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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6-12 12:59
ㆍIP: 203.xxx.3
슈킹 (129회)

 그녀가 그의 사무실에 대출 상담을 왔을 때 한곳의 은행 대출은 힘들 것이라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전에 자신이 대출을 보증 선 것이 아직도 해결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그도 이 점이 몹시 궁금했었다.

 수혜의 아버지는 대기업 하청을 받은 회사에서 재하청을 받아 기계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녀 아버지 회사는 다시 여러 곳의 하청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청 준 회사의 사장이 공금을 가지고 잠적한 것이었다. 대기업인 원청에서는

우리는 하청인 회사에 결재를 다 했으므로 책임이 없다하고 수혜 아버지가 하청

준 업체들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래서 아버지를 돕기 위해 그녀가 아버지의 은행 보증을 선 것이다.

하청업자들에 의해 재산은 압류되었고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갔다. 그동안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녀의 가족은 거리로 나앉을 정도로 비참하게 바뀌었다.

그때 그녀는 수도권 대학교 피아노과 3학년이었다.

 그해 겨울 어느 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그녀에게

전해졌다.

 전 재산을 빼앗긴 아버지는 상심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날 술을 과하게

마셨다. 그런데 취중에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 위를 걷다가 추락사한 것이다.

목격자인 운전기사들의 한결같은 증언이 혼자 비틀거리다가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날은 눈이 많이 왔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과실사이므로 보상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졸지에 그녀는 당뇨병으로 신장 투석을 받는 어머니와 자폐증을 갖고 있는

어린 남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학교를 중퇴하고 가족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피아노가 전공이라 쉽게 피아노학원에 취직하여

지금까지 어렵게 가족을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거의 마칠 무렵 그녀는 글썽이는 눈물을 훔치며 이런 말로 끝맺었다.

 “전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엄마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동생

수빈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대출을 받으면 지금보다

환경이 더 나아지잖아요.“

 그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무엇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일었다.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저녁때가 지나 있었다. 언제부턴지 어두워진 하늘에서

솜처럼 부드러운 함박눈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사무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날도 적게나마 눈이

내렸었다.

 두 번째 그녀와 만난 날은 스카이라운지 창가에 눈이 세차게 부딪치며 안으로

들어올 기세였다. 오늘 세 번째 만남에서도 여지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는 담배를 뽑아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연기를 힘껏 빨아서 내뱉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수혜 씨, 이제부터 내가 눈이 좋아지게 할게요.“

 눈송이가 차츰 굵어지고 있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06-13 22:38
회원사진 		계속되는 연재 "슈킹" 잘 읽으며
마음에 세기며 다음 기고를 기대합니다.
늘 승필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안하세요 작가님...!
   
이름아이콘 김주선
2014-06-17 06:42
회원사진 		처음부터  따라 오지 못하였습니다  
차츰  시간이 될때  읽어  오겠습니다.
다음회를 기다리며..  오늘도 좋은하루가 되십시요 ^^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17 17:06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늦게 답글을 드려 미안합니다.
바쁘신 중에서도 늘 관심을 갖어 주시어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 "슈킹"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정찬열 작가님께서도 건강하시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17 17:08
회원사진 		《Re》김주선 님 ,
저의 졸작에 관심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부족한 작품에 다시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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