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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9-29 19:26
ㆍIP: 115.xxx.86
베팅 (5회)
 
 중소 가구공장 입구에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더니 선우와 준식, 민기가 내렸다.
 
준식이 앞장서 걷고 그 뒤를 선우가, 또 그 뒤를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민기가
 
따라왔다. 

 마당 창고에 완성된 가구들이 보이고 목재를 싸놓은 한 켠 구석에 사무실이란 간
 
판이 눈에 띄었다. 창고와 붙은 공장에서 작업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세
 
사람이 그쪽으로 향하더니 준식이 공장 문을 확 밀어 젖히며 거칠게 들어섰다.

 백 사장과 사장 부인, 그리고 직원 4명이 부지런히 가구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 사장이 누구야!”

 준식의 고함소리에 일하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꽂
 
혔다.

 “제가 사장인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빚 대신 여기 있는 가구들을 접수하러 왔수다. 어떤 것부터 처리하면 되지?”

 선우를 보며 옆에 만들다만 가구 하나를 준식이 집어 들었다. 분위기를 감지한
 
직원들이 문 쪽으로 슬그머니 나가기 시작했다. 선우가 백 사장 앞으로 나서
 
서류봉투를 내밀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희는 사장님께서 돈을 빌리신 동양금융에서 나왔습니다. 약속하신 이자 납부
 
일도 지키지 않으셨고 원금 갚으실 날짜도 이미 지났으니 계약대로 이 공장을 저
 
희에게 넘겨주셔야겠습니다. 양도서류는 저희가 다 준비해 왔으니 사장님은 여기
 
에 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이자라도 곧 갚겠습니다. 저희가 납품했던 업체가 갑
 
자기 부도나서 그런 것이고, 창고에 있는 물건들과 이 가구들을 다른 곳에서 납품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의 이자로도 원금은 벌써 다 갚은 것 아
 
닙니까.”

 “아니, 우리 돈이 급전이고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는 것을 모르고 썼나. 이제 와
 
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준식이 핀잔을 주며 끼어들었다.

 “사, 사실 그때는 너무 급해서 그랬지만…. 그리고 금방 갚을 줄 알았는데….”

 사장의 이런 모습을 문밖에서 직원들이 측은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길게 한숨
 
을 쉰 백 사장이 곧 정색하며 단호하게 나왔다.

 “그렇지만 이 공장만은 절대 안 돼요. 내가 평생을 일해 남은 거라고는 이것뿐입
 
니다. 내게는 이 공장이 저의 생명입니다.”

 그러다 결국 무릎을 꿇으며 선우에게 필사적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랑곳 않
 
고 선우가 준식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옆에 있던 가구를 들어 문 쪽으로 걸어갔
 
다. 그 모습에 온몸을 파르르 떨던 백 사장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작업대 위
 
에 있던 작업용 칼을 집어 들고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겁에 질린 준식이 망설이며 선우의 눈치를 보자 옆에 있던 민기가 그 가구를 낚
 
아채 백 사장 곁을 지나쳐 나갔다.

 백 사장은 차마 그를 찌르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칼로 자신의 손바
 
닥을 찔렀다. 그 모습을 본 여자가 보고 경악하여 그에게로 달려와 헝겊으로 피
 
를 틀어막으며 바닥에 앉혔다.

 “인주가 필요 없겠네.”

 선우가 이 광경을 보며 말을 툭 던졌다.

 “빨리 애들 불러서 물건 실고가자.”

 “잠깐만!”

 준식이 누군가에게 연락하려고 휴대폰을 들자 선우가 손을 들어 말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백 사장부부 앞에 앉았다.

 “지금 우리는 사장님의 계약불이행에 대해 집행을 하러 온 것이지 협상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알아본바 현재 사장님께서 살고 계신 집이 전세이더군요. 저희
 
는 사장님의 채무를 대신해 전세금을 주인에게 받기로 했습니다. 이미 공증까지
 
마쳤고요. 그리고 따님께서 이번에 고3 수험생으로 공부를 무척 잘 하더군요. 앞
 
으로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집에서 쫓겨나 길바닥서 공부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겠습니까. 만약 대학을 못 간다면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겠지요. 결코 그런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요.”

 선우가 딸의 애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 주름이 가늘게 떨리더니 곤혹스런 표정으
 
로 바뀌었다.


이름아이콘 김주선
2014-10-01 10:31
회원사진 		아름다운 계절, 고운글 많이 쓰시고 행복한 시월 보네십시요. 시인님!^^ 감사히 일독 하였습니다 ^^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0-01 23:30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벌써 베팅(5회)
째인데 이제야 노크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좀 게으름 피우네요
감명깊은 글 마음에 담고 갑니다.
보람찬 10월을 기원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0-05 17:30
회원사진 		《Re》김주선 님 ,
저의 서재 방문을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작품을 읽어 주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김 시인님께서도 건필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0-05 17:32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기님의 댓글에 감사 드리고 용기를 얻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찬란한 시월에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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