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17-02-21 19:49

ㆍIP: 61.xxx.218

황당했던 입춘 날

황당했던 입춘 날[봉암/정찬열]

평일보다 30여 분 늦은 기상을 하고 아침 조간을 보고 나서 휴대전화에 담긴 행사 일정을 검색해본다. 오늘이 24절기의 시작인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 어릴 적 시골 한옥에 살 때 대문이 없는 우리 집에는 광 문 양쪽에 형님이 서당에서 써온 춘첩자를 붙였다.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으로 "한해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좋은 일이 생기고,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랍니다. 또한, 입춘 세시풍속 가운데는 적선 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답니다. 적선 공덕행 이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한 해 동안 액(厄)을 면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곱게 다듬거나,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 것들을 말합니다. 그것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몰래 해야만 한답니다.

예전에 사람이 죽어서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엿소리에 "입춘 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 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라고 묻는 상엿소리가 생각납니다. 적선 공덕 행을 하지 않으면 그해의 액은 고사하고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24절기의 첫 번째 날 입춘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늦게 호남지방을 시작으로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보면서 창밖을 본다. 구름 낀 하늘에 잎 떨군 나무의 흔들림과 몇 잎의 나뭇잎이 아파트 주차장을 힘없이 떠밀리는 겨울 끝의 스산함을 느낀다. 평일에 걷기운동이나 산행을 못 한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근처 걷기 쉬운 산을 찾아 때로는 처자 씨 내외와 함께한다.

지난 6~7개월 전 조금만 늦게 병원을 갔으면 큰일 날 뻔한 처자 씨의 심근경색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한 산행이다. 마침 오늘 큰처남 보답대회 총회 행사에 함께 참석해야 했기에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서둘러 그리 멀지 않은 대전면과 장성군의 경계에 있는 한재 골 산행을 하기로 했다. 가기 전 장소를 알리니 혹시 눈이 쌓이지 않을까를 염려하는 전화 끝에 집사람에게 뭐 괜찮다고 하라 했다. 사실은 그곳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올겨울 들어 이곳 광주에는 눈다운 눈(雪)이 쌓이지를 않아서 건너짚어 하는 답변이다. 우리 집에서 저자 씨가 사는 월곡동까지는 불가 승용차로 20여 분 걸린다. 마음속은 걷는데 정상이 아닌 처자 씨에게 혹시나 눈이 쌓여 있거나 빙판이면 어쩔까 하면서 출발을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는 길 초에 동서 내외가 등산 가방을 메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재 정상까지는 30여 분 걸리는 자동차 포장길이다. 그곳은 대전면에서 장석 백양사로 넘어가는 자동차도로의 고개 능선이다. 그런데 산 아래에 다다르니 그쪽 산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지 않은가. 평소에 한재 정상에 이르면 자동차가 양쪽 200여m 미터씩 양쪽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데 오늘은 그 절반에 그친 자동차 주차 행렬이다. 걷는데 완전치 못한 사람에게 마음이 곧장 미안함이 앞설 때 집사람이 차에 스틱이 있냐고 묻는다. 마침 한 개게 자동차에 실려 있다 하니 눈이 미끄러울 것 같으니 넌 스틱을 짚고 가자고 한다. 주차하려는 길 양편에 눈이 쌓여 있고 정상에는 임시 건물 막사로 된 음식점이 두어 군데 있다. 마침 전륜 구동 형 자동차를 앞바퀴를 도로포장 위에 걸쳐 대각 주차를 하고 우리 네 사람은 10시에 어쩔 수 없는 산행을 시작한다.

