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20-12-30 13:22

ㆍIP: 1.xxx.86

오백 고지 사성암으로 피난 간 소 떼

오백 고지 사성암으로 피난 간 소 떼

청명한 가을 하늘이 휴일이면 왠지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그동안 코로나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 때문이리라. 지난 9월 12일부터 거리 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했다.
두 딸은 광산구 신창동에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살고 있다. 주간 내내 근무에 시달린 막내딸은 성격상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세 살 딸아이 적성에 맞는 곳을 골라 가족 나들이를 계획한다.
그때마다 꼭 우리 부부를 함께 하자고 한다. 일찍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결혼 3년 전 떠나보낸 막내 사위 역시 장남이지만 부모의 사랑이 그리운지 우리 내외를 친부모처럼 대하고 있다.
큰딸은 근무지가 대형병원이다 보니 토요일 쉬는 날이 극히 드물고 일요일만 쉬는 탓으로 피곤하고 집안일 때문에도 나들이를 자주 나가지를 못한다.

10월도 하순에 접어든 24일 토요일 큰사위의 계획에 따라 두 대의 승용차로 큰딸은 근무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채 우리 부부까지 함께하여 가족 나들이를 떠난다.
가는 목적지가 남원 운봉에 식물연구소였는데 고속도로 진입이 잘못되어 동광주 고속도로에서 그만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가다 구례 요금소로 빠져나간다.
구례읍을 향해가던 중 조금 못 미쳐 우측으로 깎아지르듯 높은 산 위에 암자처럼 멋진 건물이 산 위에 있다. 집사람이 궁금하여 ‘저기 사찰이 무슨 사찰인지 모르겠네?’
하니, 저기 보이는 사찰이 구례 사성암이라고 한다. 저기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하니 오늘 일정도 충분하니 그곳에 가는 것으로 하자고 단박에 결정되었다.
이곳 구례읍은 평생 처음으로 올해 초가을 장마 끝에 많은 비가 내려 읍이 대부분 물에 잠겨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뜨겁게 덮인 지구는 2020년 최장기 54일간의 긴 장마를 지속했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구례 사성암은 오산 정상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바위에 자리 잡은 해발 542m에 자리한 암자입니다.
오산(鰲山)은 한자로 자라 오(鰲)자를 쓴다. 지리산을 마주 보며 자라 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산 주변에는 기이하고 괴상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아서 소금강이라고 불리기도 한 곳이다. 사성암 주변에는 신선들이 베를 짜는 씨줄과 날줄로 바위에 그려져 있는 신선대와 낙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 낙조대며 동전들이 척척 달라붙는 소원 바위도 곳곳에 있어 12개의 명명이 있는 곳이다.
약 25m의 기암절벽의 암벽에는 서 있는 약사여래불의 모습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는 원효 스님께서 선정에 들어 계시면서 손톱으로 그리셨다고 한다. 마에 약사여래불로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 자랑거리다.

원효, 도선, 진 각, 의상대사 등 이름만 들어도 훌륭하신 네 명의 고승들이 이곳 사성암에서 수도하였다고 하여 사성암으로 부른단다.
무엇보다 사성암은 높은 산 위에 절벽과 절벽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암절벽에 매달리듯 지어진 독특한 건축 양식은 여행객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사성암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의 풍경과 구례읍의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여행객들을 감탄하게 만든다.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의 연봉들이 눈을 쉬지 않게 만들어주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사성암을 오르기 위해서는 섬진강 지류인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417-3 매표소에 주차해두고 25인승 순환 버스를 타고 4km 거리를 올라가야 편리하다.
그런데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 분명 사성암 앞 사진 속에는 10여 마리의 소 떼와 함께 찍은 사진이 커다란 사각형 프랑 카드가 눈에 띄었다. 그 속 내용은 이랬다.

2020년 8월 8일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구례군은 수해로 인한 피해가 컸고 특히 많은 동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 떼들이 거리를 헤매다 찾아온 곳이 500 고지의 사성암 유리 관전입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다 빗물로 목을 축이며 집처럼 편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우(牛) 보살님 들 마음에도 지극한 약사여래 부처님의 서원이 가득했나 봅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말을 못 한 짐승이지만 길 따라 높은 곳을 찾아오면 폭우의 피해를 면한다는 판단에서 4km 거리에 500m가 넘는 암자까지 높은 산을 길을 따라 올라온 것이 기특하기도 한 동물이다.
지역 주민들은 “말을 못 하는 소도 어렵고 힘들면 죽기 살기로 부처님을 찾는다.”라며 절을 찾아온 소 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당초에 계획에 없는 사성암의 소 떼처럼 갑자기 올라온 가족 나들이에 우리가 순환 버스를 타고 오르던 길을 따라 소 떼가 살기 위해 올라왔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구례 사성암의 가족 나들이(10월 24일 토요일)

정대수

2021-01-02 14:2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경자년에 왔던 폭우로 소떼가 산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들었는데 그곳이었군요.
덕분에 사성암에 대해서도 잘 알게되었습니다.
신축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일이 잘 이루어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정찬열	정대수 작가 님 반갑습니다. 신정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 되셨는지요 귀한 발걸음 다녀가심에 고마움 전합니다. 그쪽에 지나시면 셔틀버스가 있어 시간도 절약 되는 데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풍광이 넘쳐 나는 곳이네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북극 한파가 몰려와 몇십 년 만에 최저의 기온을 끌어내린 추위에 건강에 유의 하시고 새해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건강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1/6 06:28

박목철 2020-12-31 15:30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간만에 서재에서 좋은 글을 대합니다. 호남 지방은 볼 것도 많고 먹거리도 많은 좋은 곳 이지요, 얼마전에 다시 여수와 순천을 돌아보았답니다. 역시 좋았습니다. 소도 재난을 피하는 본능에 따라 암자까지 올랐다니 놀랍습니다. 어려운 때 이지만, 굴하지 않고 삶을 즐기시는 모습에 박수 보냅니다. 빨리 사태가 종식되고 협회도 정상화 되기만을 바라고 있답니다. 작가님, 늘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정찬열 2021-01-01 07:21	안녕하십니까 전경 하는 소운 작가 님 작가 님께서 경자년의 끝 날에 댓글을 주셨다면 신축년 새해 그것도 가장 먼저 인사 올리며 답글 올립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뛰어난 재능은 대단합니다. 물론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아니지만 물이 지붕까지 차오르니 떠내려가다 지붕 위로 오르는 소가 얼마 후 물이 빠져도 끝내 버텨 그 소를 중장비로 내려 살려 놓으니 그 후 두달 후 두 마리의 새끼 소를 낳았다는 소식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지금 쯤 동해안에 일출이 장관인 시각 코라나에 갇혀 있습니다 신축년 새해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런 인연으로 작가님의 기를 많이 받아야 겠습니다.

보기 드문 한파와 폭설

김치의 유래[김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