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 찬 열]

며칠 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하얀 접이식 봉투가 TV 장식장 위에 놓여 있다. 발신은 인터파크로 되어 있었고 수신은 막내딸의 이름과 직장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주소 여백에는 2016년 01월 23일 19:00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 –광주- 빨간색 2매, 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외출하고 뒤늦게 돌아온 아내에게 무슨 ‘공연티켓’이야? 하고 물으니 막내딸이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인데 엄마 아빠가 꼭 관람하시라며 두고 출근했단다. 며칠 전 TV 광고에서 뮤지컬 “명성황후” 20주 기념 광주 공연이 광주 문화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서 있다는 광고를 접한 일이 있었다. 나로서는 거리가 먼 뮤지컬 공연이 관심 밖으로 무심코 흘려보냈다. 평소에 영화관에 가는 것도 일 년이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아침 식탁에서 ‘뮤지컬’ 뭐 하며 엄마와 하는 이야기를 무심코 받아넘겼다. 꽤 비싼 표인데 엄마 아빠가 보시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딸이 자리에 없을 때 집사람에게 우리가 언제 ‘뮤지컬’을 보았다고 하며 차라리 요즘 막내딸이 사귄다는 남자친구와 함께 보라고 하라고 일렀다. 그러면 그럴까요. 하며 크게 서운한 눈치가 안 보였다. 22일 하루 전 아침 식사 때 딸애가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 푯값이 비싸서 그러는 거야! 한다. 아니다. 그것보다는 뮤지컬 공연은 너희들이 봐야지 했다. 그랬더니 나이 많은 분들도 많이 본다며 언제 이런 공연 관람 하겠어요. 물론 ‘뮤지컬’ 공연을 한 번도 관람한 일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지만, 거듭된 권유와 ‘명성황후’는 역사적으로 논란도 많았지만 불쌍하고 안타까운 역사적 인물의 공연이 궁금하여 묵 답을 일관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거든다. 딸이 저렇게 말하고 권하니 애들은 다음 기회도 있으니 한번 가봅시다. 한다. 결국, 못 이긴 척 무응답으로 수긍했다.

공연일이 다가온 오늘 일기 예보가 오후부터 곳에 따라 눈이 5~30mm 온다는 예보다. 공연장인 광주 문화 예술회관은 우리 집에서 시내 길로 10km가 넘는다, 또한 그곳 예술 회관은 야외주차장은 넓은 편이나 눈이 온다면 실내 주차장에 주차하려면 조금 일찍 서둘러 가야 한다. 역시나 오후 3시경부터 조금씩 시작한 눈은 우리가 출발한 오후 5시쯤에는 제법 굵은 눈이 거리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평소에 15분이면 갈 수 있었던 길은 40분이 넘어서야 공연 장소에 도착했다. 누구나 마음은 같은 것이라 밀려드는 차들이 모두가 옥내 주차장으로 밀려드니 대부분 유도 요원이 제재하고 있었다. 때마침 옥내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가 몇 대 있어 유도 요원에게 나의 장애 때문임을, 설명했더니 가까스로 옥내 주차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주차하고 공연장인 대 극장으로 가는데 계속하여 함박눈으로 내리고 있었다. 공연 50분 전에야 공연장 휴게실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관람객이 도착해 있었다.

공연장 입구에는 오늘 출연진에 대한 간단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고종 역에 박완, 대원군 역에 이창환 미우라 역에 애초 연기파 배우 서범석을 대신하여 이승한이 그리고 이 뮤지컬의 꽃 명성황후 역에 배우 김소현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공연 중 사진 촬영과 동영상을 금지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하필 저녁 먹을 시간을 빼앗긴 탓에 아내는 식후에 내가 항상 먹어야 하는 통증약 때문에 대기실 내에 있는 매점에서 빵을 사 왔다. 나이 먹어 그런 곳에서 빵을 먹고 있는 것이 어색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산 빵을 먹고 준비해간 약을 복용을 끝내고 30분 전에 입장을 하였다. “뮤지컬 ‘명성왕후’는 지금부터 20년 전 시작으로 2002년에는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적인 뮤지컬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또한, 2015년 대한민국 최초로 162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인정받는 ‘뮤지컬’ 공연이라고 한다. 공연 20년을 맞는 ‘뮤지컬’은 2016년 3월까지 광주, 이천, 김해, 수원, 을 거쳐 수도권인 고양, 과 성남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한다.           (관련 기사 인터넷 부분 인용)

1층 로열석 가열에 앉은 우리가 관람하는 공연장은 변두리 쪽의 몇십 좌석을 빼고는 자리를 가득 메웠다. 19시 정시에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지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내내 촬영하는 사람도 없었고 진지하게 질서를 지키며 관람하고 있었다. 중간에 20분의 휴식이 주어졌고 근사하고 멋진 감동과 풍성한 회전무대의 볼거리로 가슴 채우며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명성황후’ 카리스마 넘치는 ‘메조소프라노, 가슴 벅찬 곡이 귀에 맴돈다. “백성이여 일어나라.” 혼백이 된 명성황후는 백성들과 함께 관객을 향해 달려오며 이 노래를 부른다.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고 흥왕하여라!” 명성황후 역 김소연이 집중하여 쏟아 내는 명장면이다. 좀 아쉬움이 있다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을 또렷이 알아들을 수가 없는 아쉬움이다. 방법을 구해 자막처리가 있을 수 있다면 하면서 말이다. 난생처음 관람한 ‘뮤지컬’ 2시간의 관람을 소화하고 밖을 나오니 21시가 조금 넘었다.

아 뿔 사, 광주지방에 대설경보가 내리고 온통 시내가 하얗게 변했다. 계속해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통행량도 줄었지만 35년 넘게 운전대를 잡은 나에게도 8cm정도 쌓인 눈은 위협적인 운행 길이다. 엉뚱한 차선을 물고 기어가며 뒤엉키는 차들에 더욱 힘들게 했다. 더욱이 10도에 가까운 경사를 이룬 우리 집 아파트 입구의 꺾인 100M의 오르막길 언덕이 걱정이다. 있는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렵게 서지 않고 아파트 언덕을 오르니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나온다. 옆에 동석한 아내의 긴 한숨을 내뱉으며 출발에서부터 도착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에 진땀을 감동한 뮤지컬도 잃어버렸다고 토로한다.

딸아! 고맙다. 엄마 아빠를 위한 배려와 효성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