그 길은 비록 비포장이지만 예전에 구례나 승주 담양 쪽에서 한양을 갈 때 장성으로 이어주는 옛길이다. 좌우로 측백나무가 울창하게 서 있고 멀리 높고 낮은 산들과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겉 는 길이 경사가 심하지도 않고 가끔 향나무에서 품어 나오는 향이 콧속을 맑게 해준다. 또한, 굽이굽이 일 단계 정자가 있는 곳까지는 4㎞인데 평소에는 40분이면 도착하는 데 빙판의 눈길 탓으로 한 시간이 다 걸려 그곳 쉼터에서 쉬었다. 간단하게 싸 온 김밥과 과일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산행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여기서 2㎞ 정도 더 걸어 오르는 코스는 생략하기로 했다. 빨리 내려가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오후 신협 정기총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동서와 한 팀이 되어 문학에 관한 이모저모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출발지점인 한재 정상에 도착한 시간 12시 10분이다. 그런데 도착하여 차에 승차하려 하니 아뿔싸 일이 생겨버렸다. 누군가 나의 승용차 조수석 뒷바퀴 위쪽에 BMW SUV 차량 뒤쪽 꽁지와 접촉이 되어 있는 것이다. 대각으로 주차해놓은 내 차 옆에 BMW 차가 도로 방향을 따라 주차를 하며 빙판에 미끄러워 닿아있는 것이다. 그 차의 앞 유리창을 살피니 다행히 전화번호가 보인다. 010-4895-****라고 말이다. 전화를 걸어 5849 차주 되십니까? 하니 그렇다고 한다. 아니 차가 내 차와 접촉되어 주차되어 있으니 미안하지만 빨리 와 주셔야겠는 데라고 하니 그럴 리가 없는데요. 아무튼, 빨리 내려갈게요. 한다.

그럼 대강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 빨라야 한 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큰일이 났다. 이 상태에서 혹여 차를 빼다 양쪽 어느 차 중 결점이 나면 책임소재가 문제가 되어서다. 어떠하든 차량 당사자가 온 상태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림도 중요하지만 우선 보험사에 긴급사고출동을 요청했다. 산속에서 위치를 물의니 답변할 길이 없다. 그때 휴대전화 위치정보에 동의하십니까? 한다. 예! 그곳이 대전면 산속으로 나오는데 아무튼 출동기사님이 전화할 것인데 전화가 가면 답변해주세요? 네! 하고 끊는다. 5분도 안 되어 전화가 걸려온다. 위치를 말하니 인근 가까운 곳인지 한재 정상이라 하니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신고 전화를 한 지 30여 분이 채 못 되어 긴급출동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차가 찾아왔다. 많은 사고현장을 경험했던 분답게 이곳저곳을 살피고 사진을 촬영한다. 가해 차가 된 BMW 차량은 운전석 앞 뒤쪽바퀴는 아스팔트 위에 있으므로 스스로 밀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다만 차를 빼놓고 봐야 정확하게 알 것이라며 말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그 사람이 대강 얼마나 걸리겠냐며 전화를 했다. 헐레벌떡 전화를 받는 숨소리가 빨리 오느라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 생각하는 양심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오가는 수많은 등산객이 나름대로 한마디씩 하고 지난다. 잠시 후 동부화재라고 쓰여 있는 또 한 대의 차량이 접근해 온다. 아마 상대방 차 주인도 해당 보험사에 전화한 모양이다.

가쁜 숨을 몰아서며 등산 배낭을 멘 BMW 차주가 도착하며 첫마디가 자기가 차를 댈 때는 나의 차가 없었는데, 한다. 아닙니다. 우리는 10시경에 차를 주차했고 오히려 BMW 이차는 그때 없는 차였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마침 내가 차를 댈 때 그곳에서 조그마한 음식점을 하는 아주머니가 목격했었다. 그 과정을 보면서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그 차를 더는 뒤로 밀리지 않게 바퀴에 받침을 대고 앞으로 차를 뺐다. 그 차는 멀쩡한데 내 차가 접촉면에 조그만 결점 처 럼 들어간 흔적이다. 모든 상황을 판단한 BMW 보험사 직원이 말한다. 우리 보험사가 전적으로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모처럼의 입춘 날 산행길 처남의 행사도 중간에야 참석한 기쁜 일이 많기를 바라는 입춘의 첫날 내게는 불편한 하루의 날이 되었다. 액땜하는 날이었다고 위로로 삼아야겠다.
20170204 기(記)

이석희

2017-02-21 21:50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
그래도 더 큰 일 없었으니 액땜 잘 하셨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올 한 해는 좋은 일만 이어졌으면 하고 빌어봅니다.


