에는 연초록색 이끼를 옷처럼 둘러 입고 서 있다. 그 아래 개천 변 자갈밭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돌탑이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붙잡아둔다. 누가 이렇게 정성을 담아 해탈의 성찰(省察)과 번뇌하며 돌탑을 많이도 쌓아 두었을까? 사찰 앞 도로변 돌탑 위에 절의(節義) 탑은 스피커에 울려 퍼지는 스님의 염불 소리에 넋을 놓고 우뚝 서 있다. 도랑 건너 삼인 대 비각에는 1515년 폐비 민 씨 (1739년) 추존의 복위를 주청하는 상소를 올린 추념 각이라 한다. 그러니까 “순창군수 김청, 담양 부사 박상, 무안 현감 류 옥”이 세분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한 평 남짓 비각이 지어져 있다. 연도를 기념하기 위함인가? 비각을 가려면 건너야 할 다리 입구에는 700여 년 묵은 모과(木瓜)나무가 말없이 역사를 각인시키고 서 있다.

조금 더 걸어 오르니 50여m 하늘 높이에 40여m 양쪽 계곡을 건너 주는 현수교(懸垂橋) 위를 걷는 사람들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 아래 산골 물을 따라 건너 주는 십장생 교(十長生 橋)를 지나 하늘을 날은 다는 비룡교(飛龍橋)가 하늘을 가로 지르는 현수교 아래 놓여 있다.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니 물소리와 매미 우는 합창 소리 요란스럽다. 조금 더 오르니 왼쪽 계곡 물 건너 7~80여m 높이에서 낙수 되어 흘러내리는 인공으로 품어 올리는 군장 폭포를 지켜 볼 수 있는 2층으로 된 8각 정이 있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군장 폭포를 감상할 수 있도록 그 앞에는 등나무로 하늘이 보이지 않게 지붕 되어 그늘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강천산의 유일한 성(性)태마공원은 군장 폭포에 음과 양이 서려 있는 폭포의 전설을 상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곳곳에 돌이나 쇠붙이로 된 성의 상징물이 폭포의 전설을 상기하며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성(性)태마공원 이 우측으로 군데군데 널려있다. 강천산 계곡 물의 발원지 강천(剛泉) 저수지는 거울 같은 맑은 물이 담수 되어있다. 그 아래로 여름이면 찬물에 몸을 담글 수가 없고 겨울이면 따뜻한 김이 무럭무럭 나온다는 “찬물 나기” 샘이 산골 물의 발원지란다. 주차장이 있는 매표소에서 이곳 생태공원이 있는 곳까지는 50여 분의 시간이 걸린다.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 탓으로 한산한 인파에 어렵지 않은 주차를 하였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트레킹을 끝내는 하루는 심신이 풀리는 유일한 건강 길이다.

2015년 07월 11일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