정찬열	감사합니다 이석희 작가님! 빨리달려오셔 서재를 둘러봐주심에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마음가 끗대로 되ㅏ지않은것이 우리네 인생시이지요 격려에말씀 감사합니다. 638년만에 돌아온다는 각요일이똑같이 네번씩 드는 정유년2월도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늘 편안 하시고 건강 하세요	2/22 19:58

김상화

2017-02-21 23:38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입춘날 등산 하시려다 액땜을 하고 오셨습니다
그래도 목격자가 있었기에 천만 다행이었네요
자주 뵙지를 못해 작가님께 너무도 송구스럽씀니다
이젠 날씨도 많이 풀린듯합니다
머지 않아 꽃샘추위가 밀어 닥치겠지만 봄 내음이
풍기기 시작합니다
정찬열 작가님 늘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일
잘 이루워 지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정찬열	김상화작가님 안녕하세요 평소에 작가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나는 언제나 저렇게 현실감나는 글을 쓸수 있을까 부러움이 많습니다. 부족하고 허잡한글 배람해주시고 격려해주시여 감사드립니다. 2월도 하순에 접어든날에 늘 편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2/22 20:03

김종근

2017-02-23 08:2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황당했던 입춘날~ 감사히 배독 합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애를 태우셨네요.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요즘은 잘못하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억울함을
덮어 쓸 수도 있는 세상이니, 한해 액땜을
하셨다고 마음 달래셔야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드립니다.


정찬열	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하루길을 걷다보면 중도보고 절도본다했는감요 다행이라 폭을 잘잡아야 편하지요 허잡한글 함께해주시여 감사합니다. 이제는 밤으로 가는 시간 편안한 시간 되세요	2/23 22:55

김종덕

2017-02-23 11:33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어러한 글이 수필이구나하는 것을 챙기고 갑니다. 가볍게 끌어 당기기도하고, 억척스레 생각하게하기도 만들면서 결국은 마음을 편안하게하는 그 과정이 눈에 들어 옵니다. 글도 세월에 따라 익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봅니다. 내용은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누구라도 격을 수 있는 일들을 마음 졸이며, 때로는 안도하며 이끌어 나가시는 필력에 다시금 글의 흘러가야하는 방향을 잡습니다. 액땜이라는 말이 정겹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작가님의 마음인것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정찬열	김종덕 작가님! 가장핵심적인 정곡을 찌르는것같아 얼굴이 붉어집니다. 저의 두서없는 필력에 늘고민이 큰사람의 한사람입니다. 아무튼 곱게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고르지 못한 일기에 편안하시고 늘 행운이 충만 하시길 빕니다.	2/23 22:59

김경렬

2017-02-24 12:21

어머나!
많이 속상 하셨겠습니다.
배독하고나니 그사람은 좀 우둔한 사람 같습니다.
차를 주차하면 한번 점검하는 제 습관에 비해서 말입니다.
그정도로 끝나길 다행입니다.
입춘 대길 처럼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반가우신 작가님 오셨습니까? 그래도 그사람이 주차를 점점하고 갔었다면 살짝빼놓고 갔으면 전들 마음이 콩밭인데 뒤늦게 고심으로 얼룩졌겠지요 크게 부서진것도아니고 덕분에 보험처리만 말끔히 되었네요 허나 아무래도 원상태보다찜찜합니다. 위로해주시여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되세요	2/24 22:58

외래어의 지나친 범람

정월대보름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